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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을 뒤집다 ③교육_첨단 기자재는 ‘빙산의 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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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ec%8a%a4%ed%8e%98%ec%85%9c%eb%a6%ac%ed%8f%ac%ed%8a%b8_%eb%8f%84%eb%b9%84%eb%9d%bc

옛날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혹자는 흰 무명 바지저고리 차림에 머리는 길게 땋은 채 서당에 줄 맞춰 앉아 목청껏 “하늘 천(天), 따 지(地)…”를 외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영미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라면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1870)의 1850년작 ‘데이비드 코퍼필드(David Copperfield)’의 한 장면이 기억날지도 모르겠다. 고전을 외다 한 줄이라도 틀리면 사정 없이 두드려 맞던 소설 속 주인공 코퍼필드의 애처로운 모습 말이다.

 

‘속성이 보수’ 교육계, 절대 안 바뀐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교육 현장 분위기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교사와 학생 간 관계나 교과목 편성 방식, 교과서 내용도 150년 전이나 200년 전의 그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꽤 커진다. 하지만 단 하나, 교수법(敎授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주류를 이루는 건 말할 것도 없이 ‘주입식 암기교육’이다.

심지어 최첨단 IT 기기로 무장된 21세기 교실 쪽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 미국 시민단체 ‘교육개혁을 위한 민주주의자(Democrats for Education Reform)’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인 조 윌리엄스(Joe Williams)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첨단 기술이 발달하며 어느 직장에서나 일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초등학교는 이 같은 변화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실에 컴퓨터 몇 대 갖춰졌다 해서 그걸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가르치는 방식은 지금 교사가 학생이었을 때와 비교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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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여러 사회 부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분야다. ‘프랑스 대표 석학’으로 꼽히는 인류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교육 체계의 주된 역할은 주류 집단의 문화 재생산이다. 주류 집단이 ‘가치 있고 보존할 만하다’고 여기는 내용을 규정, 교육 체계(와 그 종사자)를 통해 대대로 전달되게 함으로써 해당 가치관이 유지되도록 힘쓰는 것이다.”

부르디외의 주장에 따르면 교육이 보수적인 건 필연적 현상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진짜 변화는 ‘주변부서 서서히’ 시작돼

“이게 절 존중하는 사람이 만든 음식 같아 보이세요?” 미국 어느 초등학교의 급식 식당. 한 아이가 커스틴 샌즈 토비(Kirsten Saenz Tobey)을 쳐다보며 반문했다. 토비는 미국 급식 업체 ‘레볼루션푸드(Revolution Foods)’의 공동 설립자. “아이들이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사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레볼루션푸드를 론칭한 그는 연구조사를 목적으로 미국 전역 초등학교 식당을 돌며 아이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아이의 ‘돌발 질문’에 말문이 막힌 토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한 학교 급식을 제공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데일리 바이트(Daily Bite)’를 개발했다. 데일리 바이트는 사용자에게 건강∙영양 관련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매일 주어지는 메뉴를 사용자 스스로 훑어본 후 선택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본인이 골라 먹은 음식에 대한 피드백도 보내준다. 토비는 그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무엇보다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소통 체계가 필요하겠구나!’

토비의 시도는 이제껏 교육 개혁을 부르짖으며 노력해온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분야에 속해 있다. ‘고작 급식 메뉴 하나 스마트폰 앱으로 고를 수 있게 됐다고 교육 시스템이 바뀌겠어?’ 어떤 이는 이렇게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데일리 바이트 앱이 바꿔놓은 초등학교 급식 풍경이야말로 학교 문화에서 가장 근본적인 변화의 한 장면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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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종이 위에 쓰인 흑백 글씨의 의미를 이해하는 일보다 PC 화면에 떠오른 이미지와 단어 간 연관성을 파악하는 일에 더 능숙하다. 철자 하나 틀릴세라 연필을 공책에 꾹꾹 눌러 써가며 용을 쓰는 대신 키보드 자판 두드리는 데 온통 신경이 팔려있다. 자신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이 총망라돼 있단 사실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인 만큼 교육 역시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교육을 바꾸는 디지털’ 관련 담론이 무성하다. 이 담론들이 전개하는 논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중요한 변화 하나가 드러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주어지는) 과제 수행 방식으로 디지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단 사실이 그것. 일반적으로 과제는 ‘이미 배운 내용’을 좀 더 오래 기억하도록 반복하는 형태도 있지만 대개는 ‘아직 배우지 않은 내용’ 관련 자료를 조사해가는 형태다. 이 경우, 인터넷 세대는 전에 없이 비상한 능력을 발휘한다. ‘위키피디아’ ‘프로젝트 구텐베르크[1]’ ‘오픈 컬처[2]’…. 성인도 사용이 익숙지 않은 온라인 지식 제공 웹사이트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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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런 상황은 종종 비관과 우려의 시각으로 해석됐다. 특히 1990년대 인터넷 보급률이 급증하고 정보가 말 그대로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대다수의 지식인은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잘못된 지식으로 피해 입게 될 소비자”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하지만 다시 거의 한 세대의 시간이 흐른 오늘날, 소비자들은 거대하고 세찬 정보의 물결 속에서도 의외로 방향을 잘 잡아 헤쳐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미국 온라인 대학 강의 서비스 업체 ‘온라인 코스(Online Course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어린 학생일수록 오히려 무한한 정보 중 자신에게 필요하고 타당성 있게 여겨지는 정보를 빨리 선택할 줄 알았다.

디지털 세대는 또한 과제를 해결할 때 타인의 협력도 온라인으로 쉽게 구한다.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 지식 공유 공간에서 흔히 발견되는 “내일까지 숙제 해가야 하니 급히 알려 달라” 유(類)의 질문도 사용 언어가 영어로 확장되면 차원이 달라진다. ‘커버 가능 범위’가 지구촌 전체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학생 간 교류가 활발해진다’는 사실은 디지털이 바꾸고 있는 교육, 그 변화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 변화 이끄는 선구적 사례 몇 가지

보수적 풍토가 깊게 뿌리 내린 교육계에도 척박한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며 마침내 열매를 수확하는 선구자가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바뀌지 않았을 뿐, 디지털 문화를 교육에 접목해 교실 풍경을 크게 바꾼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삼성전자가 시행 중인 스마트스쿨, 그리고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이하 ‘주소아’)다.

지난 2012년 처음 도입된 이래 적용 지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스마트스쿨<아래 사진>은 도시와 도서산간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를 목표로 삼성전자가 전국 초·중학교에서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최신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정보통신기술)을 활용, 학생별 맞춤 학습을 지원하는 미래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올해까지 도합 5년간 50개교 123개 학급에 혜택을 제공했다. (스마트스쿨이 바꿔놓은 교실 풍경을 좀 더 상세하게 알고 싶다면 지난 10월 12일자 스페셜 리포트 ‘교실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스마트스쿨의 변신이 반가운 이유’를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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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시작된 주소아는 소프트웨어 저변 확대와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역시 삼성전자가 진행 중인 소프트웨어 교육 기부 프로그램이다. 학기 중, 방과 후 수업 시간을 활용해 이뤄지는 수업은 여느 교육과 달리 ‘놀며 공부하는’ 환경이 최대 특징이다. 주소아에선 까다로운 논리 알고리즘 지식도 애니메이션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가볍게 이해시킨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력을 스스로 키운다.

소프트웨어 교육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투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본적인 코딩 교육은 물론, 수업 콘텐츠와 교수법까지 혁신적으로 바꿔가는 삼성전자의 노력 역시 지난해 8월 5일자 스페셜 리포트 ‘IT 시대 만국 공용어, 코드(code)에 주목하라!’ 편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비단 교육 프로그램 자체의 변화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주어진 영역 안에서 디지털을 활용, 놀라운 성과를 거두는 사례는 세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아씨(Açı)고등학교 재학생들은 2개월에 한 번씩, 순전히 자력으로 온라인 뉴스레터를 제작한다. 전 세계 독자에게 배포되는 이 뉴스레터가 주목 받는 비결은 상호작용성(interaction)에 있다. 실제로 편집진은 전 세계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지식과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는다. 당연히 원고는 물론, 댓글도 세계 각국 언어로 자유분방하게 달린다.

 

모든 게 바뀌어도 마무리 주체는 ‘사람’

‘디지털 교육 개혁의 선구적 이론가’로 불리는 미국 저술가 조지 시멘스(George Siemens)는 디지털 시대의 교육 원리를 ‘커넥티비즘(connectivism)’이란 신조어로 규정한다. 커넥티비즘은 교육을 ‘지식과 경험의 총합’으로 정의했던 과거 이론을 전면 부정한다. 시멘스에 따르면 커넥티비즘을 대표하는 3대 키워드는 ‘네트워크’와 ‘좁은 세상’, 그리고 ‘약한 유대감’이다. 과거 교육이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 유지에 기여했다면 21세기 교육은 중심에 선 소비자가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자유자재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단 해석이다.

미래 교육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최근 온라인 공간을 들끓게 하고 있는 디지털 교육 관련 담론을 종합해보면 대략 아래와 같은 논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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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이렇게 디지털이 모든 걸 뒤집어놓으면 교육의 근본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디지털 기술이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자꾸 커지면 종국엔 인간의 역할까지 실종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디지털이 야기하는 교육 분야 변화에 관심을 가져온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변화가 제아무리 극심해도 그걸 마무리 짓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란 얘기다. 이들은 “교실 풍경이 아무리 첨단으로 바뀌고 교수법도 학생들의 잠재력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해도 그 결과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건 사랑으로 학생을 이끌려는 교사의 태도”라고 강조한다

교육을 바꾸는 디지털의 위력은 아직 본격적 가시권(可視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세는 마치 이른 봄, 여전히 살짝 언 들판을 뚫고 나오는 풀잎을 연상시킨다. 표면적으론 얼어있는 회갈색 땅처럼 보일지 몰라도 머지않아 놀라운 속도로 사방을 초록색으로 바꿀 것이다. 숨가쁘게 진행 중인 디지털 교육 혁신 과정은 ‘이 모든 변화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여린 풀잎을 그늘 깊은 나무로 성장시키는’ 주체가 의심할 여지 없이 인간이란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1] Project Gutenberg. 각종 자료를 모아 전자정보로 저장, 배포하는 프로젝트. 1971년 미국 저술가 마이클 S. 하트(Michael S. Hart)가 시작했다. 인쇄술을 발명, ‘지식 전달 선구자’로 여겨지는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이름에서 명칭을 따왔다

[2] www.openculture.com. 문화∙교육 분야 멀티미디어 자료를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무료로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


프로듀서 S, 남아공 하늘이 허락한 ‘20분의 기적’에 만세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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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실제 영상 제작에 참여했던 스태프와의 인터뷰 내용을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 본문에 삽입된 사진은 전부 갤럭시 S7로 촬영됐습니다

 

‘치안상태: 유의’
‘여행경보: 여행 유의 전 지역’

‘무조건 위험하다’는 게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으로 오기 전 내가 접한, 사실상 유일한 여행 정보였다. 오래전부터 삼성전자와 인연을 맺어온 한 남아공 여성을 영상에 담기 위해 18시간을 꼬박 날아왔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미지(未知)의 대상에 대한 공포, 라고 했던가. 막연한 국가 정보 몇 가지만 손에 쥔 채 이곳으로 날아온 지도 어느덧 1주일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일정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회심의 역작 ‘석양 댄스’ 촬영 대작전

그렇잖아도 치안이 불안한데 고가의 영상 촬영 장비까지 들고 다녀야 해 이번 출장은 늘 조마조마함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지금까진 분실한 장비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적도 없다. 종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일까, 목덜미와 어깨에 신경성 통증이 좀 재발했지만 이 정도면 가히 ‘신의 가호가 함께한’ 수준이다.


▲포몰롱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들. 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승용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이 이번 영상의 주인공 ‘레파’의 고향이다

이른 아침, 숙소에서 눈을 뜨자마자 창 밖을 내다봤다. 사실 이번 출장에서 치안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바로 날씨였다. 봄에서 여름을 향해 가는 시기, 이곳 날씨는 그야말로 변덕이 죽 끓듯 했다. 오전에 햇빛이 쨍하게 비치다가도 어느새 대륙 가득 먹구름이 몰려오곤 했다. TV에서나 보던, 무지막지한 규모의 천둥과 번개에 혼비백산한 것도 여러 차례. 차 천장을 뚫을 듯 퍼붓는 빗줄기는 막연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매일 밤, 이튿날 날씨를 걱정하며 잠들기가 예사였다.

“일단 비는 안 오는데….” 이번 방문의 목적이 ‘단순 관광’이었다면 비가 오건 구름이 끼건 전혀 상관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겐 일정 중 꼭 찍고 싶은, 아니 찍어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절대 ‘살지 않는’ 그림이었다.

영상의 처음과 끝을 장식할 그 장면에서 주인공은 석양이 지는 초원을 뒤로한 채 춤을 춘다. 장대한 아프리카 초원, 신나게 춤추는 사람들의 실루엣, 그 사이로 붉게 번지는 석양…. 영상 제작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명장면이다.


▲레파는 자신이 나고 자란 포몰롱의 작은 학교에서 난생처음 인터넷을 배웠다

하지만 날씨는 늘 내 기대를 보기 좋게 배신했다. 내내 맑다가도 해가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비가 쏟아졌다. 오로지 날씨 때문에 미루고 또 미뤄온 촬영이었다. 그리고 출장 마지막 날. ‘오늘은 날씨가 어떻든 무조건 찍자!’ 다짐하고 촬영 채비를 마쳤다.

 

주연 겸 해결사 ‘여장부 레파’의 활약


▲‘레파의 세계’는 5년 전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난생처음 인터넷을 접하고, 그 일을 계기로 어엿한 커리어 우먼으로 성장한 레파가 한 고향 소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영상이다

‘레파의 세계(Lefa's World)’로 이름 붙여진 이번 영상은 ‘레파’라는 여성이 고향을 찾아 “더 큰 세상을 만나고 싶다”는 소년의 멘토가 돼주는 내용이다. 사실 문제의 ‘석양 댄스’ 장면을 제외하면 이번 촬영은 제법 순조롭게 진행된 편이다. 이게 다 영상의 주인공 레파(Lefa Magato, 22) 덕분이다.

레파는 요하네스버그의 한 광고회사에서 PR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그가 처음 삼성전자를 만난 건 지난 2011년 10월. 당시 삼성전자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레파의 고향인 포몰롱(Phomolong)[1] 소재 학교에 인터넷 교실을 열었고, 당시 고교생이었던 레파는 이곳에서 난생처음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웠다. (그는 이 인연으로 당시 삼성전자가 제작한 CSR 영상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꾸준히 컴퓨터 기술을 익혀 대학에 진학, 마케팅을 전공했고 취업에도 성공했다. 레파는 “대학에서 컴퓨터 수업을 듣는데 내가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루더라”며 “그 덕에 나도 몰랐던 컴퓨터 관련 재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 앞쪽 청바지 차림의 여성이 레파다. 호탕한 여장부 같은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영상 촬영 작업은 매번 난관의 연속이었을 거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잘 웃는 레파는, 말 그대로 ‘여장부’였다. 단언컨대 그가 없었다면 이번 영상 촬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다. 요하네스버그∙프리토리아∙포몰롱 등 남아공의 주요 도시는 하나같이 외지인에겐 다소 불친절하고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우리 촬영 팀만 해도 건장한 성인 네 명으로 꾸려졌지만 일단 촬영 작업을 시작하면 ‘건장’이고 ‘성인’이고 다 필요 없었다. 눈앞의 작업에 집중하느라 누군가 앞 주머니에서 지갑을 훔쳐 가도 모를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모든 상황을 제어하는 건 고스란히 프로듀서인 내 역할이자 책임이었고 ‘촬영 인력∙장비 보호책 강구’는 일정 내내 내게 던져진 숙제였다.

▲삼성전자가 남아공에 세운 첫 번째 태양광 인터넷 교실. 레파의 꿈이 처음 시작된 곳이다

막막했던 내게 레파는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일단 포몰롱 지역 토박이로 우리가 촬영해야 할 장소 일대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이었다. 프리토리아에서 대학을 다녀 그곳 사정에도 훤했다. 일단 레파의 추천을 받아 두 청년을 소개 받았다. 레파의 고교 동창이라는 그들은 촬영 내내 미더운 보디가드이자 현지 가이드로, 통역사 겸 해결사로 종횡무진 활약해줬다. 실은 이들이 나설 필요조차 없을 때도 많았다. 현지인이 촬영 팀에 시비라도 걸라치면 레파가 나서서 한마디로 정리해주곤 했기 때문이다. “야, 나야. 레파라고!”

▲일정 내내 촬영 작업이 무사히 진행될 수 있도록 든든한 ‘보디가드’가 돼줬던 두 청년. 모두 레파의 고교 동창이다

 

포기하려는 찰나, 거짓말처럼 나온 해

‘아, 이제 날씨만 좋으면 만사형통인데!’ 모든 촬영을 마치고 이제 단 한 컷, 대망의 그 장면만 남았다. 다행히 날씨는 아직 맑았지만 저편에서 어느새 커다란 먹구름 떼가 밀려오고 있었다. 그에 따라 하늘도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촬영 장비를 챙겨 석양 댄스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미리 봐둔 초원으로 이동했다. 설상가상, 가는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오늘도 깨끗한 석양 찍긴 글렀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찍고 보자!’ 고심 끝에 일단 리허설 촬영을 시작했다. 출연자들의 춤사위는 점차 흥을 더했지만 카메라 앵글 속 영상은 구름 그림자에 덮여 뿌옇게 보였다. 제작자 입장에선 한숨만 거푸 나오는 상황이었다. 촬영 감독의 표정도 잔뜩 찌푸린 하늘만큼이나 어두웠다.

▲이번 영상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석양 댄스’ 장면 촬영을 앞두고 춤 연습에 한창인 출연자들. 이들은 과연 멋진 석양을 배경으로 춤추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접어야 하나….’ 거지반 포기하려 마음 먹었을 때 오디오 감독이 갑자기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S프로, 저기 좀 봐요!” 그의 손끝이 향한 곳으로 시선을 옮기던 난 100년 묵은 산삼이라도 발견한 심마니마냥 외쳤다. “만세!”

구름 틈새로 붉은 해가, 마치 거짓말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 속, 딱 손바닥만큼의 크기였지만 그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영상 시놉시스를 구상하며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붉은 초원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금이야, 어서들 찍읍시다!”

덩달아 신이 난 출연자들이 석양을 배경으로 ‘본격 댄스’에 돌입했다. 대자연이 우리에게 허락한 시간은 딱 20분. 고대했던 장면 촬영을 무사히 끝내자,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시커먼 구름으로 뒤덮였다. 그러곤 이내 굵은 빗줄기를 쏟았다. “S프로, 이건 진짜 하늘이 도운 거다. 그렇지?” “그럼요, 이번 영상은 진짜 ‘하느님이 보우(保佑)’하셨네요, 하하!” (남아공 하늘이 특별히 허락해준 석양 댄스 장면은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1]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 인근에 위치한 마을

디지털, 세상을 뒤집다 ④엔터테인먼트_IT로 문화를 재창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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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54년 2월, 한국 대구 근교.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겨울에 미군 병사들이 작은 언덕 기슭의 나무를 베어내고 있었다.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던 것. 남성이라면 누구라도 가슴 설레게 했던 마릴린 몬로(Marilyn Monroe), 당시 최고의 할리우드 배우이자 ‘섹스 심볼’이었던 그가 오는 것이다. 

 

무대에 자신 없던 마릴린 몬로를 일으켜 세운 힘

마릴린 몬로는 한국전쟁과 그 여파로 아직 고국에 가지 못한 미군 병사들을 위해 나흘간 10회에 걸쳐 쇼를 선보였다. 이날 공연을 봤던 베테랑 테드 셔먼(당시 미군 해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여)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굉장한 저녁이었어요. 향수병에 걸려 있던 모든 병사들이 마릴린 몬로의 춤과 노래에 흠뻑 빠져들었죠. 마릴린이 ‘다이아몬드는 숙녀의 절친(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이란 노래를 부르던 모습과 그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말 행복했죠.”

이 공연은 마릴린 몬로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평소 무대에 자신감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 그는 “10회의 공연을 통해 무대공포증을 완전히 극복하고 청중과의 인터랙션을 즐길 줄 알게 됐다”고 한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마릴린 몬로의 주한 미군 공연은 관객과 공연자가 ‘인터랙션(interaction)’ 하는 이상적 연행(performance)의 전형이다. 공연자는 춤과 노래에 대한 실시간 관객 반응을 확인하고 관객은 공연자가 연행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위로해주는 듯한 유대감을 느끼는 것. 

이건 어디까지나 아날로그 시대의 인터랙션이다. 즉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분명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 시절 마릴린 몬로급 엔터테이너가 태평양 상공을 날아 한반도로 올 수 있었던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마릴린 몬로는 당시 미국 최고 야구선수였던 조 디마지오(Joe DiMaggio)와 결혼한 직후, 그가 일본에서 초청 경기를 하는 일정에 신혼여행 겸 동반해서 도쿄까지 왔기에 가능했다. 그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당시 한반도처럼 세계 문화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월드 스타가 온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오면서 이런 한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게 됐다.

 

오래된 미래, 일방적 매스 미디어에서 인터랙티브 멀티 미디어로

엔터테인먼트[1]는 디지털로 바뀌어가는 세상에서 그 변화폭이 큰 분야이다. 인간이 노래와 춤,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은 인류가 집단생활을 해온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다른 동물에선 찾아볼 수 없는 ‘문화적 행동’의 기본인 셈. 아주 오랜 옛날, 동굴 속에서 맹수와 비바람을 피하던 때부터 사람들은 그 집단에서 목청 좋고 흥 많은 사람이 뽑는 노랫가락이나 입담 좋은 사람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힘든 시간을 이겨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엔터테인먼트는 인터랙티브 기반으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타작마당에서 판을 벌이던 탈춤패나 중세 유럽에서 하프를 뜯으며 옛날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음유 시인… 관객은 몇 명에서 몇 십 명이 전부였다. 이들은 서로 추임새를 넣어주고 그걸 받아 대사를 바꾸는 등 전통사회에선 어떤 연행이든 한 공간에서 주고 받는 인터랙션을 기초로 진행됐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중사회 형성과 매스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터랙션이 정반대 양상을 띄게 된 것. 연행은 더 이상 ‘주고 받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것’으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라디오 청취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대본대로 진행되는 드라마나 정해진 순서에 따라 들려주는 음악 프로그램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TV가 보다 사실적으로 연행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고 하더라도 ‘문화 소비자들이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엔터테인먼트를 받아들이기만 했다’는 사실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DNA 속엔 여전히 인터랙티브한 연행에 대한 욕구가 있었나 보다. 일방적일 수밖에 없는 현대 매스 미디어 구조 속에서도 청취자들은 방송국에 엽서를 보내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 했다. 1970년대 카세트 플레이어 보급 이후 음악방송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이를 녹음, 조각조각 모아 ‘나만의 음악 프로그램’을 만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기 드라마 속 주인공이 비극적인 죽음에 임박했다가도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 표현에 되살아 오래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디지털 기술, 적극적 인터랙션 욕구 일으켜
 
20세기 말 등장한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의 DNA 속에 깔려 있는 인터랙션 욕구에 여러 모로 표현 방식을 제공한다. 미국 클레이튼 주립대학교(Clayton State University) 다이앤 풀턴 박사팀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직접적인 인터랙션의 도입을 촉진시킨 건 디지털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사람들은 자판∙마우스∙조이스틱 혹은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 등을 이용, 게임의 일부로서 스토리의 흐름을 바꾸어갈 수 있단 사실에 열광한다. 다수의 인기 게임이 오픈 베타 등을 통해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을 최대한 반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이 때문.

사전에 길고 치밀한 준비 과정을 둬야 하는 제작 과정 특성상 드라마는 인터랙션이 가장 반영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따라서 소비자 참여(input)는 드라마 선택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반영되는 부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드라마 엔터테인먼트에선 시청자들의 선택폭이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지고 있다. 가정 공급용 영상 채널의 변화를 훑어봐도 마찬가지다. 한 세대 이전만 해도 지상파 방송 채널이 지정된 시간에 보내주는 콘텐츠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엔 지상파 방송 외에도 △VOD △케이블 방송 △네트워크 TV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스템과 무수한 채널들이 있다.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스트리밍으로 보거나 다운로드해 필요한 때에 꺼내볼 수 있게 된 것.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 수도 거의 무제한이다.

향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진일보한다면 콘텐츠 소비자가 콘텐츠 내용 전개에 참여하는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익숙해져 왔던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디지털을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미래형 문화 자산이다. 문화비평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Helena Norberg-Hodge)의 표현대로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미래’(ancient future)인 셈이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혁명의 대표 아이콘 ‘K-팝’

드라마와는 대조적으로 대중음악의 경우, 디지털로 인한 인터랙션이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방향으로 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K-팝의 성공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 한국의 시청각형 대중문화는 일본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젊은 층으로 폭넓게 애호가층을 확대해나갔다. 남북미·인도·중동·유럽까지 영역을 넓힌 K-팝을 두고 그간 학계에선 여러 가지 분석이 있었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가 없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인식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시대 속 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아이템의 조건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폭넓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 또 하나는 그 콘텐츠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도록 하는 마케팅이 그것이다. 

20세기 아날로그 시대엔 대규모 아날로그 시스템을 갖춘 편이 단연 유리했다. 넓은 지역에 걸쳐 홍보할 수 있는 자본과 역량이 있어야 하는 건 기본. 국가 간 문화교류 협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 쉽게 다른 나라에도 도입될 수 있는 조건이 깔려 있어야 했다. 거기엔 드라마 내용이나 노래 가사가 현지 문화에 맞춰 번역된 후 전달해야 한다는 점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문화에서 주변부에 위치한 국가의 아이템들이 문화 선진국인 미국·영국·프랑스와 경쟁한다는 건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될 정도로 불리한 조건을 안고 가는 것이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의 대중음악을 비교적 빨리 접해왔던 한국은 TV 보급과 함께 선진국의 문화 콘텐츠를 많이 방영해왔다. 이를 보면서 자란 세대들은 본토의 젊은층 못지않은 글로벌한 대중문화 감각을 익힐 수 있게 됐다. 여기에 SM·YG·JYP 등 대형 기획사들이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과 한국인 특유의 예술 감각과 글로벌한 제작 감각을 통합, 지구촌 어디에서나 환영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형 기획사가 기획 단계부터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를 마케팅 전략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역동적 안무와 결합돼 단순한 가락이 반복되는 음악 연행은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K-팝을 접하고 매료된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게 된다.

이들은 종종 K-팝 사랑을 리액션 비디오로 만들어 동영상 플랫폼에 업로드한다. 아직까지 언어 문제로 인해 K-팝 스타가 해외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예는 많지 않다. 하지만 동영상 플랫폼에 올라오는 해외 관객들의 댓글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들어오는 메시지는 기획사 차원에서 좋은 마케팅 참고 자료인 동시에 홍보 창구 역할을 한다.

스스로 경험하는 동안에도 적응이 안될 정도로 진전이 빨랐던 K-팝 열풍. 한 세대 이전만 해도 대중문화 주변국이었던 한국이 순식간에 글로벌 신드롬의 주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건 디지털의 힘에 뒷받침됐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술적 도약과 그에 맞물리는 콘텐츠 혁신이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즐겁게’ 만들어줄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디지털 혁신 앞날이 기대된다.


[1] 캠브리지 영어 사전은 “엔터테인먼트란 노래∙춤∙연극∙영화∙TV쇼 등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말 번역어로 ‘연예(演藝)’에 해당한다

디지털, 세상을 뒤집다 ⑤몸과 마음_인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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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이 연말연시를 맞아 기획했던 ‘디지털, 세상을 뒤집다’ 시리즈, 그 마지막 편의 주제는 ‘몸과 마음’이다. 세상만사가 디지털화(化)되면서 인간 심신의 구조와 작용 메커니즘도 그에 따라 바뀌고 있다. 하긴, 디지털이 일상의 모든 면을 바꿔놓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몸과 마음도 예전 같을 순 없다. 심신이야말로 외부 자극에 가장 적절히 반응하는 방향으로 부단한 조정 절차를 거쳐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어떻게 변하는가’다.

‘디지털 시대, 인간의 변화 양상’이란 주제와 관련해선, 앞서 다뤘던 정치·경제·교육·문화 등의 분야보다 훨씬 다양한 이견이 존재한다. 때론 정반대의 연구 결과나 주장이 치열하게 대립각을 형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흐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간이 지나며 미묘하게 차이 나는 입장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변해왔단 사실을 알 수 있다.

 

1990년대_디지털 게임을 둘러싼, 암울한 예측들

디지털이 그 영향력을 조금씩 넓혀가기 시작하던 1990년대엔 ‘디지털이 스며든 일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그 배경엔 대개 ‘디지털 게임이 인간, 특히 청소년에 끼치는 영향’ 연구 결과가 존재했다. 초창기엔 전용 게임기로, 나중엔 PC로 ‘도구’가 바뀌며 점차 접근성이 향상돼온 디지털 게임은 전에 없이 빠르고 강력하게 사람들의 마음과 일상을 사로잡았다.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게임은 기계 조작에 능하고 기술 감수성이 뛰어난 젊은 층의 전유물이었다. 자연히 디지털 게임 사용자와 비(非)사용자는 확연히 구분됐다. 게임 안 하는 사람은 ‘일상을 내팽개치는 건 물론,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 받는 지경에서도 디지털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게임광(狂)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디지털 게임 사용자 연구 역시 대부분 ‘게임 안 하는 사람’이 갖게 마련인 우려의 시각에서 진행됐다. 그 전제와 진행 논리는 요약하면 이랬다. ‘게임 많이 하는 사람은 두뇌에서 쾌감 호르몬인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된 나머지, 도파민 수용체 자체가 축소된다. 그 결과, 시시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점 더 강력한 자극만 추구하게 된다. 디지털 게임은 그 사이를 파고들어 폭력이나 섹스 따위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해 사용자, 특히 청소년의 윤리 의식을 둔감하게 만든다.’

이들 연구에선 신체적 부작용도 빠짐없이 언급됐다. “컴퓨터 게임에 빠진 사람은 그만큼 신체 활동이 적고 늘 강한 전자파에 노출된 상황에서 자판을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움직이는 등의 제한적 동작만 반복하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식이다. “컴퓨터 앞에서 한 자세로 오랜 시간 지내면 거북목증후군·척추측만증·손목터미널증후군 등 척추와 관련 근육, 신경계 이상 증세에 시달릴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자주 등장했다.

때마침 전자기기를 이용, 인간 두뇌 작용을 연구하는 뇌과학(brain science)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게임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는 사람의 뇌가 변할 수 있단 사실이 시각적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우려해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게임 경계론’이 한층 확산됐다.

1999년 제작된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영화 ‘엑시스텐즈(eXistenZ)’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잘 반영한 작품이다. 극중에서 세계 최고 게임 디자이너인 ‘엘레그라 겔러’는 인간 척추에 게임 포트를 이식, 사용자가 게임 속 상황을 현실인 듯 인식하게 하는 생체 컴퓨터 게임 ‘엑시스텐즈’를 개발한다. 개발사 측 지원으로 자신의 팬 몇몇과 테스트 게임을 시작하려는 순간, 겔러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인간성을 파괴한다”고 믿는 게임 반대론자에게 테러를 당한다.

견습 사원 ‘테드’와 필사적 도주에 나선 겔러는 우여곡절 끝에 게임 전문가 ‘비노코’의 연구소를 찾아 필요한 수술을 마치고 엑시스텐즈의 세계로 진입한다. 하지만 게임은 예상 밖의 교묘하고 극악한 효과가 이어지며 점점 꼬여간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반전 상황이 거듭되며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간다. 테드와 겔러는, 시쳇말로 ‘멘붕(멘탈 붕괴)’에 빠지고 그 상태로 영화는 끝이 나버린다.

시종 우울하고 삭막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엑시스텐즈는 ‘인간의 몸과 마음은 디지털로 인해 종잡을 수 없이 변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암울하게, 동시에 날카롭게 경고한다.

 

2000년대_디지털과 몸과 마음, 그 엇갈리는 함수

1990년대 말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 관련 연구의 방향은 이전보다 한층 밝아졌다. 물론 일부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의 진전으로 인간 뇌가 생각보다 유연하고 가변적 장기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디지털과의 상관 관계에 대한 해석도 점차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 디지털을 둘러싼 최대 변화는 관심 분야가 ‘게임’에서 ‘인터넷 사용’으로 폭넓어진 것이다. 자연히 ‘게임 하는 인간’에 대한 우려는 ‘인터넷 하는 인간’에 대한 우려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이런 주장들이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간은 정보의 홍수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게 될 것이다
△수많은 정보를 워낙 빠르게 탐색하다 보니 정작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집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능력 역시 저하되는 추세다
△모든 판단의 근거를 ‘인터넷 검색’에 의존한 결과, 인간의 기억력 자체가 퇴화되고 말았다
△인터넷 중독 증세가 심해지면 모든 의무를 소홀히 하면서 사회적으로 무책임해지는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아진다

 

비판적 시선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14일(현지 시각) 발행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당신은 이제 금붕어보다도 집중력 지속 시간이 짧아졌다(You Now Have a Shorter Attention Span Than a Goldfish)”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00년 실시된 한 조사 결과, 인간의 집중력 지속 시간은 평균 12초였다. 반면, 2015년 행해진 같은 조사에서 이 수치는 8초로 줄었다. 형편없는 기억으로 악명 높은 금붕어의 평균 집중력이 9초인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최악의 집중력을 갖춘 생명체인 셈이다.

하지만 뇌신경과학계의 최신 연구는 상황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정도가 아니란 판단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뇌신경학계에서 떠오르는 화두 중 하나는 ‘뇌신축성(brain plasticity)’이다. 인간의 뇌는 일생에 걸쳐 환경 속 자극을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그 자극에 적응해 최적의 반응 구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변화해간다는 게 뇌신축성의 핵심이다. 이런 전제에서라면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두뇌도 전반적 변화에 맞춰 변화해갈 거라고 간주할 수 있다.

집중력 감퇴 문제 역시 이런 관점에선 적응 과정의 일종으로 해석될 수 있다. 뇌신경학에선 이를 일명 ‘오프로딩(off-loading)’ 개념으로 정의한다. 인간 두뇌는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저장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불필요한 정보는 빨리빨리 버린다(off-load)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과 같은 정보 과잉 사회에서 수많은 정보를 빨리 처리할 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디지털 때문에 집중력이 저하된다’고 여겨졌던 현상이 ‘(디지털을 포함한) 모든 게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두뇌는 필요한 방식으로 움직인다’고 재해석되는 것이다.

디지털 게임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게임뿐 아니라 인터넷 사용 전반에 해당되는 얘기지만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일수록 주어진 교과 과정에서 교과서 내용만 암기하며 자라던 세대에 비해 긍정적 변화가 관찰된다. 특정 과제가 주어지면 학습된 지침을 기억해내면서 적용하려는 게 아니라 창의적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가는 행태가 관찰되며,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통합해가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능력 역시 향상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 중독과 기타 개인∙사회 생활 수행 능력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 중독으로 사회 생활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건지, 부적절한 습관으로 사회 생활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인터넷 중독에 빠지기 쉬운 건지 정확히 짚을 필요가 있단 얘기다. (후자의 경우, 디지털 게임이나 인터넷이 없었던 시대였다면 다른 사행성 놀이나 약물 중독 따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2010년대 이후_부정과 좌절 넘어 결정과 통합으로

좋든 싫든 모바일 시대는 커넥티드 라이프(connected life)를 일상으로 가져왔다. 현대인은 의식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아도 누구나 온라인으로 연결돼(connected) 움직이는 일상(life)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맘만 먹으면 각종 IT 기기를 두뇌 등 신체기관의 연장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보다 적극적으로 심신 건강 관리에 활용되는’ 솔루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고소공포 증세로 발코니 근처에도 못 가던 독일 청년 핀 제드리세크(Fynn Jedrysek)는 삼성전자 기업 캠페인 ‘론칭피플 2.0’에 참여, 삼성 기어 VR의 도움을 받아 5주 만에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5년 4월 15일자 스페셜 리포트(의료 장비, 진화의 끝은? 날로 똑똑해지는 헬스케어 시장)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현황을 조망했다. 그해 10월 14일 스페셜 리포트(우리의 기술로 전 세계 인류의 힘찬 출발 돕겠다” 2막 오른 삼성전자 브랜드 캠페인 ‘론칭피플)에선 공포심 극복에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하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스마트폰 소지자 중 대다수는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나 성격 유형을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한 번쯤 측정해봤을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모바일 기기로 엄청난 규모의 정보와 네트워킹을 활용하는 일이 아주 쉬워지면서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 기기들은 인간이 이제껏 만들었던 그 어떤 소지품보다 더 널리 사랑 받고 있다. 늘 몸 가까이 두고 소지하는 아이템이란 점도 이런 인기에 한몫하는 요인이다.

스위스 출신 신경과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übler-Ross, 1926~2004)는 환경 변화에 따른 인간의 심리 변화 메커니즘을 일명 ‘퀴블러-로스 모델(Kübler-Ross model)’로 정리했다<아래 그래프 참조>. 이에 따르면 인간이 특정 변화를 접했을 때 처음엔 ‘충격’ ‘부정’ ‘좌절’의 과정을 거치며 ‘우울(하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지만 곧이어 ‘실험’ ‘결정’ 과정을 지나고 그 변화를 자신의 삶 속에 받아들여 ‘통합’ 시킨다.

디지털이 인간의 심신에 끼치는 영향도 위 곡선의 궤적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쩌면 현대인은 디지털의 위력에 충격을 받고 부정적 판단을 내리는 단계를 지나 뭔가 새로운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자신의 삶 속에 통합시키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일상의 디지털화는 여전히 크고 작은 문제를 내포한다. 하지만 인류는 그 변화의 장점을 취하는 한편, 한계 극복 요령을 알아가고 있다. 날로 강력해지는 ‘디지털 파워’에도 인류의 미래가 굳건할 수 있다면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알고 보면 근거 있다, 메∙탈∙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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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보기에 아름다워야 한다. 디자인은 기능을 담는다. 디자인은 사람들의 생각과 소망을 드러낸다. 디자인은 마치 물결처럼 시∙공간을 흐르며 굽이치듯 변화한다. 끊임없이 바뀌어가는 디자인의 경향, 일상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전제품 디자인의 최근 동향은 어떨까?

2010년대에 들어서며 단연 눈에 띄게 확장 중인 트렌드가 있다. 금속성 소재를 사용하거나 금속 같은 느낌을 주는 일명 ‘메탈릭룩(metallic look)’이 그것. 가전제품뿐 아니라 인테리어 전반에 걸쳐서, 심지어 패션 분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메탈. 그 속에 담긴 가치관과 기능, 아름다움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생각이다.

 

#1. 메탈은 ‘프레스티지’다

서구 선진국 디자인 비평에서 메탈릭룩과 연관되는 주요 키워드는 ‘프레스티지(prestige)’다. 특정 개인의 사회적 권위와 명망을 가리키는 이 단어는 그런 위엄에 대한 선망을 뜻하기도 한다. 이렇게 메탈 느낌을 위엄, 혹은 그에 대한 선망과 연결 짓는 행위는 종종 유전과학적 근거에 의해 뒷받침된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메탈(금속)은 최고 지도자의 상징이었다. 대표적 상징물은 왕관. 근대 이전엔 동서양 어느 사회에서나 최고 권력자 머리 위에 황금 장식물을 둬 그 위엄과 권력의 크기를 나타냈다. 또한 최고 권력자들은 일상 속 집기 제작에 은(銀)을 많이 사용했다. 은으로 된 식기와 술잔, 화병 등은 세속에서뿐 아니라 성직자의 영역에서도 ‘높은 세계’를 상징하는 ‘잇(it) 아이템’이었다.

이런 물건들은 문학에서도 의미심장하게 등장한다. 요즘 뮤지컬로 재구성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이 그 한 예다.

레미제라블의 원작은 19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 1802~1885)의 동명 소설이다. 작품에서 덕망 높기로 이름난 ‘뮤리엘’ 주교는 19년간의 형기를 마친 후 거리를 방황하던 주인공 ‘장 발장’을 재워준다. 하지만 그날 밤, 장 발장은 성당에서 은으로 만든 촛대와 술잔을 훔쳐 달아난다. 거리에서 그와 마주친 경찰은 그의 거동을 수상히 여겨 배낭을 뒤지고, 배낭 속 물건들이 성당 것이란 사실을 한눈에 알아본 경찰은 장 발장을 뮤리엘 주교에게 데려간다. 하지만 주교는 경찰에게 그 물건들은 자신이 선물한 거라 말하고, 이에 감동한 장 발장은 이후 자신의 죄를 크게 뉘우치고 성실하게 새 삶을 일궈간다. 은(메탈) 제품이 ‘성스럽고 고귀한 영역 내 어떤 것’을 상징한단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줄거리다.

귀금속 아이템이 특정 계층을 상징하게 된 건 물론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 ‘힘 있는 사람’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있었다. 역시 금속으로 만들어진 ‘무기’가 바로 그것. 처음엔 청동으로, 이후엔 철로 만들어진 칼과 창은 영웅들의 위대한 행적에 반드시 함께했다. 그중엔 영국 아서왕 전설에 나오는 명검(名劍) 엑스칼리버(Excalibur)처럼 ‘그 자체로 신비한 힘을 지닌 물건’으로 숭상된 것도 적지 않다.

그래서일까, 첨단 과학기술이 널리 보급된 오늘날에도 메탈은 위엄이나 특별한 권력 같은 느낌으로 사용되곤 한다. 다양한 소재가 한데 어우러진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메탈 아이템은 유독 눈에 띈다. 온통 흰색으로 장식된 주방, 혹은 한쪽 벽면을 나무나 벽돌 재질로 마감한 주방에서 메탈 소재 냉장고가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그 때문이다. 어쩌면 현대인의 DNA 속엔 ‘나도 모르게 메탈에 주목하게 되는’ 오랜 집단 기억의 자취가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무의식 저편에 깊이 각인된 메시지라 해도 시대가 바뀌면 그 맥락에 따라 적절히 변용되게 마련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며 메탈은 ‘(산업혁명의 첨병인) 기계’와 연계되며 ‘왠지 모르게 멋있고 특권적인 것’이자 ‘선망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8세기 유럽 주부들이 은제 식기와 포크, 나이프를 풀 먹여 빳빳하고 깨끗한 헝겊에 싸 소중히 보관했던 건 그 때문이다. 메탈 소재 냉장고를 들여놓고 남몰래 뿌듯해 하는 21세기 한국 주부의 마음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2. 메탈은 견고하며 진지하다

뭔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그저 잠재의식 수준의 애착에서만 온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특정 소재가 많이 쓰인다는 건 곧 그만큼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능이 그 소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금은 따위의 메탈이 사랑 받아온 건 단순히 외관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가공하기 쉽고 잘 부식되지 않아 실용적이란 점도 꽤 크게 작용했다. 특히 최근 부쩍 많이 출시되는 ‘외관이 메탈릭한’ 아이템 중 상당수가 원래 기능적 이유로 쓰이던 것들이다.

모르긴 해도 메탈 소재가 전자제품 외관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최초 사례는 노트북일 것이다. ‘방 안에 붙박이로 놓여 있던’ PC가 점차 소형화되고 휴대성이 강화되면서 기기 외부를 한층 가볍고 견고하게 만들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메탈은 견고성 측면에서 이전까지 PC 외장재로 흔히 쓰이던 강화 플라스틱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반면, 단점도 뚜렷하다. 일단 종류에 따라 무게 차이가 크고 대체로 플라스틱보다 무겁다. 도장(painting) 문제도 있다. 노트북은 사용할 때 손이 자주 닿고 이동 시 주변 물건들과 마찰도 잦아 피막을 도포해도 벗겨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도장 과정을 포기하면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사용하기에 불편할 수 있다. 부식(腐蝕)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때마침 이런 문제를 모두 해소할 수 있는 소재가 등장했다. 일명 ‘AAO’로 불리는 양극산화알루미늄(Anodic Aluminum Oxide)이 그것. AAO는 산화알루미늄 분자를 나노미터[1] 수준의 미세한 구멍이 벌집처럼 규칙적으로 배열되도록 가공한 신개념 메탈이다. 가볍고 견고하며 부식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어떤 구조로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다양한 질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자연히 도장 공정 없이도 그 자체로 상당히 품위 있는 질감과 색감으로 마감될 수 있다.

▲메탈 소재가 채택된 삼성전자 제품들

1990년대 들어 AAO 양산 기술이 개발되면서 메탈 활용 관련 연구가 크게 늘었다. 처음엔 노트북처럼 ‘반드시 가벼워야 하는’ 소형 전자제품에 주로 적용됐지만 최근엔 TV나 냉장고처럼 집 안 특정 공간에 고정적으로 배치되는 대형 가전제품의 외관 구조 제작에도 널리 쓰인다.

냉장고를 예로 들어보자. 메탈 외관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냉장고 외관은 스틸 강판으로, 내부 구조물은 강화 플라스틱으로 각각 구성됐다. 하지만 AAO는 내∙외관 할 것 없이 두루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기기 내부에 AAO를 활용하면 기존 냉장고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과 (균등한) 냉장 효과가 단연 업그레이드된다. 플라스틱은 냉기 순환을 차단, 소형 팬을 사용해 강제로 순환시켜줘야 하지만 AAO는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한 구멍이 냉기를 기기 내부 구석구석 전달해줘 비교적 적은 에너지로도 늘 일정한 내부 온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참 전부터 이 기술을 선구적으로 도입, 활용해오고 있다. 적용 상품은 김치냉장고. 김치가 먹기 좋을 정도로 맛있게 익으려면 ‘김치 익는 환경과 온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가장 맛있는 김치는 겨우내 땅속, 딱 김장독이 적당히 묻힐 만큼의 깊이에서 숙성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도시에 살며 ‘김장독 묻을 마당’을 갖춘 이는 손에 꼽을 정도인 게 사실. 설사 공간이 확보됐다 해도 겨울 날씨 온도가 예전과 달라 적절한 맛을 갖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대형 스탠딩 김치 냉장고를 개발한 데 이어 역시 국내 최초로 메탈그라운드 쿨링 방식을 채택, 김치가 가장 맛있게 익을 수 있는 온도를 큰 변화 없이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김치가 알맞게 발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미생물이 안정된 환경에서 생장할 수 있도록 일정 저장 공간을 창출하는 데도 성공했다. 삼성 김치냉장고가 2014년부터 3년 연속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건 이 같은 기술 개발에 기울여온 노력의 결과다.

 

#3. 메탈은 조화롭고 아름답다

권력이 늘 강하고 압도적인 건 아니다. 진정한 힘은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력에 있다. 그런 힘을 가진 존재를 가리켜 사람들은 기꺼이 “아름답다”고 평한다. 그렇게 볼 때 메탈은 천연 소재 중에서도 포용력이 큰 편이다. 어떤 재질을 썼든 무슨 스타일로 꾸몄든 모든 인테리어 환경과 완벽하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메탈은 벽지나 가구, 소품과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조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주변 공간을 확 살릴 수도 있다. 기본적으론 빛을 반사하는 소재이지만 어느 정도로(혹은 어떤 느낌으로) 반사하도록 마감하는지에 따라 어두워 보이는 공간을 환히 살릴 수도, 반대로 너무 화사해 안정감이 부족할 수 있는 공간을 차분히 만들어주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은 뭔가 광택을 내는 아이템에 점점 더 끌리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에 메탈 소재를 잘 활용하면 보다 많은 이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을 겁니다.” 영국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최근 인테리어 동향을 설명하며 클레어 저먼(Claire German) 첼시하버디자인센터(Design Centre, Chelsea Harbour) 이사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메탈 디자인과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충고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금속이 지닌 ‘임팩트(impact)’ 자체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메탈은 지난해 10월 26일자 스페셜 리포트(‘심미적 기능주의’ 빌트인 가전이 뜬다)에서 언급했듯 ‘미니멀리스트 룩’과 최적의 조합을 이룬다. 단, 여기서 미니멀리즘은 메탈 요소를 최대한 ‘적게(minimal)’ 사용하란 뜻이 아니다. 다른 장식 요소를 줄이고 메탈이 주는 효과를 최대한 살리거나, 아니면 여러 요소 속에서 메탈 가전제품을 ‘포인트’로 사용하는 게 좋다는 권고다.

삼성 가전에 채택된 메탈은 최신 디자인 트렌드에 담긴 이 모든 정서를 끌어안는다. 김치냉장고 ‘지펠아삭’만 해도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아트 브러시’ 모델은 나무와 패브릭 소재로 장식된 컨트리풍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며 △강인한 인상의 ‘클래시 실버’ 모델은 고전적∙현대적 인테리어 어디서든 특유의 존재감을 더한다. △가벼운 핑크 빛이 도는 ‘크리스탈 듀 핑크’ 모델은 사랑이 넘치는 신혼 공간을 영롱한 크리스탈 광채로 감싼다<아래 사진 참조>.

 

#4. 그리하여 메탈, ‘예술’이 되다

1925년 프랑스 파리에서 ‘현대장식∙산업미술국제전’이 열렸다. 행사장엔 당시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청년 디자이너들이 총출동, 건축·패션·가구 등 부문별로 새로운 콘셉트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시기에 선보인 작품들은 일명 ‘아르데코(Art Deco)’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르데코는 수공예적 곡선을 강조하던 기존 흐름에 반기를 들고 공업적 생산 방식을 미술과 결합시켜 기능적·고전적 직선미를 추구한 걸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산업형 물질문명을 끌어안으며 모더니즘으로 진입하는’ 세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흐름이었다.

▲삼성전자가 CES 2017에서 선보인 QLED TV는 메탈 퀀텀닷 기술을 적용, “외관뿐 아니라 기능 측면에서도 화질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360도 어떤 각도에서 봐도 아름다운 디자인 역시 공간을 구성하는 오브제로서 손색이 없다

아르데코가 탄생한 지 근 1세기가 지난 오늘날, 메탈 가전 디자인의 흐름은 ‘기존 유행을 답습하지 않았다’는 점에선 아르데코 때와 비슷하지만 그 방향성은 사뭇 달라졌다. 제품 자체를 중시하는 모더니즘을 넘어, 기기 고유 기능은 유지한 채 자연 소재가 지닌 아름다움과의 통합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아르데코와 메탈릭룩의 공통분모는 또 있다. 100년 전 아르데코가 선진국, 그중에서도 가장 엘리트 집단을 구성하는 디자이너 사이에서 태동한 것처럼 메탈릭룩 역시 업계를 선도하는 주체에 의해 하나의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빚어낸 글로벌 단위의 집단지성은 디자인 분야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 ㎚. 빛의 파장처럼 짧은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 1나노미터는 1미터의 10억 분의 1이다

음성인식 기술의 진화, 그 끝은 결국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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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뭔가를 알고 싶을 때 어떻게 할까? 약 3000년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었다. 따라서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 자신이 기억한 걸 말로 잘 표현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존재였다. 마을마다 ‘기억력 비상하고 경험 풍부한’ 노인 한두 명이야말로 그 마을 사람들이 뭔가 궁금해할 때마다 ‘소환’되곤 하던 데이터베이스였다.

몇몇 사람의 기억을 보완하며 등장한 게 바로 문자 매체, 즉 ‘서류’였다. 인류 최초의 서고(書庫)가 등장한 건 기원전 7세기, 당시 메소포타미아 북부 지역 소재 고대 국가 아시리아(Assyria)에서였다. 물론 이때엔 종이가 없었기 때문에 서류라고 해야 ‘점토를 편평하게 밀어 송곳으로 문자를 새긴 후 불에 구워 차곡차곡 쌓아두는’ 형태가 고작이었다. 이런 문서는 (비록 대량으로 만들어낼 순 없었지만) 사람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분명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실(fact) 확인엔 도움이 됐을 것이다.

14세기 고려의 ‘직지심경(直指心經)’ 편찬, 이어 15세기 독일인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으로 서류(혹은 그것의 묶음인 책) 만들긴 한결 쉬워졌다.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며 책이나 신문 따위의 매체는 세계 전역에서 일반인도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됐다.

 

반 세기 만에 실현된 ‘스타 트렉’ 속 로망

변화는 시작이 힘들 뿐 일단 물살을 타기 시작하면 엄청난 속도로 진전된다. 실제로 종이 매체가 보편화된 지 불과 한 세대 정도 지난 1990년대에 접어들며 종이 매체 속 콘텐츠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인 모두가 어디서나 공유할 수 있게 됐다. PC를 통해 전 세계 데이터베이스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되자, 일부에선 ‘정보의 홍수’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도 변화의 흐름은 계속됐다. 날로 작아지고 간편해지는 모바일 기기의 보급 덕에 세상은 ‘모든 사람이 모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1966년 드라마로 첫선을 보인 스타 트렉 시리즈는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영화로 제작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위 이미지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스타 트렉 비욘드’의 스틸 이미지(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만 하면 충분히 편리해졌으니 이제 그만 하자!’ 인간 세계에서 이런 타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1966년 첫 전파를 탄 미국 SF TV 드라마 시리즈 ‘스타 트렉(Star Trek)’엔 정확한 지식과 정보뿐 아니라 신뢰할 만한 지침까지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컴퓨터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당시 이 시리즈에 열광했던 시청자 중 상당수는 드라마에서처럼 실제에서도 인간과 기계 간 대화의 실현을 꿈꿨다.

그리고 오늘날, 그 꿈은 현실로 부쩍 다가왔다. 의자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것, 손목에 찬 웨어러블 기기를 ‘터치’하는 것조차 번거롭다.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입 밖으로 꺼냈을 때 곧장 정확하고도 신뢰할 수 있는 답이 돌아온다면 어떨까? 좋아하는 음악이 저장된 CD를 장만하거나 다운로드해 MP3 플레이어에 담을 필요 없이, 그저 “샤이니 신곡을 들려줘”라고 말하기만 해도 해당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실제로 요즘 구현되는 기술은 스타 트렉에서의 그것을 능가한다. 일단 굳이 우주선 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 어디서 뭘 하는 중이든 손 안의 스마트폰, 혹은 손목이나 목에 착용한 웨어러블 기기에 대고 말만 해도 된다. 헤드셋 형태의 기기라면 그저 질문을 소리 내어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그것도 ‘세계 최대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고생해도 찾기 어려울 정도의’ 품질을 갖춘 대답을! 그뿐 아니다.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사용자가 가장 듣고 싶은 음악도 ‘지금 바로 내 귀로’ 제공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 기반 서비스 로봇’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요즘 음성인식 앱,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

사실 현대인에게 음성인식 기술은 퍽 가까이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는 고객이 (상담을 원하는) 제품명을 말하면 이를 자동으로 인식, 전문상담원과의 통화로 연계한다. 지난 2012년 갤럭시 S3와 함께 출발한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서비스 ‘S보이스(S-voice)’는 이제 전화 연결에서부터 웹브라우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스마트 기기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접하며 스타 트렉 속 컴퓨터 목소리를 떠올리는 이는 아직 많지 않다. 극중 우주비행사들이 기계와 대화하는 모습과 현실의 음성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본인의 모습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1998년과 1999년 방영된 ‘스타 트렉: 딥 스페이스 나인(Star Trek: Deep Space Nine)’ 시리즈에서 ‘마일즈 오브라이언(Miles E. O'Brien)’이 컴퓨터 지시에 따라 우주선을 운행하는 장면만 봐도 그렇다.

사람의 지시에 따라 우주선을 제어하는 능력까지 기대하긴 시기상조라 치자. 적어도 위 장면에서처럼 급한 상황에서 빠른 말투로 질문을 던졌을 때 즉각 자연스러운 말투로 정확한 정보를 말해주는 정도는 돼야 컴퓨터와 소통하는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런 면에서 2017년 1월 현재 나와있는 음성인식 기반 서비스들은 여전히 답답하다. 더욱이 조용한 곳에서, 또박또박 정해진 말을 해줘야 하는 만큼 ‘친근한 동반자’ 같은 느낌을 받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실 이는 음성인식 기술을 개선, 보다 실용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자 하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골머리를 앓는 난제 중 하나다. “인간에겐 아주 쉬운 일이 컴퓨터에겐 아주 어렵고, 인간에게 아주 어려운 일들이 컴퓨터에겐 아주 쉽다”는 일명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관련 내용은 지난해 3월 23일자 스페셜 리포트(“인공지능의 미래가 두렵다”는 당신에게) 참조>이 음성인식 기술 개발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 입장에서도 고충은 있다. 일단 소리 입력 장치에 들어가는 소리 중 ‘사람 말’과 그렇지 않은 걸 구분해내야 한다. 거리에서 자동차 소음과 인간 음성을 구분하는 작업은 비교적 쉽겠지만 여럿의 말소리가 마구 뒤섞이는 파티 장소에서 특정인이 쓰는 단어만 골라내기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다.

컴퓨터에게 지시 내리는 사람이 말을 빨리, 그리고 이어서 하는 편이라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하나의 단어가 어디서 끝나고 또 시작되는지 구분하기조차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어처럼 단어마다 미세하게 받침이 달라진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제아무리 세련된 음성인식 정보 제공 서비스라 해도 “지금 ‘단골 식당 예약 부탁해’라고 하셨습니까, 아니면 ‘당 고효율 식단에 약 부탁해’라고 하셨습니까?” 같은 질문을 반복해 사용자를 짜증나게 할 일이 잦아질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간은 같은 취지의 말을 하면서도 거의 무한에 가깝게 소리를 바꿔 낸다. 똑같은 말이라도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높낮이나 억양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그 모든 변수를 컴퓨터가 인식, 정확한 메시지를 이해하도록 하는 건 실로 엄청난 작업이다. 설사 정확한 음성인식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건 첫걸음에 불과하다. 해당 음성이 담고 있는 문장 구조와 의미를 이해해 정확한 의미와 연결시켜야 비로소 정확한 ‘인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걸 생각하면 누군가의 말을 듣고 그 의미를 실시간으로 이해해 반응하는 인간의 두뇌는 그야말로 ‘기 막히게 뛰어난’ 장치다. 이를 위해 모든 인간은 태어난 직후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상황에서 말하고 들으며 언어 생활을 반복해왔다. 어쩌면 ‘언어적으로 완성된’ 인간을 상대로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인간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니, 현 상태의 기술이 구현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고도 할 수 있다.

 

음성인식 기술은 첨단 융합 과학의 최전선

음성인식 기술은 컴퓨터과학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분야 중 하나다. 대개의 첨단 학문이 그렇듯 여러 부문 간 협력 작업이 필수이며 최소한 언어학∙수학∙뇌신경과학∙컴퓨터과학이 공동으로 작업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컴퓨터는 어떤 절차를 거쳐 음성을 인식할까? 초기 단계에선 컴퓨터가 사람 음성을 듣고 자체 내장 메시지 중 그것과 일치(match)하는 걸 찾아 이해하거나, 해당 소리 유형과 특징을 분석했다. 이런 방법을 종합해 소리 간 연계를 확률로 계산, 제시하는 모델링 기법이 완성됐다. 이 기법은 관련 연구에 핵심적으로 기여한 러시아 수학자 안드레이 마르코프(Andrey Andreyevich Markov, 1856~1922)의 이름을 따 ‘히든 마커브 모델(Hidden Markov Model, HMM)’로 이름 붙여졌다. HMM은 뇌신경과학적 성과와 컴퓨터과학의 합작품인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 기술을 만나며 음성인식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컴퓨터와의 대화가 시간∙장소 제약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음성인식 기술이 지니는 이점은 점차 커질 것이다. 실제로 ‘손 안의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음성인식 기술 개발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최근엔 아마존까지 음성인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련 소프트웨어 경쟁 속도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추후 사물인터넷까지 안정적으로 보급된다면 목소리로 주거 환경을 제어하거나 자동차를 작동시키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스타 트렉 속 컴퓨터가 우스워질 정도로 환상적인 세상이 눈앞에 바짝 다가온 것이다.

 

120억 달러 황금 시장, 선점 경쟁 ‘스타트’

지난 5일부터 나흘간(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7’이 열렸다. 매해 개최 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핫(hot)한’ 기술이 주목 받는 CES의 성격을 고려할 때, 올해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음성인식 기술이었다. 이 같은 추세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글로벌 온라인 시장조사 기업 ‘마켓츠앤드마켓츠(MARKETSANDMARKETS)’에 의하면 오는 2022년 음성인식 기술 시장 규모는 119억6000만 달러(약 14조1427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CES 행사장에서 △냉장고 ‘패밀리허브 2.0’ △QLED TV △로봇청소기 ‘파워봇’ 등 그간 공들여 개발해온 음성인식 기능 탑재 제품을 선보였다. 하나같이 ‘단순 인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 기술과 결합, ‘인간과 전자제품 간 소통’을 꾀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를테면 패밀리허브 2.0은 명칭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가족(family)의 중심(hub)에 자리 잡을 만한 가전이다. 요리나 설거지 등으로 손이 자유롭지 못한 주방 환경을 감안해 사용자가 원하는 걸 ‘말’만 해도 △조리법 △온라인 쇼핑 △음악 재생 △뉴스∙날씨 정보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다. 가족끼리 사진이나 메모를 공유할 수 있었던 이전 모델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더해 가족 구성원 각자의 계정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것도 진일보한 대목이다. 사용자에게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 최대 레시피 보유 웹사이트 ‘올레시피스(allrecipes.com)’를 비롯, 전 세계적으로 약 100개 업체와 협업을 진행 중인 점 역시 돋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5일 삼성전자는 미국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랩스(VIV Labs)를 인수하는 등 자사의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기술 영역을 보다 넓고 깊게 파헤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삼성이 생산해내는 하드웨어와 결합, 인류의 삶을 한층 풍부하게 해줄 전망이다.

인간의 힘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증폭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자 사는, 혹은 동거인이 있어도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 동화 속에서 숲 속 모든 존재와 대화하고 협력해 놀라운 일을 척척 해내는 요정처럼 그들도 TV∙조명∙냉장고∙세탁기 등 집 안 모든 기기와 얘길 나누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일을 척척 해낼 날이 머지않았다.

‘두려움’에서 ‘친근함’으로… 로봇청소기, 인간의 로봇관(觀)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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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robot). 한때 ‘아이들의 꿈’ 정도로 간주됐지만 지금은 산업적으로, 또 가정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메카트로닉스[1] 아이템이다. 대개 로봇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생김새는 인간과 비슷하면서 인간이 원하는 서비스를 척척 해주는 기계’를 떠올린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상상 속 로봇’은 인간과 정서적 교류까지 가능할 정도로 친근한 존재다.

 

한 세기 가까이 이어져온 ‘기계인간 공격’ 공포

그런데 로봇이란 단어의 등장 배경엔 상당히 어두운 맥락이 숨어있다. 흔히 영단어로 알려진 로봇의 어원은 ‘강제 노동’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다. 1920년 체코 극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 1890~1938)가 쓴 공상과학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Rossumovi Univerzální Roboti, R.U.R)’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서방 세계에 그 개념이 최초로 도입됐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R.U.R은 합성 소재로 만든 인조인간, 곧 ‘로봇’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로봇 제조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해리 도민(Harry Domin)’은 R.U.R에서 만들어진 로봇이 값싼 노동력을 제공,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고 빈곤도 퇴치할 거라고 믿는다. 반면, 그의 아내는 힘들고 위험한 노동으로 착취 당하는 로봇을 불쌍히 여긴다. 10년 후, 세상은 해리가 꿈꾸던 것과는 사뭇 달라져 있다. 로봇이 일을 다해주자, 나태해진 사람들은 힘든 일을 조금이라도 하지 않으려 했다. 아이도 낳지 않았다. 한편, 험한 노동에 시달리던 로봇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반란을 일으킨다. 이 일로 해리와 그의 아내를 비롯, 지상의 모든 인간이 죽고 R.U.R 기술자 ‘알퀴스트(Alquist)’가 유일하게 남겨진다, “(항상 일만 하던) 손이 로봇과 닮았다”는 이유로. 로봇은 알퀴스트에게 “로봇을 계속 생산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건 알퀴스트 능력 밖의 일이었다. 로봇의 수명은 기껏해야 30년. 절멸(絕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R.U.R 소속 생리학자였던 골(Gall) 박사는 죽기 직전, 두 로봇 ‘프리무스(Primus)’와 ‘헬레나(Helena)’에게 영혼을 불어넣었다. 프리무스와 헬레나가 서로 사랑하고 있단 사실이 밝혀지자, 알퀴스트는 둘에게 세상을 맡기기로 한다. 이들에게서 아기가 태어나고 그 결과 지구상에 사랑과 생명이 다시 이어지길 기대하며….

이 작품에서 알 수 있듯 ‘로봇’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차페크 연극 속 로봇의 성격은 오늘날과 사뭇 다르다. 우선 차페크가 만들어낸 로봇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계인간이 아니라 합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이다. 극중 인간과 로봇의 관계 역시 현대 사회에서의 그것과 차이가 상당하다. 인간이 ‘(기계의 일종인) 로봇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로봇을 노예처럼 부리는’ 형태이기 때문이다(실제로 로보타는 한때 ‘노예’란 뜻으로도 쓰였다).

하지만 차페크의 로봇 이미지는 이후 한동안 서구 세계의 상상력을 지배했다. 그리고 그 흔적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남아있다.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에서부터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2004년작 ‘아이, 로봇(I, Robot)’에 이르기까지 “언젠가 기계인간(로봇)이 인간을 공격할 것”이란 두려움은 현대인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반대로 ‘인간이 기계인간(로봇)을 억압하는’ 풍경 역시 영화에서 공공연하게 접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 ‘A.I.’(2001)가 대표적 예다.

한편, 현대 사회로 접어들며 영화 속 인간과 로봇 간 관계는 그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2012년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이 제작한 ‘로봇앤프랭크(ROBOT&FRANK)’만 해도 그렇다. 극중에서 인간 노인 ‘프랭크’를 돌보는 일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은 교묘한 감정적 호소를 통해 프랭크가 건강을 위해 노력하도록 만든다. 그뿐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선 프랭크를 위해 자신의 기억 저장 장치 속 메모리를 다 지워달라면서 ‘친구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감동마저 선사한다.

카렐 차페크의 연극, 그리고 오늘날의 영화 같은 대중예술은 당시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비슷한 소재의 줄거리가 달라졌단 사실은 곧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단 걸 말해준다. 그 사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마법과 현실 사이, ‘대리노동 로보틱스’의 진화

20세기 초 차페크는 ‘노동을 회피하고 안이함만 추구하는’ 인간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담아 희곡을 썼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며 사정은 좀 달라졌다. 대규모 생산 라인에서 단조롭게 반복되는 노동이 “비인간적 행위”란 비판을 받는 사이, 기계가 단순 노동을 대신하게 하는 ‘자동화’ 기술이 점차 재조명 받게 된 것. 이런 흐름을 타고 중요하게 부각된 인물이 ‘로봇공학의 아버지’로 불렸던 미국 물리학자 겸 사업가 조셉 엥겔버거(Joseph F.Engelberger, 1925~2015)다.

엥겔버거는 ‘자동 작업 처리 기계’를 최초로 만든 기술자 조지 데볼(George Devol, 1912~2011)과 함께 1950년대에 이미 최초의 제조용 산업 로봇 ‘유니메이트(Unimate)’를 만들었다. 이후에도 서비스 산업과 건강 도우미, 우주 탐험 등 로봇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도록 이론적∙실천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로봇 도입에 비판적인 견해와 관련, 엥겔버거가 건넨 답변은 ‘로봇의 궁극적 용도’에 관한 그의 신념이 얼마나 뚜렷한지 보여준다.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들 합니다. 그건 사실과 달라요. 로봇이 하는 일은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사람으로서 차마 못할 일’이죠. 그걸 사람에게 시키는 게 오히려 더 비인간적인 것 아닐까요?”

엥겔버거의 활약 덕분에 인간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대리노동자’의 성격은 한층 분명해졌다. 그건 차페크 희곡 속 로봇처럼 합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이 아니다. 기계에 자동 제어 장치를 결합시킨 메카트로닉스 공학의 산물이다. 때마침 컴퓨터가 개발되며 자동 제어 장치는 점차 정교해졌고 기능도 다양해졌다. 그 결과, 인류가 초기에 상상했던 로봇과 비슷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런 아이템은 굳이 인간 형상을 하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 부품을 집어 들어 컨베이어 벨트에 정확히 올려놓는 ‘팔’만 있어도, 혹은 생산 폐기물을 실어 처리장까지 운반한 후 처리 장치에 정확히 투입하는 ‘발’과 ‘등판’만 있어도 충분히 제 몫을 다할 수 있었다.

‘인간과 어느 정도 닮았으면서 대화도 되는’ 로봇을 만들어 실용화시키려는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고급 장난감’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이 대목과 관련해선 지난해 6월 22일자 스페셜 리포트 ‘인간과 로봇, 아슬아슬한 동거를 시작하다’를 참조할 것). 반면, 인간처럼 생기진 않았지만 인간의 고된 노동을 덜어줄 수 있는 ‘대리노동자로서의 로봇’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여기저기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활동 무대가 산업 현장을 넘어 일반 가정으로까지 확대됐다.

 

로봇청소기는 ‘가정용 대리노동 로봇’의 최전선

집 안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는 게 ‘비인간적으로 고된’ 노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 “아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한 번 권해보자, “몸소 한 번 해보라”고.

이른 아침부터 온 가족이 뿔뿔이 자기 할 일 찾아 나가버린 후 텅 빈 아파트. 여기저기 마구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와 헤집어진 침구, 소품이며 가구 따위를 치우고 세탁기를 돌리며 설거지하는 주부의 입장이 돼보라고 하는 것이다. 고립된 공간에서 매일 반복되는 작업을 마치고 나면 이미 녹초가 될 게 뻔하다. 그런 상태에서 소소한 쓰레기와 음식 부스러기,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들러붙어 잘 떼어지지 않는 바닥을 깨끗이 치우는 일은 어지간히 맘먹지 않고선 해내기 어렵다.

‘먹는 것과 일하는 건 나눠서 하라’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 해도 함께하는 이가 있으면 서로 담소를 나누며 고달픔을 잊고 해낼 수 있다. 반면,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 해도 매일 혼자서 해내야 한다면 그 짐을 짊어진 이(대체로 주부다)에겐 그보다 큰 부담이 없다. 바로 그때 그 부담을 누군가 나눠 질 수 있다면, 그게 사람이든 기계든 상관없이 반갑고 고마우며 사랑스럽게 여겨질 것이다.

주부의 일손을 덜어주는 가전 종류는 꽤 많다.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만 해도 그렇다. 하지만 이들은 한 자리에 고정적으로 설치된, 이를테면 가구 같은 아이템이어서 (로봇처럼) 생명력 있게 움직인단 느낌을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18세기 말 이미 등장한 이들 가전이 몇 세기를 지나오는 동안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정착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로봇청소기의 발전 속도는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세계 최초 로봇청소기가 소개된 건 1996년 영국 BBC TV에서였다. 불과 20여 년 만에 뜨거운 호응 속에 놀라운 진화를 거듭해온 것이다.

로봇청소기는 일반적으로 진공청소기 구조의 일부를 변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장착한 형태다. 그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2017년 1월 현재 정확한 종(種) 수를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전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로봇청소기를 내놓고 있다. 말하자면 ‘로봇청소기 전국시대’라고나 할까? 삼성전자 역시 이 대열에 합류해 지난 2009년 ‘스마트탱고’를, 2014년 ‘파워봇’을 각각 출시했다.

 

파워봇, ‘최고 성능’으로 이름난 영국 제품 압도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최대 소비자 정보지가 로봇청소기 비교 분석 보고서를 펴냈다. 집필진은 보고서 발간 시점을 기준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로봇청소기 모델 중 성능이 가장 뛰어나며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국 모 전자기업 제품 A와 삼성전자 파워봇을 비교, 실험했다. 결과는 파워봇의 우세승이었다.

‘청소 능력(Cleaning)’ 부문의 경우, 두 제품 모두 ‘일반 마루 청소’ 기능은 탁월했지만 ‘카펫 미세먼지 청소’ 기능에선 파워봇의 성능이 더 뛰어났다. ‘모서리 청소’ 분야에서도 파워봇은 사각형 외관을 활용,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다. A는 빠른 시간 내에 청소를 완료한 반면, 청소가 치밀하게 이뤄지지 않아 먼지가 많이 남았다.

▲미국 최대 소비자 정보지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로봇청소기 중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인정한 파워봇(모델명 ‘SR20H9051’)

‘통과성과 기동성(Clearance and Maneuverability)’ 부문에선 기기 폭이 좁은 A가 다소 유리했지만 문턱은 두 모델 모두 수월하게 넘었다. ‘프로그래밍(Programming)’ 부문 관련 점수는 두 제품 모두 높았다. 특히 파워봇은 자동·수동·최대·스팟 등 4종(種)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갖춰 주목 받았다. 이중 ‘스팟’은 원하는 곳에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비춰 해당 부분만 청소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이 밖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원격 조정이 가능한 파워봇의 특성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인간은 언제부터 로봇 같은 존재를 꿈꾸게 됐을까? 모르긴 해도 ‘고되고 험한 노동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열망이 싹튼 시점과 엇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상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며 꾸준히 이어져왔다. 마법으로 빗자루를 움직이면 청소가 뚝딱 끝나곤 했던 독일 민담 속 한 장면, 외출 후 돌아오면 우렁 각시가 집안일을 말끔히 해치워놓았던 한국 전래동화의 설정. 배경과 등장인물은 조금씩 다르지만 두 사례 모두 ‘고된 노동에 지친 이들이 피로를 달래기 위해 지어낸 후 나누던 이야기’란 점에서 그 출발선은 동일하다.

요컨대 로봇청소기와 같은 ‘도우미 가전’의 일상화는 로봇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이들 로봇은 차페크의 로보티, 그리고 영국 작가 메리 셸리(Mary W. Shelley, 1797~1851)의 동명 소설 속 주인공 ‘프랑켄슈타인’과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주인을 공격할 염려가 전혀 없고 오직 사용자의 일 부담만 덜어주기 때문이다. 비록 외관이 사람을 닮은 건 아니지만 사람 못지않게 신뢰감과 친근감을 선사한다. 또 사람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깔끔하게 주어진 일을 척척 해낸다.

어쩌면 현대인은 파워봇 같은 로봇형 가전 덕분에 로봇을 예전보다 더 친근한 존재로 상상할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런 상상은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인간에 가깝고 한층 안전하며 능률적인’ 로봇의 개발을 앞당길 게 분명하다.


[1] mechatronics. 기계와 전자를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학문

‘페이크 뉴스 창궐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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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레스(Veles). 발칸반도 동북쪽 공화국 마케도니아에 위치한 인구 5만5000명의 소도시다. 자그마한 강줄기를 앞으로 두고 산자락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동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허름한 거리와 엇비슷한 주택이 늘어서 있고 낡은 카페도 간간이 눈에 띈다. 하지만 카페 안 풍경은 그야말로 ‘반전’이다.

 

마케도니아 소도시 벨레스서 터진 ‘디지털 금광맥’

대개 이런 카페에선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웬만큼 있는 노년층 몇몇이 커피나 맥주를 홀짝이며 시간을 때우게 마련이다. 하지만 벨레스의 카페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아니, ‘젊다’기보다 ‘어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기껏해야 10대 후반, 아무리 봐도 20대 초반에 불과한 청(소)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들이 하나같이 명품 브랜드 옷과 시계를 걸친 채 고가의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단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뿐 아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한다면 이들이 ‘명칭은 그럴듯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표를 매단’ 칵테일을 끊임없이 주문해 마시고 있단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디지털 골드 러시 인 벨레스(Digital Gold Rush in Veles)!’ 이들이 바로 지난해 12월 중순, 전 세계 유수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가짜(fake) 뉴스’ 사건의 주인공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인 지난해 여름 이후, 온라인 뉴스 공간에선 뚜렷한 흐름 하나가 감지됐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에 대해 호의적인, 반면 (트럼프의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에 대해선 악의적인 뉴스가 눈에 띄게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같이 황당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히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이를테면 ‘유니버스폴리틱스’란 이름의 매체는 “프란체스코 교황, 가톨릭 교도를 향해 ‘힐러리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선언하다”란 제목의 뉴스를 내보냈다. 또 다른 매체 ‘프레시뉴스’는 “(클린턴 지지자로 알려진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트럼프 지지로 선회, 할리우드가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뭔가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이들 뉴스를 ‘뒷조사’하기 시작한 건 세계적 온라인 뉴스 미디어 ‘버즈피드(BuzzFeed)’, 그리고 영국 대표 언론사 ‘가디언(Guardian)’이었다. 이들이 각기 따로 파고든 조사의 결론은 동일했다. 친(親)트럼프 성향 뉴스의 진원지가 벨레스(의 동네 카페들)였단 사실이다. 실제로 벨레스에선 100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개설, 운영되고 있었다. 운영진은 대부분 이 마을에 거주하는 10대 후반 청소년이었다. 이들은 미국 극우파 보수 성향의 엉터리 뉴스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뒤지며 입맛에 맞는 글을 긁어다 적절히 짜깁기하고 윤색해 가짜 뉴스를 만들어냈다.

 

3억 美 민심, 이웃 나라 10대 장난에 농락 당하다

가짜 뉴스 생산을 통해 이들이 노린 건 돈, 즉 광고 수익이었다. 온라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높은 조회수는 고가의 광고 수익으로 직결된다. ‘벨레스 가짜 뉴스 제조 군단’의 표적은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지만 트럼프 개인의 자질은 반신반의하던” 미국 보수층이었다. 실제로 벨레스 청소년들이 창작해낸 ‘트럼프에게 유리한 뉴스’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지 1주일도 안 돼 수십 만 개의 ‘좋아요’를 획득했다.

구글의 광고 연결 엔진 ‘구글 애드센스(Google AdSense)’는 특정 웹페이지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 자동으로 해당 페이지에 가장 비싼 광고를 배정한다. 결국 (트럼프에게 투표하고 싶은 자신의 결정이 그릇되지 않길 바라는) 미국인이 가짜 뉴스를 클릭할 때마다 (미국 동부에서 1만 킬로미터는 족히 떨어진) 벨레스 청소년들의 통장 잔고는 차곡차곡 채워졌다.

모든 전모가 밝혀진 후 서구 언론사들은 이 청소년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벨레스로 취재진을 급파했다. 익명을 전제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청소년들은 당당했다. “우린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어요. 지금껏 변변한 일자리 하나 없어 굶고 살았는데 (가짜 뉴스를 만들어 배포하는 일은) 잘하면 하루에도 수백 만 원씩 벌 수 있잖아요. 이 좋은 걸 누가 안 하겠어요?”

인터뷰에선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처음 만든 뉴스는 (힐러리의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즈의 좌파 성향에 관한 거였어요. 하지만 이내 알게 됐죠. 사람들이 더 많이 보는 건 트럼프 관련 뉴스란 사실을요.” 슬라브코 카디에브(Slavco Cadiev) 벨레스 시장은 한술 더 떴다. “우리 젊은이들이 저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뉴스’ 세상 그림자… 영어권서 특히 취약

페이크 뉴스란 말 그대로 사실이 아니라 거짓으로 날조된 내용으로 구성된 뉴스를 뜻한다. ‘(올바른) 정보’가 아니라 ‘거짓(혹은 역∙逆) 정보’를 전파하는 뉴스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페이크 뉴스는 풍자 뉴스나 모큐멘터리(mockumentary)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풍자 뉴스는 뉴스를 비틀어 보는 이를 웃게 함으로써 세태를 비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모큐멘터리는 관객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다큐멘터리의 특징인 사실주의 기법을 극영화에 채택한 형태를 일컫는다. 이에 반해 페이크 뉴스는 진지하게, 그리고 다분히 고의적으로 읽는 이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믿게 해 잘못된 방향으로 판단을 유도한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든 이가 애초 의도한 특정 효과를 노린다. 이때 효과는 벨레스 사례에서처럼 돈(광고 수익)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종종 정치적 영향력이나 영업력 확대 등 다른 목적을 띠기도 한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브라질 대통령의 재선(2014)과 탄핵(2016) 과정엔 페이크 뉴스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 지난해 4월 영국 공영 방송 BBC 브라질지국의 보도에 따르면 호세프 탄핵 과정과 관련,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뉴스 가운데 60%는 가짜였다.

지난 2015년 서방 언론의 공분을 샀던 일명 ‘트롤팜(Troll Farm)’ 사건도 페이크 뉴스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의 측근 중 한 명이 별도 팀을 꾸려 페이크 뉴스를 양산해냈단 게 사건의 요지다. (트롤은 서양 민담에 등장하는 못된 괴물의 이름이다.) 트롤팜의 결성 목적은 미국 등 서구 주요 국가와 관련,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국제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데 있었다.

2015년 12월 대만 영자 매체 ‘차이나포스트(The China Post)’는 당시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만 유명 관광지 시먼수력발전소(石門水庫, Shihmen Reservoir)의 조명 축제 비디오 영상을 가리켜 “날조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역 상인들이 다른 장소에서 촬영된 영상을 조작, 유포했단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좌파 정당 ‘오성당(Five Star Movement)’은 러시아 지원을 받아 페이크 뉴스 유포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의료 상담 웹사이트 ‘라 푸치나(La Fucina)’는 음모론에 가까운 예방주사 반대론을 펴는 동시에 민간 의료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2017년 2월 현재 페이크 뉴스 주요 생산국으로 손꼽히는 나라엔 마케도니아와 러시아 외에 루마니아가 있다. 이들 국가에서 생성된 페이크 뉴스는 인터넷 망을 타고 독일∙인도네시아∙필리핀∙스웨덴∙미얀마∙미국 등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쉬워진 뉴스 유포가 발단… 정부∙기업 ‘전쟁’ 선포

사실 페이크 뉴스가 범람하게 된 데엔 쉬워진 뉴스 소비가 단단히 한몫했다. 물론 오늘날의 그것과 개념이 좀 다르긴 하지만 과거에도 페이크 뉴스는 존재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기다(死諸葛走生仲達)’[1]로 요약되는 중국 고전 ‘삼국지’ 속 일화는 요즘도 페이크 뉴스의 영향력을 암시하는 맥락에 종종 쓰인다. 그뿐 아니다. 미국 자본주의가 발전을 거듭했던 19세기 후반 ‘도금시대(Gilded Age)’에도 돈벌이만 되면 악의적 중상과 날조를 서슴지 않는 일명 ‘옐로페이퍼(yellow paper)’가 판을 쳤다. 이후에도 소소한 비양심적 언론을 중심으로 사실(fact)과 허위(fake)가 마구 뒤섞인 뉴스는 끝도 없이 쏟아졌다.

현대 국제사회에서 페이크 뉴스가 문제로 떠오르는 건 그 영향력의 규모와 차원이 이전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불특정 다수에게 뉴스를 전파하려면 신문사∙인쇄소∙배급소∙서점∙라디오∙방송국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유통 시설이 반드시 필요했다. 자연히 ‘뉴스의 생산과 보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하기도 어려웠다. 이에 따라 모든 언론은 자신이 하는 말에 엄중한 책임을 졌다(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벨레즈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검색 엔진을 이용할 줄만 알면 누구나 그럴듯한 영어 표제를 동원, 세계인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킬 수 있다. 이 경우, 뉴스 생산자를 찾아내기 어려울뿐더러 설사 찾았다 해도 해당 국가에 관련 처벌 규정이 없으면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순식간에 불어난 페이크 뉴스의 부작용 앞에 속수무책이던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이 정신을 차린 건 불과 두어 개월 전이다. 지난해 11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선 11개 선진국 고위 관료들이 모인 가운데 ‘디스인포메이션 사이버 전쟁 퇴치’를 주제로 회의가 열렸다. 주요 안건(agenda)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페이크 뉴스에 대응하기’였다. 이 자리에서 미국∙독일∙스웨덴∙핀란드 등 10개국은 가짜 언론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센터 설립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별도로 유럽연합(EU)이나 구글∙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기업도 자체적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팩트체크(Factcheck)’ 폴리티팩트(Politifact) ‘스노프스닷컴(Snopes.com)’ 등 특정 콘텐츠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웹사이트도 앞다퉈 개설, 운영되고 있다.

 

난립하는 온라인 정보… ‘옥석’ 판별 능력 배양해야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옛말이 있다. 인터넷 세상, 특히 모바일 기기로 소비되는 온라인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현대 사회에서 페이크 뉴스 문제는 분명 새로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작용하는 인간 심리는 아주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형성된 후 시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 모습만 바뀌어가며 같은 원리로 반복 재생된다. 그렇다면 페이크 뉴스 뒤엔 어떤 인간 심리가 숨어있을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일명 ‘감탄고토(甘呑苦吐)’ 심리다. 흔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해석되는 이 단어엔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입맛에 맞는 견해를 인정하고 싶어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최소 수십 만의 보수적 미국인이 바로 그 심리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새 벨레스 청소년 몇몇이 엮어 만든 가짜 뉴스의 후원자가 됐다.

또 하나, 권위 있는 사람의 의견을 따르려는 심리 역시 페이크 뉴스가 창궐하는 데 기여했다. 진화생물학계에 따르면 이 같은 심리는 인간을 비롯, 모든 고등동물에 공히 적용되는 특성이다. 특정 결정을 내릴 때 모든 정보를 전부 고려해 판단하려면 두뇌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 때문에 대개의 고등동물은 ‘가장 성공적인 개체의 선택’을 그대로 따라 하며 과도한 에너지 소모를 피한다. 예를 들어 붉은가슴울새 암컷은 봄에 짝짓기 할 때 ‘무리에서 가장 새끼를 많이 낳은 암컷이 선택한 수컷’과 교미하려 앞다퉈 경쟁한다.

인터넷이 일상화됐다곤 하지만 아직 이 문화에 익숙지 않은 기성세대 중 일부는 그럴듯해 보이는 웹사이트에서 나온 말이면 덮어놓고 신뢰한다. 사실관계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기보다 ‘권위 있어 보이는’ 매체의 말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이다. 페이크 뉴스는 바로 이런 온라인 정보 취약 계층의 허점을 노린다. 이들의 구미에 맞는 뉴스를 날조해 제공하면 곧바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비양심적 사이버 범죄 집단의 은행 계좌 잔고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할 게 분명하다.

개중 다행스러운 건 어린 세대일수록 온라인 정보에 ‘덜’ 취약하단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14일 삼성전자 뉴스룸은 스페셜 리포트 ‘디지털, 세상을 뒤집다_교육 편’을 통해 디지털 시대가 바꾸는 교육을 집중 조명했었다. 이 글에 따르면 젊은 세대일수록, 인터넷 세상이 이미 익숙한 어린이와 청소년일수록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온라인 정보의 옥석을 구분할 줄 안다. 그리고 그 능력은 피교육자 연령이 어릴수록 점점 더 완성돼간다. 가짜 뉴스란 ‘그림자’를 내리누를 ‘빛’을 좀 더 갖게 된달까? 세상 모든 일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지만 빛이 강해지면 그에 비례해 그림자는 옅어지고 종국엔 사라질 테니 말이다.


[1] 제갈량이 지혜로운 계략을 발휘해 자신의 사후에도 적장 사마중달을 물리친 이야기에서 나온 고사

 


퍼플오션의 승자 되는 법: 기존 시장서 새 기회 보는 삼성 가전 성공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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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오션의 승자 되는 법: 기존 시장서 새 기회 보는 삼성 가전 성공 전략

지난 2005년 ‘블루오션 전략’(원제 ‘Blue Ocean Strategy’)이란 책이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INStitut Européen d'ADministration des Affaires, INSEAD) 교수 두 명(김위찬, 르네 모보르뉴)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과거 100년간 30개 산업군에 걸친 성공 사례를 분석, 공통된 전략을 도출했다. 요(要)는 “성공한 기업은 (이미 포화 상태인) 기존 시장, 즉 ‘레드오션(Red Ocean)’에서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 게 아니라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신규 시장인 블루오션을 창출해내는 방식으로 큰 이익을 낸다”는 것. 책 출간 이후 블루오션 전략은 그간 기업 사이에서 관행처럼 유지돼온 레드오션 전략과 대비를 이루며 ‘성공하는 기업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 하는 방향성’으로 급부상했다.

 

#‘팬텀 싱어’의 선전 비결에 주목하라

지난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책 ‘억만장자 효과’(쌤앤파커스, 원제 ‘The Self-made Billionaire Effect’)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이 책을 공동 집필한 존 스비오클라(John Sviokla) 익스체인지[1] 소장과 미치 코헨(Mitch Cohen) PwC 부회장은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Forbes)가 제시하는 전 세계 억만장자 목록을 들여다본 후 되도록 다양한 나라에서 자수성가형 인물 120명을 임의로 선택, 사례 분석에 나섰다. 그 결과, 80% 이상이 (블루오션이 아니라) 레드오션에서 성공을 거둔 걸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은 융통성 없이 레드오션 전략을 충실히 이행한 게 아니라 기존 틀 안에서 새로운 기회 공간을 창출해내는 접근법을 택했다.

스비오클라와 코헨은 이들의 전략을 “레드(오션)와 블루(오션)를 합친 보랏빛”으로 규정, ‘퍼플오션(Purple Ocean)’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모든 기업 공간은 사실상 보랏빛 바다, 다시 말해 이미 자리 잡은 관행의 틀에 뭔가 새로운 기회를 덧붙이며 만들어지는 것”이란 게 두 사람의 주장이었다.

얼마 전 종영된 TV 프로그램 ‘팬텀 싱어’(JTBC)를 예로 들어보자. 솔직히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을 표방한 TV 프로그램은 지난 10여 년간 지겹도록 많았다. 노래는 물론, 댄스∙힙합∙패션∙요리 등 분야를 막론하고 경연이 진행됐고 카메라는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방영했다. 결과는 ‘피로감’이었다. 실제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시청자는 매년 눈에 띄게 줄었다. 한편에선 “국내 방송가에서 경연 콘셉트는 이미 포화 상태”란 평이 나왔다.

팬텀 싱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게다가 목표는 무려 ‘남성 4중창단 선발’이었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안팎의 회의적 반응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종합편성 방송으로선 드물게 5%에 이르는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것.

팬텀 싱어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레드오션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새로운 기회인 ‘블루’ 요소를 도입, 결과물을 ‘퍼플’로 바꾼 덕분이다. 여기서 블루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이 경쟁 도구로 차용했던) 대중가요에 그치지 않고 정통 성악이나 뮤지컬 음악 등으로 취급 장르를 확대해 한층 폭넓은 시청자층을 흡수한 점을 가리킨다.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의 효과가 주는 품질 향상도 빼놓을 수 없다. 성공 요인은 또 있다. 기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집단 경연 후 단독 무대’ 형태를 띠어 후반부로 갈수록 경연자 스스로 느끼는 고립감과 피로감이 가중됐다. 반면, 팬텀 싱어 출연진은 경연이 거듭될수록 자신의 팀을 구축해가며 안정적 유대감을 갖게 돼 공연 질이 날로 향상됐다.

 

#대표적 레드오션 분야, 가전제품 시장

레드오션 전략의 상징은 ‘각국 상선 사이, 간혹 해적선도 몇 척 보이는 상황에서 이해관계를 두고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다 유혈 사태가 빚어져 피로 붉게 물든 바다’다. 한정적 이윤을 두고 ‘피 튀는’ 경쟁을 벌이는 시장이란 얘기다. 20세기 후반 이후 이 비유에 딱 들어맞는 분야가 하나 있다. 가전제품 시장이다.

전 세계에서 가전제품의 개발∙소비가 가장 먼저 정착된 나라는 미국이었다. 당시 상당수의 미국인은 충분한 경제력을 갖추고도 사회 분위기상 ‘노예처럼 부리는’ 사람을 집 안에 두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실제로 웬만한 미국 가정에선 20세기 초 이미 라디오∙TV∙세탁기∙주전자∙냉장고∙재봉틀∙다리미 따위의 전기제품이 흔히 사용됐다. 20세기 후반 들어선 식기세척기와 의류건조기까지 개발, 일반화됐다. 물론 그 사이 유럽 일부 기업은 진공청소기∙전화기 등 품목별로 미국산(産)을 능가하는 제품을 내놓았지만 그 외 국가 기업은 언감생심 그 경쟁의 판에 끼어들지조차 못했다.

▲다양한 가전제품의 등장은 집 안 풍경을 혁신적으로 바꾼 전환점이 됐다

이들 구미 선진국이 출시한 가전제품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체로 크고 튼튼하며 그에 비례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한 번 구입하면 여간해선 쉬 고장 나지 않으며, 심지어 대물림해 쓰는 경우도 잦다. 이 같은 장점은 오히려 제조사 입장에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시장을 확장시키는 데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미국 가전 기업이 초기부터 시장을 ‘전 세계’로 설정한 건 그 때문이었다. 1950년대 후반 들어 이 무대에 일본 기업이 합류했다. 일본 가전 제조사들은 가전제품 소형화 추세를 등에 업고 ‘사용자 편의성 개선’을 무기 삼아 세계 가전 시장의 주류로 편입하기 시작했다.

한편, 그 즈음 한국은 일제 강점기를 막 지나 6∙25 전쟁의 소요까지 거친 후라 스스로 가전제품을 생산해낼 여건이 아니었다. 당시 한국인이 처음 접했던 가전이라곤 군대 내 간이매점(PX, Post eXchange)에서 입수한 미국산 제품, 혹은 밀수입되던 일본산 소형 가전이 전부였다. 6∙25 전쟁 도중 피란민이 미군들에게서 입수한 소형 제니스 라디오 같은 게 대표적 예였다. 전후 제니스 라디오 가격은 쌀 50가마 값을 훌쩍 넘어섰다. 마을에 제니스 라디오 있는 가구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걸 전화선처럼 집집마다 이어 달아 함께 듣는 풍경이 흔하게 펼쳐지곤 했다.

1960년대 후반, 정부의 적극적 정책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국내 기업이 가전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내수 기반은 어느 정도 안정됐고 1980년대 후반부턴 수출 산업의 효자 종목으로까지 꼽히게 됐다. 하지만 1990년대 초까진 여전히 ‘후진국에 싼 값으로 내다 파는’ 수준이었다. 고품질 가전이 즐비한 글로벌 시장에서 평가 받는 제품을 내놓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게 여겨졌다. 당시 한 전문 경영인이 기고한 일간지 칼럼 속 우려는 이런 상황에 대한 기업인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가전 선진국’ 미국서 거둔, 값진 성과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 시장인 미국에서 지난해 4분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2016년 한 해를 통틀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트랙라인(Traqline)’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미국 가전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5% 포인트 성장한 18.7%(브랜드 기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3분기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연간 점유율(17.3%) 역시 지난해 전체 1위였다. 세탁기∙냉장고 판매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오븐∙식기세척기 등 주방 솔루션 전 제품군 점유율이 동반 상승한 데 따른 성과였다[2].

국산 가전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입지를 굳히고도 ‘1류 제품’의 위상에까진 이르지 못했던 게 1990년대 초였다. 그리고 2017년, 전 세계 가전 시장 판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여전히 세계 각국 제품이 자비 없이 경쟁하는 레드오션이란 점은 변함없지만 그 안에서 한국 제품의 존재감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은 이제까지와 또 다른 성취다. 미국은 가전제품 시장 중에서도 그 규모가 가장 크다. 오랜 가전 사용 역사를 갖고 있어 소비자 취향이 까다롭고 제품 선택 기준이 엄격한 시장이기도 하다. 이런 무대에서 역사가 오랜 선진국 기업들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른 비결은 뭘까? 키워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가치소비’, 다른 하나는 ‘소통’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특히 젊은 층일수록 더더욱) 단지 가사 노동 부담을 덜기 위해 가전제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해당 가전이 지닌 가치를 자신의 일상 속으로 도입하려는 생각이 누구보다 강하다. 또한 그런 가치를 또래집단과 끊임없이 소통, 공유한다.

제조사 입장에서 이 같은 변화를 따라 잡으려면 제품의 핵심 기능과 내구성, 심미성(디자인)이란 ‘기본’을 견지하면서도 사용자 입장에서의 편의성을 혁신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란 부가가치 제공에도 앞장서야 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 한 대를 만들 때에도 삼성전자는 그저 ‘음식(을 차게 보관하는) 저장소’ 제작에 머무르지 않는다. △기기 속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定溫) 기술로 식품의 선도 유지 효과를 극대화해 기능을 차별화하고 △빌트인∙메탈 등의 디자인 요소를 도입, 사용자의 생활 공간에 잘 녹아들도록 하며 △냉장고가 가족 구성원의 식생활 관리뿐 아니라 가족 간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패밀리허브’ 같은 콘셉트를 고안해낸다.

마케팅 측면에서의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에 앞서 삼성전자는 기존 리테일 네트워크를 유지, 확대하는 동시에 (온라인 소통을 즐기는) 일명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 콘텐츠 체험을 확대했다. ‘글로벌 전자 기업’이 갖춘 디지털 기량을 십분 활용한 전략이었다. 이 같은 일련의 노력 덕에 삼성전자는 ‘이미 최대치까지 포화된 레드오션’으로 규정돼오던 미국 가전 시장에서 1인 가구나 신혼 가구 등의 ‘블루오션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레드오션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은 으레 ‘이 분야는 레드오션이니 그에 맞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란 생각으로 경영 활동을 이어간다. 반면, 삼성전자는 누구나 레드오션이라고 인정하는 가전 시장에 뛰어들어 ‘사용자 입장에서 즐겁고 유용한 기술’을 목표로 도전을 거듭해왔다. 동시에 디지털 세상을 선도하는 기술과 문화 구축에도 앞장섰다. ‘가전’이란 붉은 바다를 ‘디지털’이란 푸른 바다와 만나게 했다고나 할까? 반 세기에 걸친 노력 끝에 거둔 ‘미국 가전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은 그래서 더욱 값지다. 결국 퍼플오션에서 승자가 되는 길은 이것 하나다, 길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뚝심 있게 나아가는 것.


[1] The Exchange.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경영 자문을 맡고 있는 비즈니스 싱크 탱크

[2] 트랙라인 집계에 쓰인 가전은 냉장고·세탁기·건조기·오븐·식기세척기 등 5개 품목이다

프로듀서 S, 중국 오지 마을서 ‘꿈을 이룬 청년’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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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b0%b0%eb%84%88 프로듀서 S, 중국 청년 천츠화가 이룬 꿈의 행적을 찾아 나서다

∙ 이 글은 실제 영상 제작에 참여했던 스태프와의 인터뷰 내용을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 본문에 삽입된 사진은 전부 갤럭시 S7로 촬영됐습니다

 

“낙타다! 프로님, 저거 낙타 맞죠?”

여긴 중국 닝샤후이족(회족) 자치구 성도(省都) 인촨(银川∙Yinchuan)시. 하란산맥 기슭에 자리한 서하왕능(西夏王陵) 뒤쪽으로 황량하게 이어진 사막 입구다. 드론 촬영 준비에 한창이던 스태프 중 한 명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디, 어디?” 소리 친 스태프의 손끝을 눈으로 좇아가니 저 멀리 잿빛 모래 사이로 까만 점 하나가 보였다. 강낭콩만 한 점은 느릿느릿, 하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낙타 떼였다. 실크로드 길목에서 드디어 낙타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겨울 사막 한복판, 기적처럼 나타난 낙타 떼

인촨시에서 나고 자란 한 청년의 얘길 담기 위해 시작된 중국 출장. 주된 목적은 주인공과 그의 가족을 만나는 거였지만 영상 제작자 입장에서 ‘사막 위 낙타 떼’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이미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겨울 사막 위에서 낙타를, 그것도 떼로 만나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가. 낙타는커녕 사막에 들어가기조차 어려운 형편이었다(중국 사막은 상당수가 이미 관광 상품화돼 관리인이 상주하기 힘든 겨울철엔 외지인 입장이 제한된다).

출국 전 나름 치밀한 사전 조사를 거쳤지만 이런 현지 사정은 그 어느 곳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이번 출장의 목적지 중 하나인 인촨시 닝샤(寧夏) 관련 정보는 더더욱 구하기 어려웠다. 여행 책이나 관광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건 물론이고 중국 현지 코디, 심지어 본토박이 중국인조차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이번 작품에 쓰일 영상을 찍기 위해 하란산맥 기슭 사막에서 촬영용 드론을 띄웠다. 황량한 겨울 사막인 이곳은 골치 아픈 황사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다행히 우리 일행이 찾은 날엔 모래바람이 거의 일지 않아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럭키(lucky)!

‘겨울 사막 한복판에서 낙타와 마주하는’ 행운이 우리 일행에게 올 줄이야! 뭔가 예감이 좋다 ▲‘겨울 사막 한복판에서 낙타와 마주하는’ 행운이 우리 일행에게 올 줄이야! 뭔가 예감이 좋다

‘어쩌지? 사막을 촬영해야 좋은 영상을 건질 텐데….’ 망연자실한 채 사막 입구를 서성거리던 찰나, 한 남자가 돌연 눈앞에 나타났다. “사막을 촬영하고 싶어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자신을 ‘지역 주민’으로 소개한 그는 내게 절체절명의 순간, 기적적으로 나타난 동아줄 같은 존재였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진입조차 힘들어 보였던 사막 촬영, ‘그림’을 생각하면 포기하기 아쉬웠지만 언제 나타날지 몰라 거지반 생각을 접고 있었던 낙타 촬영. 모든 게 마치 약속이라도 돼 있었던 것처럼 척척 해결됐다. 그리고 이날의 행운은 출장 내내 우리 일행을 따라다녔다.

 

‘깡촌’ 옌츠 출신 스물넷 청년, 금의환향하다

이번 영상의 주인공은 상하이 소재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전자제품 수리 기사로 근무 중인 천츠화(陈志华, 24)<아래 사진>씨다. 그의 고향은 닝샤 동쪽에 위치한 옌츠(鹽池). 인촨에서도 150㎞ 떨어져 있는 곳이다.

천씨의 부모는 옌츠에서 양(羊)을 키운다. 학창 시절부터 모범생이었던 그는 집 안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고향에서 꽤 떨어진 산시성 시안(西安) 소재 한 전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 기계수리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삼성전자가 시안에 세운 1년제 직업학교 ‘삼성테크인스티튜트(Samsung Tech Institute)’에 진학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삼성테크인스티튜트를 졸업한 직후엔 교내 채용 절차를 거쳐 지금의 직장을 구했다.

천츠화씨가 걸어온 길은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중국 시골 소년들이 꿈꾸는 진로다. 중국은 땅이 넓고 인구도 많지만 돈벌이가 될 만한 직업은 아직 제한적인 편. 그렇다 보니 시골 청년이 도시로 진출,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회란 그리 흔치 않다. 낙후 지역일수록 교육 기회는 줄어들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습득, 도시로 취업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여전히 시골 출신 청년들은 도시 취업의 꿈을 접고 고향에서 부모의 업(業)을 이어받는다.

중국 청년 중 상당수는 글로벌 기업 입사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깡촌’ 출신으로 삼성테크인스티튜트를 거쳐 삼성전자에 취업한 천즈화(맨 위 사진 파란색 유니폼 차림 오른쪽)씨는 또래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중국 청년 중 상당수는 글로벌 기업 입사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깡촌’ 출신으로 삼성테크인스티튜트를 거쳐 삼성전자에 취업한 천즈화(맨 위 사진 파란색 유니폼 차림 오른쪽)씨는 또래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운 일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테크인스티튜트 졸업과 동시에 상하이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취업한 천씨는 고향에선 말할 것도 없고 그가 공부했던 삼성테크인스티튜트에서도 화제가 됐다.

 

촬영 팀, 옌츠 마을 잔치서 사진 ‘찍힌’ 사연

이번 영상의 주요 촬영지 중 한 곳이었던 옌츠 마을에서도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가 풍성했다. 천씨는 부모의 자랑인 동시에 고교생인 남동생에겐 둘도 없는 우상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천씨의 동생에게 입버릇처럼 “형처럼 공부 잘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도시 취업’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그는 고향 마을 청년들 사이에서도 ‘본보기’ 대상으로 종종 거론됐다.


▲천츠화씨의 고향 옌츠 마을 사람들은 상당수가 양을 친다. 그의 부모도 양을 키우고 있다<위 사진>. 마을 한편, 말린 옥수수 더미 옆에서 만난 한 꼬마가 촬영용 카메라를 신기한 듯 응시하는 모습. 옌츠는 도심과 한참 떨어져 있어 외지인, 특히 외국인의 방문이 극히 드물다. 덕분에 촬영 내내 우리 스태프는 마을 주민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견뎌내야 했다

촬영을 위해 옌츠 마을에 들어섰을 때 주민들에게서 상상치 못했던 환대를 받은 건 그 때문이었다. 워낙 외딴 지역이어서 외지인 방문이 극히 드물었던 이곳에서 우린 ‘낯설고도 반가운’ 외국인 손님이었다. 게다가 ‘마을 영웅’ 천츠화를 취재하러 온 팀이니 더 말해 뭐하랴! 실제로 촬영 스태프가 도착하자마자 마을은 온통 잔치 분위기였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계속해서 담배를 한 개비씩 권하는 현지 풍습에 따라 마을 어르신들은 돌아가며 쉼 없이 우리 일행에게 담배를 건넸다. 날 포함해 모든 스태프의 손엔 어느새 담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시간이 좀 흐르자, 이번엔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풍기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천씨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정장과 뾰족구두로 한껏 멋을 낸 아주머니 여섯 명이 물에 익혀 털을 제거한 양 한 마리를 통째로 든 채 부엌으로 향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양은 그 자리에서 칼로 쓱쓱 잘려 토막이 났다. 순식간에 잘 익은 양 수육이 눈앞에 먹음직스럽게 차려졌다.

천츠화씨의 가족을 촬영하기 위해 옌츠 마을을 찾은 촬영 팀을 환영하기 위해 잔치 한판이 벌어졌다. 동네 아주머니들의 칼질 몇 번에 양고기가 금세 먹기 좋은 상태로 토막 났다 ▲옌츠 마을에선 촬영 팀을 환영하기 위한 잔치판이 벌어졌다. 동네 아주머니들의 칼질 몇 번에 양고기가 금세 먹기 좋은 상태로 토막 났다

“일단 요기 좀 하고 촬영하라”는 주민들의 성화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자리에 앉아 양 수육을 한 점 집어 드는 순간,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아무래도 외국인의 방문이 신기했던 마을 주민들이 촬영 팀을 찍어보겠다며 각자의 휴대전화를 들고 나선 것. 주춤거리며 ‘브이(V)’ 자를 그린 채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생각했다. ‘쩝, 촬영은 우리가 해야 하는데….’

‘TV 포화 시대’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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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포화 시대’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우리 아빠는 말야, 소파에 누워서 TV만 틀면 바로 잠이 드신다.” “우리 아빠도 그래. 아주 TV가 수면제야, 수면제.” “그럴 거면 뭐 하러 TV 트시는지 모르겠어. 잠드셨나 싶어서 TV를 끄면 금방 깨서 ‘나 안 자. TV 놔둬!’ 이러신다니까.” “맞아, 맞아. 우리 아빠도!”

흔히 들을(상상할) 수 있는 10대들의 대화다. 사실 ‘TV만 틀면 잠드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독거노인이나 원룸에 사는 젊은 층처럼 혼자 사는 사람 중에선 잘 준비 다해놓고 그제서야 TV를 틀고 잠을 청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 이런 사정이 비단 국내에만 해당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인류 문명의 기적, ‘바보상자’로 전락하기까지

지난 2015년 삼성전자는 미국∙유럽 소비자를 대상으로 ‘라이프스타일 기반 TV 소비문화 행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침실은 거실 다음으로 TV 설치 비중이 높은 장소였다. 미국의 경우 조사 대상 전체 가구의 94%가 거실에, 78%가 부부 침실에, 54%가 자녀 침실에 각각 TV를 둔 걸로 나타났다. 네 번째로 많은 응답을 얻은 장소가 주방(13%)이었던 점을 떠올리면 거실과 침실이 TV 설치 공간으로 얼마나 압도적 존재감을 갖는지 알 수 있다. (응답자의 7%는 ‘TV를 한 대 더 둔다면 어디에 놓고 싶느냐’는 질문에 ‘부부 침실’을 꼽기도 했다.)

이 조사 결과는 오늘날 TV가 소비자에게 갖는 의미를 함의한다. 아울러 그동안 이 명제에 대한 해석이 부단히 바뀌어온 사실도 떠올리게 한다.

처음 시장에 출현한 TV를 두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란 점에 초점을 맞췄다. “RCA가 말한다. TV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The RCA Tells. What TELEVISION will mean to you!)” 1939년 미국 뉴욕, RCA[1]가 TV 실험 방송 시작을 알리며 내보냈던 광고의 첫 번째 문구다. 포스터 왼쪽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02층 옥상에 세워진 TV 안테나 사진이 앉혀졌다. 그 사이사이, TV로 볼 수 있는 장면이 다양한 설정으로 삽입됐다.

포스터 오른쪽엔 TV의 향후 가능성에 대한 RCA 측 주장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요(要)는 ‘TV 관련 사업은 라디오 사업처럼 엄청난 이익을 창출할 신규 영역이니 많이들 투자하라’였다. TV 사업을 처음 개척한 사람들에게 TV가 어떤 존재감을 지녔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어쩌면 이 시기 사람들은 향후 TV로 인해 소비자가 받게 될, 아니 사회 전체가 거쳐갈 변화의 물결까진 미처 내다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출처: 위키피디아)

이렇게 시작된 TV 방송은 이내 소비자 일상을 엄청나게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세상 모든 얘길 ‘살아 움직이는’ 형태로 구현해내는 이 기기의 출현에 열광했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지난 2015년 2월 11일자 스페셜 리포트(‘SUHD TV, 현대인의 삶에 손 내밀다’)에서 TV 보급 초기 풍경을 묘사한 적이 있다. 실제로 이 시기 TV는 가정을 넘어 지역공동체의 중심이었다. 온 마을 사람이 집∙이발관∙식당 등 ‘TV 있는 공간’에 모여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웃고 떠들었다. 몇몇 선진국에서 시작된 이 풍경은 얼마 안 가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당장 1960년대 서울에서도 저녁 무렵, TV 있는 집에 마을 사람들이 둘러앉아 TV 프로그램 시청에 집중하는 풍경이 흔하게 펼쳐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TV는 ‘현대 문명의 기적’ 정도의 대접을 받았다. 그야말로 ‘요술상자’가 따로 없었다. ‘저렇게 작은 통에 어쩜 저리 많은 사람이 들어가 움직이며 노래하는 걸까?’ 사람들은 그저 신기해했다. 당시 사람들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새 TV를 ‘공동체적 유대감의 핵심’으로 인지했다. 이후 TV 보급률이 점차 높아져 TV가 ‘거의 모든 가정에 있는 가전’이 되면서 초기 TV를 향한 동경은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TV는 가정의 중심 공간인 거실(한옥의 경우 대청마루) 한복판을 차지하며 가구 구성원을 장악했다.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TV에 높은 몰입도를 보였다. 주부가 가사에 집중하고 싶을 때 아이를 TV 앞에 앉혀놓으면 될 정도였다. 이처럼 개별 가정으로 침투한 TV는 모든 구성원의 관심을, 시간을 빠른 속도로 독점해가기 시작했다.

특정 대상의 영향력이 과도해지면 반드시 그에 대한 반작용이 생기게 마련. 실제로 1970년대 후반 들어 사람들은 TV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앞다퉈 쏟아내기 시작했다. 관련 근거가 될 만한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됐다. 이들 보고서는 하나같이 “TV는 △청소년의 학습 부진을 초래하고 △언어 발달에 지장을 주며 △폭력성과 반(反)사회성을 조장한다”는 주장을 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자녀의 TV 시청 시간을 철저히 제한하는 게 교양 있는 부모의 척도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TV만 보고 있으면 머리 나빠진단다, 얘야.” TV의 위상이 ‘바보상자’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공감 능력’ 업고 ‘대리적 현실’로 재조명 받다

한때 완전히 세(勢)가 꺾인 줄로만 여겨졌던 TV는 여전히 건재하다. 아니, 방송통신 기술 발전과 함께 오히려 예전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인간을 사로잡고 있다. TV의 영향력이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 비결은 뭘까? 이에 대한 사회과학자들의 답변은 대체로 일치한다. “인간 특유의 공감 능력 덕분”이란 것이다. 영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티치너(Edward B. Titchener, 1867~1927)가 처음 주창한 공감 능력은 ‘타인의 상황과 심리를 이해하고 그에 필요한 적정 반응을 보이는 인간의 능력’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혹자는 공감 능력을 가리켜 ‘인간이 사회적 동물일 수 있는 근거’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뇌신경과학의 최근 연구 결과는 공감 능력이 발현되는 과학적 메커니즘을 좀 더 확실히 보여준다. 지난 2013년 폴 잭(Paul Zak)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 교수(신경경제학) 팀이 진행했던 실험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감동적 실화가 담긴 비디오 클립을 보여준 후 그들의 혈액을 채취, 혈중 호르몬 성분을 검사했다. 그 결과, 대다수 참가자의 옥시토신(oxytocin) 농도가 실험 참가 전보다 높아졌다.

옥시토신은 타인의 상태를 공감하며 관련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호르몬이다. 말하자면 ‘공감 능력을 만들어주는 호르몬’인 셈이다. 따라서 TV 관람 도중 옥시토신 분비량이 늘어나는 건 TV 속 상황도 실제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공감 능력을 불러일으켜 특정 행동으로 이끌게 한단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실험 직후 연구진이 출구 쪽에 “비디오 클립 속 주인공 소년에게 전달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놓아둔 모금 상자엔 적지 않은 돈이 모였다. 영상을 접한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금액이었다.

폴 잭 교수의 실험은 ‘TV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TV가 제공하는 모습이나 소리는 현실 경험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신경계와 호르몬계에 작용, 마치 현실에서 경험하고 반응할 때처럼 심신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TV는 그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 흥미를 유발하는 ‘오락상자’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 대체 효과를 갖는 ‘대리적 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폭발적 소프트웨어 성장세, 제조사에도 ‘호재’

국제연합(UN)이 발표한 ‘세계 개발 지표(Global Development Indicator)’에 의하면 2010년 현재 전 세계 총 가구 수의 약 89%(14억2000만 가구)가 16억 대의 TV를 이용하고 있다. 신생아부터 노인까지 포함한 지구상 인구의 61%(42억 명)이 일상에서 TV를 접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TV 시장은 가히 ‘포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TV 기기 자체의 소비는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2015년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TV 보유 대수는 2009년 이래 약간 늘어났을 뿐 기본적으론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유럽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대조적으로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 부문의 변화는 엄청난 속도로 진행 중이다. 실시간 TV의 수요가 유의미하게 줄지 않는 건 물론, 시간과 무관하게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볼 수 있는 일명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비중은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 분야의 공급량이 증가한다는 건 관련 수요 역시 늘고 있단 사실을 방증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TV로 뭔가를 보는 시간의 총량 자체가 늘어난단 것이다. 이 때문에 한쪽에선 “이제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 생산 능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콘텐츠의 성격도 다양해졌지만 특정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역시 상당 부분 바뀌었다. 실제로 ‘TV가 청소년의 반(反)사회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던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폭력적∙선정적 내용으로 보는 이의 아드레날린(adrenaline, 공격성 호르몬의 일종) 농도를 높이는 콘텐츠가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 행태는 사뭇 달라졌다. △흐름이 비교적 느린 드라마 △보는 이가 편안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여럿이 함께 노래하며 춤추는 음악 방송 등의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제공되던 서부 활극이나 액션, 서스펜스 영화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던 시절과 달리 한국식 드라마나 대중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주목 받게 된 배경도 이 같은 변화와 맥락을 같이한다.

TV는 물론 셋톱박스, OTT(Over-The-Top) 등 다양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원리모트 ▲CES 2017에서 선보인 '원리모트(One remote)' TV·셋톱박스· OTT 등 주변 기기를 리모컨 하나로 제어할 수 있어 다양한 콘텐츠를 보다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신규 수요가 하드웨어의 신규 수요로 연결될 수 있을까? 논리적으로 따져볼 때 대답은 “당연히 연결될 수 있다”다. 다만 수요의 ‘성격’을 잘 읽어야 한다. 오늘날 TV는 한 가구의 구심점이란 위상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라이프 파트너’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해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동네 이발소는 말할 것도 없고) 집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 보는 것조차 번거로워한다. TV 시청 역시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누리는 형태로 즐기고 싶어하는 것이다.

2015년 삼성전자가 발간한 미국∙유럽 지역 TV 소비문화 보고서 역시 그런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요컨대 오늘날 소비자가 원하는 TV의 양상은 이런 것이다. △눈에 너무 튀지 않을 것 △집 안 다른 인테리어 요소들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갖출 것 △거실은 물론, 부부와 자녀 침실에도 한 대씩 두고 싶은 모양일 것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을 것 △보는 이의 기분과 필요에 따른 프로그램 선택이 가능할 것 △시청하다 언제든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사실적 영상과 음향을 갖춰 일체감을 느끼게 해줄 것….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TV 제조사가 유념해야 할 TV의 미래상이기도 하다.

QLED TV 라이프스타일


[1] Radio Corporation of America의 약칭. 1919년 설립된 미국 전자제품 제조 기업. 1986년 제너럴 일렉트릭(GE)에 인수됐다

‘사이버 생태계 무적자’ 랜섬웨어의 심상찮은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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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스페셜 리포트 ‘사이버 생태계 무적자’ 랜섬웨어의 심상찮은 행보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작성능력을 겸비한 뉴스룸 전문작가필진이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콘텐츠 입니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 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자인터뷰등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주 1회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난 2일 롯데면세점 인터넷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으로 마비됐다가 3시간여 만에 복구됐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롯데면세점 인터넷 홈페이지 4개 언어 버전(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이 모두 마비됐다. 중국 해커들의 ‘디도스(DDoS)’ 공격이었다. 지난 6일엔 롯데 홈페이지에 대한 중국 해커들의 ‘디페이스(deface)’ 공격이 시작됐단 보도도 나왔다. 잇따른 사이버 테러의 배경으론 ‘롯데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 해커들의 보복’이란 추정이 제기됐다.

디도스는 ‘분산서비스 거부(Distributed Denial of Service)’의 약자로 해킹의 일종이다. 수십 대에서 많게는 수백만 대의 PC를 원격 조종, 특정 웹사이트에 동시 접속시킴으로써 단시간 내에 과부하를 일으켜 해당 웹사이트를 마비시키는 방식이다. 디페이스란 ‘웹사이트 위·변조(website defacement)’란 영단어를 간단히 줄여 표현한 것. 해킹을 통해 웹페이지의 시각적 외관을 바꾸는 행위를 일컫는다. 실제로 SQL(Structured Query Language, 데이터베이스 하부 언어) 주입, 혹은 ID·패스워드 확보를 통해 시스템 관리 권한을 획득하면 웹페이지 디자인을 엉망으로 파괴하는 건 일도 아니다.

해커 이미지, ‘디도스(DDoS)’ 공격

디도스와 디페이스 둘 다 사이버 범죄 분야에선 비교적 초기부터 종종 이용돼온 수법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사전 방어책이나 사후 복구책 노하우는 이미 상당 부분 나와있다. 예를 들어 접속 문턱 설정 등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도 디도스로 인한 대형 피해는 막을 수 있다. 주기적 점검으로 악성 코드 접근을 방지하도록 하는 등 시스템 하드닝(hardening, 외벽 강화)도 악성 공격을 사전 차단하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투자 규모를 좀 더 늘리면 접근해오는 콘텐츠를 검색, 수상한 코드는 아예 차단해버리는 CDN[1]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활동 규모에 비해 사이버 범죄 예방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이버 범죄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다양해지는데다 그 세(勢)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목표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 PC 속 콘텐츠’

날로 심각해지는 사이버 범죄 문제 중에서도 최근 가장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는 유형은 단연 ‘랜섬웨어(ransomware)’다. 랜섬웨어란 ‘(납치 혹은 유괴된 사람의) 몸값’을 뜻하는 ‘랜섬’과 ‘소프트웨어’를 합성해 만들어진 신조어. 말 그대로 ‘뭔가를 납치해놓고 그 몸값을 요구하는 데 쓰이는 소프트웨어’다. 단, 이때 납치된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PC에 파일 형태로 담겨있는 콘텐츠다.

예를 들어 당신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자. 환자 정보 관리는 병원 유지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일 것이다. 특정 환자의 내원 당시 신체 상황이나 의료 처치 이후 경과 등의 진료 데이터는 물론, △가족력 △이전 진료 기관에서 넘어온 데이터 △관련 의료진의 소견 등 지극히 세부적 부분까지도 없어선 안 될 주요 자료다. 그런데 어느 날 병원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모든 자료를 다 못 쓰게 돼버린다면? 그 병원은 사활 여부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랜섬웨어 공격자들은 바로 이 대목을 노린다. 이들은 피해자의 PC나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어 데이터를 쓰지 못하도록 묶어두거나 암호화한 후 해당 기기에 창을 띄워 “데이터를 되찾으려면 주어진 시간 내에 소정의 금액을 보내라”고 통보한다. “기한 내에 입금되지 않으면 데이터(콘텐츠)를 공공연히 발표해버리겠다”는 협박도 불사한다.

 

사이버 테러, 비트코인의 익명성 뒤에 숨다

랜섬웨어의 역사를 따지려면 198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초창기엔 공격 방법도, 돈을 요구하는 요령도 어설펐다. 공격 받은 데이터는 금세 복구됐고 공격을 시도했던 범죄자의 정체도 쉽게 들통 났다. 최초의 랜섬웨어로 알려진 ‘에이즈 트로이안(Aids Trojan)’의 경우, 암호화 바이러스를 무작위로 퍼뜨린 후 걸려드는 사람에겐 ‘복구 도구(tool)를 제공하는’ 대가로 미화 189달러(약 22만 원)를 요구했다. 랜섬웨어는 온라인 가상 화폐, 즉 비트코인(bitcoin)이 활성화되며 날개를 달았다. 실제로 비트코인이 통용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랜섬웨어의 활동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2년엔 대표적 랜섬웨어 사례로 꼽히는 ‘레비튼(Reveton)’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트로이 목마[2]’ 바이러스에 기반한 레비튼에 감염되면 해당 PC 사용자에겐 “불법 행위를 저질렀으므로 경찰 사이버 보안 담당 부서가 당신의 컴퓨터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잠가버렸다”는 경고와 함께 “데이터를 다시 쓰려면 얼마의 벌금을 어떤 방식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별도 창으로 뜬다. 이때 ‘불법 행위’란 대개 △주차 위반 △저작권 침해 △음란 동영상 웹사이트 방문 등 누구나 알게 모르게 저지를 수 있는 종류의 행동이다. 종종 “당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당신의 ID와 패스워드를 도용했을 수도 있다”는 문구가 안내문에 부연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는 십중팔구 당황해 안내문에 쓰인 돈을 지불한다. 하지만 그런 후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랜섬웨어 유포자가 특정 기기의 데이터를 복구해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비트 코인이 놓여진 이미지입니다

이후 ‘아류 레비튼’ 랜섬웨어들이 판을 쳤다. 이들은 하나같이 개인 사용자를 노려 공격을 감행했고, 불특정 다수에게 경고문을 보내 걸려드는 사람에게서 돈을 갈취했다. 이 단계의 랜섬웨어가 이처럼 ‘무작위 공격’ 전략을 쓴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계획적 사이버 범행을 저지를 경우, 자칫 꼬리가 밟힐 가능성이 컸던 것. (피해자가 돈을 보내오는) 수납처를 오래 사용할 수 없었던 만큼 ‘빨리 치고 빠지는’ 구조 마련은 필수였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비트코인 사용이 본격화된 2013년부터 전혀 다른 차원으로 도약한다. 초기 수법도 여전히 (점점 정교해지면서) 사용됐지만 한편에선 ‘더 대담한’ 수법으로 ‘더 큰’ 먹잇감을 용의주도하게 노려 ‘더 많은’ 돈을 확실히 받아내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랜섬웨어가 등장했다. 이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기업이나 (금전 거래가 확실한) 의료기관 따위의 웹사이트를 살핀 후 허점이 발견되면 관리자 모드에 접속, △기기 내부 △중앙처리장치(CPU) △이동식 저장장치 △클라우드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모조리 암호화해버렸다.

 

단일 S/W 연간 수익이 700억 원 이르기도

랜섬웨어의 피해자가 되는 일은 종종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예를 들어 모 의료기관의 수납 업무 담당자가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하자. “안녕하십니까? ‘○○○ 커뮤니티 헬스 시스템즈’의 아무개 팀장입니다. 최근 환자들의 온라인 청구서를 붙임과 같이 통합, 전달합니다.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수신자는 별 의심 없이 첨부 파일을 클릭하고 그 순간, 그의 ID와 패스워드는 랜섬웨어 설치자에게 포착된다. 그와 동시에 의료기관 종사자가 사용하는 파일 일체가 암호화 절차를 거쳐 잠금 처리된다.

해당 데이터를 당장 써야 하는 사용자로선 큰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데이터를 복구하고 싶을 것이다. 랜섬웨어 설치자는 피해자의 이 같은 절박함을 악용, 엄청난 돈을 챙긴다. 지난 2013년 말 등장한 이후 오늘날 사이버범죄 분야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익스플로이트 키트[3] 중 하나인 ‘앵글러(Angler)’를 살펴보자. 글로벌 네트워킹 기업 시스코(Cisco) 내 사이버 안전기구 탈로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막강한 공격력과 대담한 금액 요구로 기업들을 떨게 만드는 앵글러의 수익 수준은 연간 6000만 달러(약 700억 원)에 이른다.

랜섬웨어의 기세는 점점 더 맹위를 떨치고 있다. △크립토락커 △토렌트락커 △크립토월(과 그 변종, 앵글러 포함) △테슬라크립트 △록키 등 신종 랜섬웨어는 계속해서 쏟아지는 추세이며 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요컨대 랜섬웨어는 전 세계 사이버 범죄자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커다란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랜섬웨어, 이렇게 진화해왔다 1989 에이즈 트로이안(AIDS Trojan) 2010 러시안 윈록(Russian WinLock) 2012 가짜 경찰 행세+FBI 경고 창 2013 랜섬웨어+비트코인 지불 2014 크라우티(Crowti): 랜섬웨어+익스플로이트 키트(exploit kit) 랜섬웨어+감염된 웹 광고 2015 처크립트(ChirCrypt): 랜섬 지불이 되지 않으면 모욕을 줌 2016 말하는 랜섬웨어 '케르베르(Cerber)' 랜섬웨어 타깃이 분명해짐

주의 본인의 모든 파일을 Crypt0L0cker 바이러스로 코딩했습니다 본인의 모든 중요한 파일을 (원격 네트워크 드라이브와 USB 등에 저장된 파일 포함): 사진·동영상·문서 등 Crypt0L0cker 바이러스로 코딩했습니다. 본인의 파일을 복구할 유일한 방법은 저희한테 지불하는 방법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의 파일이 손실됩니다.  경고: CryptoLocker 제거하는 것이 암호화된 파일에 액세스를 복원에 대한 도움이 안됩니다. 파일 복원 지불하려면 여기를 클릭하십시오▲크립토락커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게시 창의 예(출처: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랜섬웨어의 공략 대상은 대개 영어 사용자다. 따라서 초기엔 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대부분의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영어 외 언어 버전이 속속 등장하며 피해는 비영어권 국가, 이를테면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에서도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한국어 버전도 등장했다. 악성 코드 차단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이스트소프트’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자사 바이러스 검사 소프트웨어 ‘알약’을 통해 사전 차단된 랜섬웨어 공격은 397만4658건이었다.

 

천하무적? 피해 방지 방식도 속속 개발 중

해를 거듭할수록 과격해지고 위험해지는 랜섬웨어의 변용은 전 세계, 특히 기업들을 떨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두려움에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랜섬웨어를 ‘잡는’ 방법도 부지런히 개발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이 속한 기업)의 컴퓨터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데이터를 자주 백업, 따로 보관해두면 랜섬웨어의 공격을 비교적 안전하게 방어할 수 있다. 기기에 연결돼 있지 않은 백업 데이터까지 암호화할 순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양이 많아 클라우드를 이용해야 할 경우라면 안전 장치는 충분한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안전성 강화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업그레이드를 수시로 실시해줘야 하는 건 물론이다.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보낸 온라인 메시지가 아니면 절대 클릭하지 않는 것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습관 중 하나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악성 코드의 접근을 차단하는 일이다. 악성 코드 탐지∙치료 프로그램을 자주 업그레이드, 랜섬웨어를 비롯한 악성 코드가 저절로 걸러지게 해야 한다. 최근엔 빅데이터를 활용, 수상한 코드나 메시지의 접근이 감지되면 일단 차단하고 점검한 후 자동으로 폐기하는 서비스도 많이 나오고 있다. 무수한 이미지를 학습한 결과로 서로 다른 안면을 인식하듯 사용자가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콘텐츠와 유형이 다른 코드가 접근을 시도하면 미세한 수준까지 감별, 대응하는 방식이다. 수상한 이메일 등이 도착하는 등 여러 정황 상 자신의 컴퓨터가 랜섬웨어 피해를 받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면 곧바로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등에 신고, 도움을 요청한다.

랜섬웨어 피해 방지법 1)모든 데이터를 자주  백업해서 따로 보관할 것 2)악성 코드 탐지 또는 치료 프로그램을 자주 업그레이드할 것 3)랜섬웨어 피해가 의심될 경우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등에 신 고해서 도움을 받을 것

좀 있으면 봄이다. 마냥 평온해 보이는 봄날 풍경 이면에서도 치열하게 쫓고 쫓기는 생존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고 진화생물학자들은 말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식물은 새싹을 틔우고 동물은 연하고 영양 풍부한 그 잎을 먹어 치우려 한다. 염소가 한 잎 싹을 베어 문 순간, 그 싹은 독성 호르몬을 몸 전체에 퍼뜨린다. 그래서 염소가 또 다시 뜯으려 할 땐 이미 독성으로 인해 맛이 변해버린다. 그럼 염소는 한 번 베어 문 풀을 버리고 그 옆의 풀을 새로 뜯는다. 식물은 이에 대비해 무수한 싹을 내어 그중 공격을 피한 싹이 살아남도록 한다.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군비 경쟁’을 거치며 복잡하고도 성숙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CYBER SECURITY 사이보 보안을 나타내는 이미지입니다

스페셜 리포트가 수 차례 주제로 다뤄왔듯 오늘날 세상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 덕에 한층 풍부해지고 효율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편에선 그 과정을 바짝 쫓아가며 무임승차하려는 사이버 무법자들도 잰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그 공격성만 보면 충분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런 ‘마이너스 행보’가 온라인 생태계를 더 생동감 있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소 그런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 빈틈 없이 대비하는 습관을 갖추기만 한다면 말이다.


[1] Contents Delivery Network. 콘텐츠를 임시 저장 서버에 옮겼다가 수요가 있을 때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네트워킹 방식

[2] Trojan horse.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코드를 정상적 프로그램에 삽입, 사용자 정보를 빼가는 악성 프로그램

[3] exploit kit. 웹 서버와 통신하는 상대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악용, 악성 코드를 업로드하고 실행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 모음

TV, 주인의 ‘취향’ 담은 액자(frame)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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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주인의 ‘취향’ 담은 액자(frame)가 되다

어느 호화로운 아파트 안 밀실. 품위 있는 초로(初老)의 신사가 안락의자에 앉았다. 벽면을 향한 그의 시선은 무수한 액자를 찬찬히 훑어간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담은 것들이다.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왕녀, 고급 술집에서 웃음을 팔 것 같은 여인, 총기 있는 눈빛의 아티스트…. 저마다 다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얼굴이 다양한 디자인의 액자를 채웠다.

유럽 최고 미술품 감정가 겸 경매인인 ‘버질 올드먼’(제프리 러시 분)이 평생 마련한 컬렉션. 하지만 바로 이 작품들로 인해 그의 인생엔 예상치 못했던 돌풍이 분다. 영화 ‘시네마 천국’(1990) ‘피아니스트의 전설’(2002)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거장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2013년작 ‘베스트 오퍼(The Best Offer)’는 이처럼 ‘인상적 액자 컬렉션’이 중심 모티브가 돼 극 전체를 끌고 간다.

▲영화 ‘베스트 오퍼’의 한 장면(출처: 박수 엔터테인먼트)

굳이 이 정도 컬렉션은 아니더라도 벽에 걸린 액자는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의 눈길을 끈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 받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 집 거실 벽에 액자들이 걸려있다면 눈길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마치 액자가 집 주인에 대해 많은 걸 말해주기라도 하는 듯. 실제로 액자 속 작품이 주인(가족)의 사진이라면 그(가족)의 인생사를, 예술 사진이나 그림이라면 주인의 취향이나 가치관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액자는 종종 (어색한 침묵을 해소하는) 대화의 화두로 떠오르곤 한다. 그 액자는 십중팔구 주인에게 특별한 존재감을 갖춘 물건일 거고, 따라서 그에 공감해주는 대화 상대는 주인에게도 반가운 존재일 테니.

 

일상적 공간에 ‘특수성’ 부여하는 소품, 액자

액자는 인테리어 디자인 구성 요소로서 상당히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그 자체론 별 의미가 없어 인식의 틀 속에서 여백으로 녹아들지만 안에 담긴 이미지를 돋보이게 해 보는 이의 시선을 끌어당기기 때문. 물론 액자 자체의 디자인도 중요하다. 세련된 게 좋지만 너무 튀면 곤란하고, 담기는 이미지와의 조화도 고려해야 한다. 액자가 놓일 공간의 전체적 분위기와 잘 어울리기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전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액자들(출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중세 시대 액자는 예배당이나 제단 모습을 형상화한 형태였다. 그 안엔 성서 속 인물이나 장면을 묘사하는 그림이 담겼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성스럽고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거기 담긴 이미지에 권위를 부여한 것이다. 이후 시대정신의 무게중심이 ‘사람’으로 바뀌며 액자 속 그림도 시대별로 많은 변화를 거쳤다. 그와 함께 액자는 (귀족의 내실을 연상시키는) 금빛 휘장을 닮았다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받쳐주는 대지처럼 간결한 브라운 컬러를 띠는 등 다양한 변용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이미지를 공들여 만든 액자에 넣는다’는 전제는 바뀌지 않았다. 다만 한때 성당이나 귀족의 저택 실내를 꾸미는 게 고작이었던 액자는 근대 산업사회로 넘어오며 인테리어의 필수 요소로 그 지위가 격상됐다. 그 즈음, 사람들은 앞다퉈 거실 벽을 ‘액자 컬렉션 공간’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이런 액자에 담긴 이미지는 주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세계화 추세를 업고 다양한 시대와 지역에서 수집된 유명 미술(사진) 작품은 소유자의 관심사와 교양 수준을 보여줬다. 가치 높은 예술품을 식별하는 안목과 그런 물건을 입수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능력도 입증했다. 방문객이 그 집을 찾아 액자에 시선을 두며 주인과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액자는 두 사람을 일상의 공간에서 끄집어내 시공을 초월한 가치의 공간으로 데려간다. 그런 의미에서 액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인간을 일상에서 탈피, 특별한 공간으로 옮겨주는 ‘타임 터널’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거울 속 나라 앨리스’의 거울처럼, 혹은 ‘나니아 연대기’의 낡은 옷장처럼.

 

시장 요구,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는 삼성 TV

오늘날 액자는 일상의 일부가 된 만큼 인간의 인식 영역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액자가 오랜 역사를 거치며 적지 않은 파워와 의미를 갖고 인간의 심리 체계와 상호작용하게 된 미시적 구조물이란 사실이다.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상당한 의미로 삶에 작동하는 일상의 디테일(detail)인 셈이다. 삼성 영상디스플레이(VD) 부문 제품 개발의 기본 철학도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지난달 22일자 스페셜 리포트 ‘TV 포화시대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편에선 삼성전자가 유럽과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소개됐었다. 그 내용은 얼핏 ‘TV는 이미 거의 모든 가정에 한 대 이상 보급돼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소비자 역시 추가적 구매 욕구를 강하게 갖고 있진 않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반면, 상당수의 소비자가 △TV 외관, 특히 검은 패널처럼 보이는 모니터가 주변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지 않는 점 △TV에서 나오는 케이블이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점 △시청하지 않는(대략 하루 평균 20여 시간) 동안 TV는 방치돼 있는 점을 불만스러워한단 사실도 보고서에 드러나있다. 가정 생활에서 차지하는 TV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단 사실 역시 알 수 있었다. 요컨대 TV는 여전히 가족 구성원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용자 개개인의 사적인(private) 라이프 파트너이자 편안한 동반자로 점차 변모하고 있다.

소비자 불만과 시대 변화, 두 요소는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시키는 핵심 동인(動因)이다.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을 채워주고, 생활방식 변화에 맞게 새로운 요소가 포함되도록 해주는 동시에 기존에 선호되던 기능이 더욱 강화돼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 있다면 소비자에게 큰 환영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런 점에 주목, 최근 이삼 년간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둔 TV를 개발해왔다. 재작년 ‘가구 같은 TV’ 콘셉트로 화제를 모은 세리프 TV가 대표적 예다.

 

‘차세대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 탄생기

그리고 바로 오늘(15일, 한국 시각) 삼성의 차세대 라이프스타일 TV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삼성 TV 글로벌 론칭 행사가 열린 것. 이번에 소개된 제품은 QLED TV와 더 프레임(The Frame) 등 2종(種)이다. 지난 1월 CES 2017에서 첫선을 보인 QLED TV는 LED 패널 빛이 퀀텀닷을 통과해 나오게 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TV와 차별되는 초고화질을 구현하는 제품이다. 더 프레임도 올해 CES에서 잠깐 등장하긴 했지만 ‘The Frame’이란 명칭을 달고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건 이번 론칭 행사가 처음이다. 더 프레임의 경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인 만큼 ‘세련된 서구 소비 문화의 중심 도시’인 파리에서 개최되는 론칭 행사의 의미는 각별하다.

더 프레임은 ‘꺼져 있을 때 액자처럼 집 안에 녹아 드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더 프레임은 ‘꺼져 있을 때 액자처럼 집 안에 녹아 드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더 프레임은 ‘제품 개발∙출시 과정에서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한다’는 삼성전자의 기업 철학이 집약된 제품이다. “기능만 강조하는 기계적 외관은 주변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지지 못하고, 연결 케이블은 자칫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소비자 불만에 귀 기울여 주변 인테리어 환경에 잘 조화될 수 있는 디자인을 채택한 점만 봐도 그렇다. 액자가 지닌 디자인적 일상성과 TV를 절묘하게 통합시킨 ‘(의외의) 작품’인 셈이다.

▲더 프레임은 실제 액자 사이에 놓여 있어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다양한 액자를 조화롭게 배치해 거실 인테리어의 ‘포인트’로 삼는, 결코 역사가 짧지 않은 디자인 트렌드. 더 프레임은 말 그대로 액자와 똑같은 모양으로 이 트렌드에 완벽하게 녹아든다. 일단 TV와 벽면 사이에 거의 틈새가 없이 밀착되며, 액자처럼 거는 장치가 있어 손쉽게 벽면에 부착시킬 수 있다. 투명 소재로 만든 지름 1.8㎜의 광케이블을 채택, 연결선이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 최대 15m까지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베이지 우드 △월넛 △화이트 등 세 가지 색상의 프레임 중 하나를 택해 한층 더 고급스러운 액자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다. 더 프레임이 다른 액자나 인테리어 요소와 조화를 이루는 건 이처럼 ‘사소한 듯 치밀한’ 디자인적 배려의 결과다.

더 프레임은 사용자가 다가가면 실제 액자처럼 고급스러운 그림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져 에너지를 아껴준다. 화면엔 사용자 가족 사진을 담을 수도, 사용자가 좋아하는 명화나 사진을 담을 수도 있다. △데이비드 버드니 △오스카 에난더 △아데마이트 볼프 등 내로라하는 포토그래퍼의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와의 협약을 거치면 지역별 작가의 작품도 얼마든지 추가로 공급될 수 있다. 하나의 작품으로 화면 대부분을 채울 수도, 두세 개 공간으로 분할해 심미적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더 프레임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 김명환(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씨는 더 프레임의 탄생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기존 TV는 대개 거실 정중앙에 자리 잡았던 게 사실이죠. 아무래도 실내에서의 위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꺼져 있을 땐 검은 화면 때문에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죠. 삼성전자는 자체 시장 조사를 통해 바로 그 점이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란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더 프레임은 바로 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고요.”

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콘셉트의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 쉽진 않았지만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사내 분야별 전문가가 머릴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아 더 프레임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며 “CES나 해외 포럼 등에 제품을 내놓고 거래선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었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품이 출시돼 소비자에게까지 인정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저 같은 개발자에겐 그 순간이 가장 기다려집니다.”

 

TV가 품을 수 있는 미덕, 한계치에 도전하다

외관이 언제 봐도 아름답고 주변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TV, 때로 예술적 면모를 드러내며 소유자의 취향과 가치관까지 전해주는 TV, 설치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어디에든 놓을 수 있고 최고의 화질로 명화를 감상할 때와 같은 감동을 제공하는 TV, 그러면서도 첨단 사물인터넷(IoT) 기술 탑재로 사용 가구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허브 기능까지 발휘하는 TV…. ‘2017 라이프스타일 TV’을 표방하며 삼성전자가 이제 막 시장에 내놓은 더 프레임. 이제 남은 건 이런 변화를 기꺼이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소비, 평가해줄 전 세계 사용자와 만나는 일뿐이다.
 

달라진 하우징 트렌드가 히트시킨 가전, 건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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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달라진 하우징 트렌드가 히트시킨 가전, 건조기

“참, 너 얼마 전 이 근처 원룸으로 이사 오지 않았니?” 오랜만에 성사된 동창회 날. 카페에서 2차까지 하고 자리를 옮길 즈음, 한 친구가 S에게 물었다. 그러곤 S가 미처 대답할 틈도 없이 바람몰이에 나섰다. “얘들아, S 집들이도 할 겸 거기서 3차 하자!” S는 당황스러운 한편, 은근히 기뻤다. 오랜 ‘로망’이었던, 깔끔한 스튜디오 아파트로 이사하고 장장 한 달에 걸쳐 내부를 세련된 분위기로 완벽히 꾸며놓은 참이었기 때문. ‘보석함처럼 예쁜 나만의 공간, 겸사겸사 친구들에게 자랑이나 하자!’

카드 키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조명이 환하게 실내를 밝혔다. 순간, S의 얼굴은 확 달아올랐다. 거실 전면, 탁 트인 공간을 차지한 건조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 속옷을 포함, 이런저런 세탁물로 빼곡한 건조대는 마루 한복판에 떡하니 놓여 한껏 공들인 인테리어 스타일을 제대로 구겨놓고 있었다. 빨래 널 장소가 마땅찮아 접이식 건조대를 쓰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급히 출근하느라 미처 치우지 못하고 나온 것이다.

남자 동창들이 괜히 헛기침하며 시선을 딴 데 돌리는 사이, 여자 동창들이 허둥지둥 건조대 치우기에 나선 S를 돕겠다며 나섰다. 황급히 빨래를 걷으며 S는 혼잣말을 했다. ‘인테리어에 신경 쓰면 뭐해? 빨래가 다 망치는데…. 안 되겠어, 아무래도 건조기 한 대 사야겠다!’

원룸형 주거공간에 놓인 삼성 건조기

 

도시화, 주거 공간의 형태와 성격을 바꾸다

1인 가구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에서도 ‘비주얼(visual)’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거실처럼 줄곧 ‘오픈(open)형’이었던 공간은 물론, 주방∙식당∙세탁실 등과 같이 한동안 외부인의 눈엔 잘 띄지 않았던 공간도 요즘은 하나같이 하나로 열려 서로 소통하는 형태를 취한다. 소비자가 그런 구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하우징 트렌드의 변화를 견인하는 첫 번째 요인은 도심으로의 인구 집중, 그리고 가구당 가용 면적의 축소다.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동일 면적의 가용 공간이라도 예전과는 나눠 쓰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 역시 ‘모든 주거 공간의 가시화’를 촉진하는 요소다. 실제로 ‘사회 생활의 피로를 풀고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같은 면적이라도 넉넉하게 쓰고자 하는 소비자의 바람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거실이나 침실에 배당되는 면적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주거 공간 구성은 가사노동을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가정엔 전업주부가 있었다. 그들은 음식 장만과 의류∙침구 관리 등에 하루 중 상당 시간을 썼다. 농촌 공동체 시절에도 마을 한편엔 방앗간∙빨래터 등 공동 노동 공간이, 개별 주택엔 앞마당과 뒤란이 각각 자리했다. 앞마당에선 남성들이 힘쓰는 일을 도맡아 했고, 뒤란에선 여성들이 식생활을 뒷받침하는 일을 외부인의 눈에 띄지 않게 처리했다.

도시의 발달은 이 같은 과거 노동 행위가 가정 내 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바꿔놓았다. 단독주택에선 옥상과 창고 위 장독대, 뒷마당 등에서 가사노동이 행해졌다. 아파트가 등장한 후부턴 넉넉하게 설계된 베란다와 다용도실이 ‘가사노동 전담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대신했다.

베란다에 빨래가 가득한 사진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급증한 오늘날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일단 전업주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설사 주부라 해도 가사노동에 시간을 쏟기보다 사회 생활을 통해 보다 많은 기회를 잡으려 한다. 이와 동시에 과거 개별 가정에서 주부들이 맡았던 가사노동 중 상당한 부분이 빠른 속도로 ‘사회화’되고 있다.

식생활을 예로 들어보자. 음식은 나가서 사 먹는 게 이미 일반화됐다. 집에서 해 먹을 때에도 번거로운 준비 작업 없이 레토르트 식품이나 다 만들어진 샐러드를 사 와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기껏해야 뻔한 동네 중국집이 고작이었던 배달 음식 선택권도 관련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며 한층 넓어졌다.

 

최초 건조기, 200년 전 모닥불∙드럼통 조합해 탄생

하우징 트렌드가 바뀌며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부문은 다름아닌 ‘세탁’이다. 일단 널찍한 냇가 빨래터와 앞마당에 처진 빨랫줄부터 좁은 집 안에 효과적으로 축소시켜 들여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세탁기의 발명과 보급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 그런데 탈수 작업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축축한 세탁물은 어디서 말려야 할까? 햇빛과 바람, 그걸 이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도심 실내에서 말이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세탁기로 탈수까지 마친 후 실내에 건조대 두고 널어 말리면 되지 않아?’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경우, 앞서 예로 든 S처럼 당혹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공산이 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젖은 빨래를 일상적으로 실내에서 말릴 경우 생길 수 있는) 건강 위해성이다.

지난 2014년 데이빗 데닝(David Denning) 영국 맨체스터 소재 국립아스페르길루스성감염증연구센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임상 경험을 통해 ‘실내에서 빨래를 말리면 그러지 않았을 때보다 (곰팡이 감염으로 인해) 폐렴에 걸릴 가능성이 30% 이상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아이가 기침하는 사진

“세탁기를 한 번 돌려 나오는 세탁물엔 2리터에 이르는 수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게 방 안에 퍼지면 곰팡이균이 번식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 되죠. 실내 여기저기를 떠도는 곰팡이 포자의 경우, 건강한 사람에겐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식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기침과 숨가쁨 증세가 악화될 수 있어요. 면역 기능이 아주 약한 사람은 폐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아스페르길루스 폐렴에 걸리기도 하죠.”

다행히 인간은 자신에게 당면한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가는 존재다. 동시에 상당히 정교한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야기되는 일상의 불편은 거의 예외 없이 가전제품의 개발∙보급으로 해소돼왔다. ‘기후가 습해서, 또는 적당한 공간이 없어서’ 말리기 어려운 빨래 문제 역시 ‘의류용 건조기(clothes dryer)’를 개발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인류 최초의 건조기가 등장한 건 19세기 초, 습한 기후로 잘 알려진 영국에서였다. 건조기라곤 하지만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위에 젖은 빨랫감이 든 드럼통을 설치, 수동으로 돌려가며 말리는 게 고작이었다. 오늘날과 유사한 형태의 실내용 건조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건 아파트 거주자가 급증한 1960년대 후반 미국 대도시에서였다. 이때 등장한 건조기는 세탁기와 비슷하게 생긴 금속 상자 안에 모터로 돌아가는 드럼통을 설치, 가스 가열을 통해 빨랫감을 말리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제품은 가스 사용에 따른 실내 오염,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습기와 열기 등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이후 건조기는 여러 차례에 걸쳐 진화돼갔다. 우선 전열기의 에너지 효율화 기술이 좋아지면서 가스 대신 전기로 가열, 빨랫감의 수분을 증발시키는 제품이 등장했다.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뜨겁고 습한) 수증기를 응축, 냉각시켜 액체로 만드는 콘덴싱(condensing) 타입 제품도 나왔다. 콘덴싱 건조기는 물받이 탱크를 설치, 세탁 후 비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배수관을 따로 설치해 곧장 하수도로 나갈 수 있게 한 형태도 선보였다.

문제가 많았던 옛날 건조기 사진

콘덴싱 타입 전기 건조기는 꽤 오랫동안 빨래 건조 문제로 골치를 앓아온 도시 소비자의 환영을 받았다. 실제로 미국 주요 도시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이 형태의 건조기가 빠른 속도로 보급됐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일단 전기 소모량이 너무 많았다.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熱)도 문제였다.

최근엔 한국 시장에서도 건조기의 존재감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라이프스타일과 (그에 따른) 주택 디자인 변화가 주된 이유다. 특히 미세먼지 발생량이 급증하고 기후 변화로 여름철 습도가 지속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 건조기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가전’으로 정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소비자 대다수에게 전기 건조기는 ‘그림의 떡’이었다. 누진요금제 적용에 따른 ‘전기료 폭탄’을 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친환경 냉난방 기술 ‘히트펌프’, 건조기에 적용되다

삼성전자는 일찍이 미국∙유럽 시장에 판매돼 사랑 받아온 저온제습 방식 건조기를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삼성 건조기는 이전까지 건조기 시장을 사실상 점유해온 건조기와는 기반 기술이 전혀 다르다.

미국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벤트(vent) 방식 건조기는 ‘모닥불을 피우고 그 위에서 세탁물이 든 드럼통을 돌렸던’ 최초 건조기와 대동소이한 원리로 만들어진다. 모닥불 대신 전열기가 도입돼 전기 모터로 드럼통을 돌리고 통 안을 뜨겁게 해 열기와 수분을 밖으로 빼내기 때문. 콘덴싱 방식 건조기의 경우, 히터를 열원으로 해 열기를 순환시키고 수분은 응축시킨다. 헤어드라이어 작동 원리를 떠올리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삼성 건조기는 ‘히트펌프(heat pump)’ 기술로 빨랫감을 말린다. 콘덴싱 방식과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열원이 (히터가 아니라) 냉매란 점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히트펌프 기술을 건조기에 적용시키면 한 번 사용될 열을 그대로 방출하지 않고 다시 이용할 수 있다. 열을 올리는 데 드는 에너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구조다. 고열로 인한 옷감 손상도 상당 부분 막아준다.

삼성 건조기 제품컷삼성 건조기 제품컷

히트펌프는 원래 냉장고∙에어컨 등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냉난방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추울 땐 바깥 공기에서 열을 뽑아 실내로 넣어주고, 더울 땐 실내에서 열을 뽑아 외부로 방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넓은 면적을 데우려면 아무래도 효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난방에 쓰이는 장치의 단가가 높아지고 영하 5℃ 이하의 추운 기후에선 배관 동결 문제도 생길 수 있어 난방 장치로선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

히트펌프 기술을 건조기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20세기 초 ‘친환경 기술 선진국’인 독일과 스위스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실제로 히트펌프 기술이 채택된 건조기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했다. 실내 온도는 아무리 떨어져도 영하 5℃ 밑으로 떨어질 일이 없으니 일단 동결 우려에서 자유로웠다. 또한 초기 가열로 발생한 열을 다시 쓰며 추가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인 동시에 경제적이기까지 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저온제습 건조기 역시 이런 평가를 등에 업고 해외, 특히 유럽 시장에서 우수한 성능과 탁월한 사용 편의성으로 인정 받아왔다.

저온제습 건조기 이래서 좋다. 저온 제습 건조는 고온 열충으로 세탁물을 말리는 방식이 아니라 제습기처럼 오삼의 습기만 제거해주는 방식이다. 날씨∙계절에 관계없이 실내에서 편리하게 건조 가능 다른 방식에 비해 건조 시간 단축 저온의 열을 순환시켜 옷감 손상 방지 열 재사용으로 전기요금∙에너지 절약.

삼성 건조기는 옷감 손상을 줄이고 건조 시간을 단축시켜준다. 전기료 부담도 대폭(이전 모델 대비 32% 수준) 덜어준다. 올인원 필터를 장착, 먼지와 보풀을 쉽게 제거할 수 있게 해주며 배수구가 필요 없는데다 뜨겁고 불쾌한 수증기를 발생시키지도 않아 전원 연결만 가능하면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다. 스웨터나 신발 등 일반 건조기엔 사용하기 불편했던 아이템도 전용 선반을 활용하면 섬세하고 편리하게 건조, 관리할 수 있다. 이 밖에 △어두운 곳에서도 편리한 건조기 사용을 돕는 ‘드럼 라이트’ △어린 자녀의 실수에 의한 기기 오작동을 막아주는 ‘차일드 락’ △각종 고장∙조치 상황을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스마트체크’ 등 사용자의 편의를 돕는 기능도 다수 탑재됐다.

 

적은 비용으로 건강한 일상 책임지는 ‘잇(it) 아이템’

주거환경에 건조기가 설치된 사진

너른 마당, 환한 햇살 아래 기다랗게 설치된 빨랫줄, 그 위에 하얗게 빛나는 세탁물…. 여유로운 전원 생활을 꿈꾸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머릿속에 그렸을 법한 장면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 혹은 행운의 정도에 따라 전혀 불가능한 상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편리하고 쾌적한 도시 생활도 쉬 버리지 못한다. 어쩌면 첨단기술은, 현대 사회에서 이 간극을 메워주는 구원투수인지도 모른다. 적은 비용으로 건강한 의생활을 책임지는 저온제습 건조기를 ‘잇(it) 아이템’으로 부를 수 있다면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어둠 속에서 공존을 생각하다…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 참여한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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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4, 3, 2, 1, 0!”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정치∙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에펠탑 앞에 특별히 마련된 버튼을 일제히 눌렀다. 그 순간, 누군가 요술이라도 부린 듯 탑의 형체가 사라졌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오후 8시 정각에 일어난 일이다.

▲올해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이 진행된 지난 25일, 에펠탑 앞에 모여든 파리 시민들이 조명이 꺼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모습

이날 조명이 꺼진 랜드마크는 비단 에펠탑만이 아니었다. △브란덴부르크 성문(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과 시계탑 ‘벤’(영국 런던)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호주 시드니) △콜로세움(이탈리아 로마) 등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명소가 같은 시각 소등됐다. 유명 기업 사옥과 교사(校舍), 아파트 단지 등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암흑에 ‘이유’ 생기자… 공포, 보람이 되다

사실 이 장면은 ‘글로벌 어스 아워(Global Earth Hour)' 캠페인에 의해 연출된 것이다. 글로벌 환경보호 비정부기구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WWF)이 주도하는 이 캠페인은 ‘에너지 절약으로 이산화탄소 발생을 감축,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의식을 전 세계에 촉구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 캠페인에 동참하려는 국가나 도시, 기업은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밤 한 시간 동안 모든 조명을 끈다.

어둠 속 밝은 공간에서 갑자기 빛이 사라져버리면 사람들은 뭘 느끼게 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공포’일 것이다. 실제로 1985년 발표된 더글라스 히콕스(Douglas Hickox) 감독의 ‘잃어버린 과거’(원제 ‘Blackout’)를 비롯, 다수의 스릴러 영화가 ‘정전과 연계된 범죄에 대한 공포심’을 주요 모티브로 제작됐다.

하지만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 속 ‘빛이 사라진 60분’은 참여 주체에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을 것 같았던 삼성디지털시티(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 조명이 한순간에 꺼지는 장면을 보며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우리 회사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이 된 걸 느꼈다고나 할까요?” 지난해 8월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과 유사한 콘셉트로 국내에서 펼쳐진 ‘에너지의날 소등 행사’에 참여한 한 삼성전자 임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늘 환히 불 켜진 곳에 찾아든 어둠 속에서 일종의 일체감 같은 걸 느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 시작 직전, 한자리에 모여 조명이 꺼지길 기다리는 독일 시민들

▲전 세계 각국에서 일제히 진행되는 글로벌 어스아워 캠페인은 흡사 축제 한마당처럼 흥겨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사진은 캠페인에 참여한 아제르바이잔 시민들이 초를 밝힌 채 즐거워하는 모습

‘이유 있는’ 어둠은 누군가에게 기쁨의 감정을 안길 수도 있다. 때는 지난 2009년, 미국 테네시주(州) 내슈빌시 도심 전역에서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당시 시민들은 들떠 있었다. 시 대표 하키 팀이 도시 대항 경기에서 우승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성대한 축하 파티가 예정돼 있었다.

시장(市長)의 적극적 지원으로 도시 여기저기서 소등이 진행됐다. 짧게는 15분, 길게는 60분 내내 조명이 꺼졌다. 한창 떠들썩하게 즐기는 분위기에서 별안간 꺼진 조명. 충분히 당황스럽고 짜증날 법한 상황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순간을 더 즐기며 축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캠페인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이후 환경 전문 매체 ‘펀타임즈가이드투리빙그린(The Fun Times Guide to Living Green)’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이 왜 꺼졌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래서 더 신났어요. 모든 사람이 아무런 구별 없이 하나가 된 것 같은, 특별한 느낌이었죠. 절대 잊히지 않을 추억이에요. 그게 지구 환경 문제와 관련된 캠페인이란 사실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날 이후 전등 하나 켤 때에도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참가국, 첫 해 35개서 10년 만에 187개로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이 처음 시작된 건 지난 2008년이었다. 첫 번째 행사에 동참한 국가는 35개에 불과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온라인 시장조사 기업 조그비 인터내셔널(Zogby International)에 따르면 그해 캠페인에 참여한 미국인은 약 3600만 명. 당시 미국 성인의 16%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캠페인 직후 역시 미국 시민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 기후 변화나 환경 오염 등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캠페인 시행 이전에 비해 4% 포인트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은 횟수를 거듭하며 그 규모가 커져갔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심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겨운 축제 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올해 참가국은 187개국으로 늘었다. 시행 10년 만에 다섯 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컬럼비아에선 캠페인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 자전거 전조등과 가로등 불빛에 의존해 시내를 달리는 행사가 진행됐다

캠페인의 면면은 국경을 넘으며 한층 다채로워졌다. 컬럼비아에선 조명이 꺼지는 한 시간 동안 수백 명이 자전거를 탄 채 자전거 전조등과 가로등 불빛에만 의존해 시내를 달렸다. ‘에너지 절약’이란 캠페인의 취지를 강조하기 위한 주최 측 아이디어였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삼삼오오 도심 광장에 모여들었다. 흥겨운 라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적당한 어둠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멕시코에선 캄캄해진 거리에서 촛불로만 완성된 판다(panda) 이미지가 카드 섹션처럼 떠올랐고(판다는 WWF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파라과이에선 칠흑 같은 도심 광장에서 자국 전통 놀이 ‘불 요술’ 시범이 펼쳐졌다.

 

한 시간 동안 꺼둔 조명’, 그 이상의 성과

‘전등 한 시간 끈다고 에너지가 얼마나 절약되겠어?’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고 티끌 모아 태산 되는 법. ‘한낱 퍼포먼스’처럼 보이는 이 행위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가 절약된다. 실제로 캠페인 시행 첫 해인 2008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 전체의 1일 전기 수요는 13%나 감소했다. 조명에 드는 전기 에너지가 전체 전기 에너지 중 차지하는 비중이 그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캠페인의 목적은 비단 ‘전등을 꺼 (딱 그만큼의) 에너지를 절약한다’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보다 ‘기후 변화는 실제 상황이며, 그로 인한 위기가 임박한 상태’란 사실을 보다 많은 이에게 알리려는 의도가 훨씬 크다.

기후 변화와 관련, WWF를 비롯한 전 세계 환경단체와 행동가∙전문가가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초반이었다. ‘유럽 자연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알프스 산지 기후에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며 빙하가 확연히 줄고 산사태의 빈번한 발생으로 인명∙재산 피해가 늘자, 현지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 사이에서 경각심이 일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이들은 전문가와 조직적 환경 단체의 도움을 받아 국제 무대에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그 결과,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리우 환경회담을 비롯해 2017년 3월 현재까지 22차례에 걸쳐 치러진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COP) 등을 통해 이 사안에 관한 국제적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구체적 성과도 있었다. 당장 1995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세 번째 COP에선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지구 기후 유형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공유됐다. 이에 따라 당시 각국 정부와 기업은 앞다퉈 에너지 절약 동참을 약속했다.

 

기후변화 문제 해법, 최선은 ‘습관적 실천’

그 무렵, WWF와 함께 세계적 환경단체로 손꼽히는 ‘그린피스(Green Peace)’는 자체 발행 뉴스레터에 유명한 ‘개구리 비유’ 얘길 실었다. 불 위에 프라이팬을 얹어 뜨거워진 후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는 그 순간, 튀어올라 프라이팬에서 도망친다. 하지만 프라이팬을 데우기 전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는 얌전히 앉아있는다. 그 프라이팬에 아주 약한 불부터, 아주 천천히 열을 가하면 개구리는 따뜻해지는 온도를 기분 좋게 즐긴다. 온도가 너무 높아져 자신의 세포를 전부 익혀 죽음에 이르게 할 때까지.

개구리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인간 역시 만만찮은 망각의 동물이다. 실제로 전 세계 매스컴이 기후변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에너지 사용량은 점차 둔화됐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는 2000년대에 접어들며 언제 그랬냐는 듯 반전, 다시 급격한 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아래 그래프 참조>.

그러는 사이, 지구온난화 문제는 꾸준히 심각해졌다. 2016년은 역사상 지구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해였다. 올해 여름은 한층 더워질 전망이다. 북극의 빙원이 녹으며 백곰들은 멸종 위기에 놓여 굶어 죽어가고 있다. 남태평양 바다에선 이상고온으로 무수한 바다 미생물이 대거 폐사하고 산호초는 백화(白化)[1] 돼 석회석 덩이로 변해간다. 인간이 이 중대한 사태를 망각하지 않으려면 적절한 신호탄이 적당한 주기로 쏘아 올려져야 한다. 그리고 이 신호탄은 ‘(실천 가능한) 일상 속 습관’ 형태일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삼성, 본사 등 51개 법인서 소등 행사 참여

지난 21일 밤, 삼성전자는 '지구촌 전등 끄기(Turn off your light)'란 주제로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에 동참했다. 행사는 본사가 위치한 한국(삼성디지털시티)을 포함, 총 51개 글로벌 판매법인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좀처럼 불이 꺼지지 않던 삼성디지털시티 일부 건물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올해 삼성전자는 여기에 한 가지 의미를 더 부여했다. ‘지구촌 전력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메시지가 그것.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날 60분간의 소등으로 절약된 비용에 소정의 사회공헌 기금을 더해 1년 내내 전기가 들지 않는 인도네시아 오지 마을에 전기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엄청난 혁신도, 대단찮은 변화도 그 출발은 작고 사소하다. 하지만 그 흐름이 꾸준히 지속되면 어느 지점에선가 ‘(판을 뒤집는) 큰 물살’로 바뀌게 된다. 그러기 위해 현대인은 마하트마 간디의 말처럼 스스로 변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변화엔 늘 앞장서서 시작하는 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기존 일상이나 관습에서 벗어난 걸 시도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더욱이 특정 개인이 아니라 수백 명 규모의 집단이 함께 움직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설득과 권유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그야말로 지난한 과정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 참여 관련 실무를 진행한 최화주(삼성전자 글로벌품질혁신실 글로벌CS센터)씨는 “삼성전자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이번 캠페인에 동참해 지구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덧붙여 어려운 지역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에너지 전문 비정부기구 에너지시민연대 주관으로 매년 8월 열리는 에너지의날 소등 행사에 지난 2014년부터 참여해왔다. 그리고 올해엔 그 규모를 키워 ‘글로벌 현지 법인과 함께 전 지구적 연대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담아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에 합류했다. 밤낮 없이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사무실, 24시간 컴퓨터 서버가 돌아가게 마련인 기업에서 ‘일제히 불을 끈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 해도 어딘가에선 볼멘소리가 터지게 마련이다. 삼성전자는 3년간의 에너지의날 소등 행사 경험을 살려 임직원 한 명 한 명을 차례로 설득해갔다. 결과는 대성공. 소등(消燈)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는 마음, 그리고 글로벌 기업의 일원으로서 지구에 갖는 책임감이 한데 모여 성공적 캠페인 동참이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소등되기 전(왼쪽 사진)과 후 삼성디지털시티 전경


[1] 연안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 조류가 달라붙어 암반 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현상


디지털 사진 기술, 갤럭시 S8 카메라로 진화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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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생명(의 터전)을 파괴한다. 스스로의 목숨과 집단의 운명을 걸고 하는 일인 만큼 승리하는 데 모든 자원과 노력이 집중된다. 그래서일까, 전쟁을 거치는 동안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예는 역사적으로도 무수히 많다. 아무래도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도구 사용에 능숙할수록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쉬울 테니까. 이를테면 처음 철을 제련해 무기를 만든 이들은 여전히 돌이나 청동기를 무기로 쓰고 있던 이들을 쉽게 제압했을 것이다.

 

전쟁과 기술, 그 묘한 함수관계

전쟁이 끝나고 평화와 안정의 시대가 오면 무기로 쓰였던 철은 도끼와 농기구로 변한다. 나무를 잘라내고 땅을 확보한 후 개간해 경작하는 일은 예전보다 훨씬 쉬워지고, 자연히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인간은 철기문명 시대로 들어섰다. 기술은 절박한 필요에 의해 발달됐다 하더라도 시대가 바뀌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게 된다.

실제 전투가 벌어져 사상자가 생기지 않는다 해도, 심지어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립 상황에서도 달라질 건 없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의 소위 ‘냉전(Cold War)시대’를 지나오며 기술은,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치열한 물밑 경쟁 속에서 놀라운 속도로 발달해왔다. 적의 정보를 탐지하고 처리하며 같은 편끼리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또는 무기를 전략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컴퓨터∙위성통신∙레이저 등 이전까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기술이 발달해왔다.

오늘날 스마트폰을 통해 ‘셀카’ ‘스티커 사진’ ‘SNS 공유’ 등 다양한 형태로 놀이처럼 향유되는 디지털 사진 역시 그런 기술 중 하나다. 1830년 프랑스인 루이 다게르(Louis Daguerre)가 카메라를 상용화한 이래 장장 130년간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화학물질을 필름에 바르고 △렌즈로 들어온 빛에 노출시키면 △그 빛의 정도에 따라 화학물질이 변화하면서 음영을 만들어내고 △이 과정을 뒤집어 종이 위에 고정시킨 후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진의 원리는 변하지 않았다. 이런 아날로그 사진술을 근본부터 뒤집은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은 냉전시대를 거치며 발달해온 여러 기술이 통합된 것이다.

 

냉전 시대, 디지털 사진을 낳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디지털 사진 기술’이란 발명을 낳은 어머니는 명백히 냉전시대(의 군사적 목적)였다. 스파이와 정찰기로, 혹은 인공위성으로 적진의 광경을 시시각각 광범위하게 찍은 후 저장∙분석∙관리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이미지) 데이터 양이 엄청났기 때문에 아날로그적 사진 기술로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문제가 극복되기 시작한 건 사진 기술이 디지털화(digitalize)되면서부터였다. 이미지가 디지털 신호로 바뀌고 그 결과물이 메모리 장치에 쌓이면서 저장∙현상∙관리∙분석∙인쇄 등의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 것. 이 혁신적 기술의 첫 번째 관문인 ‘이미지의 디지털화’를 가능케 한 건 CCD(Charge-Coupled Device, 전하결합소자)였다.

디지털 카메라에선 필름 대신 CCD를 쓴다. 셔터를 눌러 렌즈로 들어온 빛이 CCD에 닿는 순간, 광전지와 같은 원리로 전자가 방출된다. 이로써 빛 신호가 전기 신호로 바뀌며 AD 컨버터가 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시킨다. 이 과정을 거친 이미지는 다른 컴퓨터 데이터와 같은 방식으로 다양하게 처리될 수 있다.

디지털화 과정을 거친 이미지는 메모리 칩(chip)에 제한 없이 저장된다. 컴퓨팅 기기 모니터로 얼마든지 열어볼 수도, 수정하거나 합성할 수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타인에게 전송하거나 여럿이 공유하는 것, 프린터를 통해 컬러로 출력하는 것 모두 가능하다. 전문 현상 장비가 반드시 필요했던 아날로그 사진과 달리 이 모든 과정은 소규모 사무실에서도, 심지어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폰카’가 만든 ‘사진=놀이’ 등식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며 디지털 카메라는 현대인의 일상에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진을 찍고 그중 맘에 드는 걸 골라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깜짝 놀랄 만큼 쉬워지면서 누구든 약간의 관심과 노력만 기울이면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찍는 게 가능해졌다. 디지털 사진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이에게도 쉽게 보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친밀한 사이로 묶어주기도 한다. 실제로 꽤 많은 이가 난생처음 방문한 누군가의 블로그 사진에 맘이 움직여 그와 ‘이웃’을 맺곤 한다.

인터넷이 일상화되며 (영어 소통에 문제가 없다면) 하루 아침에 세계적 스타가 되는 일도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은 유일한 장벽처럼 느껴졌던 언어 문제도 가뿐히 뛰어넘는다. 특정 언어를 몰라도 사진 한 장, 동영상 클립 한 편만으로 국경을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유튜브 최고 조회수 기록 동물’로 기네스월드레코즈(GWR)에 기재된 스코티시폴드 품종 고양이 ‘마루’(관련 채널은 여기 참조) 사례가 대표적이다. 마루를 키우는 이는 일본인이지만 마루가 출연한 동영상은 아무런 언어적 매개 없이 3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에 올랐다.

오늘날 디지털 사진 기술은 세계인이 함께 모여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 같은 문화는 △놀이 공간을 한층 가깝게 끌어당겨주고 △보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즐거움의 정도를 더 풍부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사진 기술 활용을 손쉽게 해주는 기기’, 곧 스마트폰 보급은 그 과정을 비약적으로 발달시켰다.

사진(혹은 영상) 촬영을 보다 쉽고 완성도 높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경쟁적으로 개발, 스마트폰에 탑재되면서 현대인의 일상은 놀랍도록 변모해갔다. 지난 2010년부터 약 3년간 계속된 일명 ‘아랍의 봄’[1] 사태에서 보듯 스마트폰 사진 앱은 한 사회를 뒤엎을 만한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이와 관련된 내용은 지난해 11월 23일자 스페셜 리포트를 참조할 것). 뭐니 뭐니 해도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스마트폰 사진 촬영 앱은 ‘빡빡한 일상에서 웃음과 여유를 제공하는 놀이와 휴식의 매개체’로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갤럭시 S8, 기능∙편의성 다 잡다

지난달 30일(한국 시각), 삼성 갤럭시 S8 모델이 베일을 벗었다. 그간 갤럭시 시리즈는 일취월장을 거듭해온 스마트폰 카메라 진화의 중심에 있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롭게 공개된 갤럭시 S8 카메라 역시 최상급 성능을 갖췄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개발 철학은 성능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 UX)을 중심에 놓고 감성적 요소를 다각도로 고려해 스마트폰 카메라가 만들어낼 ‘새로운 문화’에 보다 주목한다.

오늘날 사용자는 어떤 스마트폰 카메라를 원할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내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모습을 제대로 된 이미지로 구현해주는’ 카메라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이 명제 하나를 충족시키는 데에도 꽤 복잡한 기술적 배려가 요구된다.

인간의 눈은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그 분위기에 나름대로 적응하며 물체를 뚜렷이 식별해낸다. 봄밤,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 촛불 너머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촬영하려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웬만한 카메라는 어둠 속 희미한 불빛, 그리고 거기에 비쳐 보기 흉하게 변해버린 사람의 형상밖에 잡지 못한다. 반면 갤럭시 S8 카메라는 순간적으로 세 장의 사진을 촬영, 그중 가장 또렷한 결과물을 제공하도록 이미지 신호 처리 알고리즘을 향상시켜 어떤 상황에서든 환하고 선명한 사진을 내놓는다. 풍부해진 이미지 정보를 바탕으로 피사체가 움직였다면 윤곽을 더 분명하게, 빛이 부족했다면 더 환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갤럭시 S8 전면 카메라엔 자동 초점(Auto-Focus, AF) 기능이 탑재됐다. 피사체의 얼굴을 즉각 감지, 카메라와의 거리가 달라져도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잡아내는 기능이 개선됐다. 셀피(selfie) 촬영 시 스마트폰 쥔 손을 뻗든 일명 ‘셀카봉’을 이용하든 또렷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이다. 후면 카메라엔 듀얼 픽셀(Dual Pixel) 이미지 센서가 장착됐다.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는 스마트폰 중 최초로 갤럭시 S7에 탑재돼 일찌감치 그 성능을 인정 받은 장치. 두 개의 포토 다이오드가 마치 사람의 양쪽 눈처럼 피사체의 위상 차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 초점을 맞춰줘 한층 실감나고 선명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모든 기기가 마찬가지겠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에서도 기능 못잖게 (사용) 편의성이 중요하다. 갤럭시 S8의 화면은 상당히 크다(갤럭시 S8은 5.8형, 갤럭시 S8+는 6.2형). 하지만 카메라 기능을 쓸 땐 설정 버튼을 따로 누르거나 버튼을 옮겨갈 필요 없이 화면을 좌우로 밀어주기만 하면 된다. 일명 ‘스와이프(swipe)’ 방식이다. 줌(zoom) UX도 한층 편리해졌다. 특히 셔터 버튼을 줌 기능에 활용, 화면 안에서 터치 동작만으로 줌인이나 줌아웃이 가능하다. 요컨대 한 손으로 줌 조절에서부터 촬영까지 거뜬히 끝낼 수 있는 구조다.

요즘 “단순히 기록용 사진을 남기려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늘날 스마트폰 카메라는 혼자서, 또는 여럿이 함께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놀이 도구’로서의 성격이 더 크다. 갤럭시 S8은 이 같은 사용자 요구를 정확히 읽어냈다. 촬영 효과 선택 기능과 스티커∙스탬프 제공 기능이 더해진 게 그 결과다. 갤럭시 S8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잘 만들어진 스마트폰 카메라는 행복을 창출하거나 전도하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기술,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도록

모든 종류의 힘(power)이 그렇듯 기술 역시 양날의 검이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의 삶)을 해칠 수도, 풍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세계 각지에서 전쟁의 포화가 한창이던 20세기 후반, 군사적 필요에 의해 탄생한 디지털 사진이 반세기를 거치며 인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도구로 거듭나기까지 삼성전자는 적극적으로, 또 주도적으로 관련 기술 개발을 선도해왔다. 그 과정에서의 노력은 기술 혁신 같은 거시적 부문과 소비자 감성을 읽어내는 미시적 부문을 아우른다. 그러고 보면 갤럭시 S8은 ‘사용자 목소리를 면밀히 수용, 세상을 보다 여유롭고 따뜻하게 바꿔가려는’ 삼성전자 기업 철학의 새 산물인지도 모르겠다.


[1]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으로까지 확산된 반(反)정부 시위의 통칭

프로듀서 S, ‘역대급’ 고생 딛고 인도네시아 오지 마을에 빛 선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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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수 있습니다 스페셜 리포트 프로듀서 S, ‘역대급’ 고생 딛고 인도네시아 오지 마을에 빛 선물하다 삼성전자 기업 영상 ‘시골 소년의 기쁨(Deni’s New Light #ShareTheLight)’ 제작 후기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 작성 능력을 겸비한 뉴스룸 전문 작가 필진이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 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주 1회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 이 글은 실제 영상 제작에 참여했던 스태프와의 인터뷰 내용을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 본문에 삽입된 사진은 전부 갤럭시 S7로 촬영됐습니다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자동문을 나섰다. 한겨울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초봄이지만 난 한여름용 슬리퍼 차림이었다. 햇볕에 그을리다 못해 벌겋게 화상까지 입은 피부, 며칠은 못 씻은 사람처럼 꾀죄죄한 행색…. 불과 여드레간의 일정 동안 생긴 변화다. 그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이동하는 데에만 29시간… ‘구글링’도 안 먹히는 오지 마을

▲남아프리카공화국∙베트남∙중국…. 날 비롯한 촬영진은 삼성전자 얘길 찾아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번 행선지는 왠지 모를 위엄(?)이 느껴지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 고산지대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베트남∙중국…. 날 비롯한 촬영진은 삼성전자 얘길 찾아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번 행선지는 왠지 모를 위엄(?)이 느껴지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 고산지대였다

내가 다녀온 곳은 인도네시아 파푸아주(Papua州) 소재 티옴(Tiom). 구글에서 검색해도 별다른 정보가 뜨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인천공항에서 자카르타공항까지 일곱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들어간 후 자야푸라(Djajapura)[1]공항까지 또 일곱 시간 남짓 이동하면 절반쯤 도착. 거기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와메나(Wamena)로 이동, 이번엔 차를 몰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한참 달려야 한다. 따뜻했던 남태평양 기후는 어느새 서늘한 고산기후로 바뀌고 그제서야 저 멀리서 마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을 출발한 지 29시간여 만에 마주하는 풍경이다.

이 머나먼 곳까지 온 이유는 이곳 사람들에게 태양광 LED 랜턴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1일 삼성전자는 ‘글로벌 어스 아워(Global Earth Hour)’ 캠페인에 참여했다. ‘지구촌 전등 끄기(Turn off your light)’를 골자로 한 이 캠페인에서 삼성전자는 삼성디지털시티(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 건물 일부를 소등했다. 비슷한 시기, 50개 글로벌 판매법인에서도 엇비슷한 행사가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이렇게 아낀 비용에 소정의 사회공헌 기금을 더해 티옴 마을에 LED 랜턴을 기부하기로 했다(티옴은 워낙 오지에 위치하고 있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티옴 방문은 전사(全社)적으로 치러진 이번 캠페인의 마지막 공식 절차인 셈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늘 그랬듯) 관련 장면을 영상으로 담는 ‘미션’이 주어졌다.

티옴 마을 풍경. 한국을 출발해 비행기를 두 번 갈아 타고 29시간 넘게 이동해야 닿는 곳이다. 전기가 전혀 통하지 않아 해가 지면 온통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는다 티옴 마을 풍경. 한국을 출발해 비행기를 두 번 갈아 타고 29시간 넘게 이동해야 닿는 곳이다. 전기가 전혀 통하지 않아 해가 지면 온통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는다
▲티옴 마을 풍경. 한국을 출발해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29시간 넘게 이동해야 닿는 곳이다. 전기가 전혀 통하지 않아 해가 지면 온통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는다

“S프로, 계획대로 다 찍을 수 있을까?” 이번 촬영에 동행한 한 스태프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자타공인 ‘오지 전문 PD’로 산전수전 다 겪어온 터였지만 이번만큼은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사흘. 사전 정보가 사실상 전무(全無)한 곳이어서 촬영 장소 섭외에서부터 촬영 대상자 오디션까지 모두 현지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현장 변수가 너무 많았다. 날씨·언어·안전…. 세 가지 변수가 번갈아 가며 제작진의 속을 썩였다.

일정은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날부터 꼬였다. 당초 계획은 ‘해 지기 전 티옴에 도착해 사전 답사를 마치는 것’이었지만 연이은 비행기 연착으로 티옴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했는데 해가 져버렸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자연광 없인 촬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하는 수 없이 우리 일행은 티옴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다음 날 촬영 준비를 하며 밤을 지샜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돼야 할 첫날 일정도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전날 못한 사전 답사를 마치고 마을 주민과 회의를 진행하는 데에만 반나절 이상을 날려보냈기 때문. 촬영 준비 역시 제대로 안 돼 간단한 마을 스케치 영상을 찍는 데 만족해야 했다.

둘째 날은 날씨가 애를 먹였다. 이날 삼성전자 인도네시아 법인은 티옴 내 학교에서 지역민에게 태양광 LED 전등을 나눠주기로 돼있었다. 그런데 맙소사!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영상 제작·상영 일정을 감안, 3월 중순에 출장을 결정한 게 패착이었다. 하필 이 지역 우기(雨期)에 딱 걸려버린 것이다. 첫날 시도 때도 없이 흩뿌려 우리 일행을 불안하게 했던 비는 이날 작정하고 들이붓듯 쏟아졌다. 도리가 없었다. 실내 촬영으로 만족하는 사이, 예정된 사흘 중 이틀이 야속하게 흘러갔다.

▲일정 둘째 날, 티옴 마을에 딱 하나 있는 학교에서 태양광 LED 랜턴 증정 행사가 열렸다(위 사진).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를 뚫고 삼성전자 인도네시아 법인 관계자를 비롯, 많은 이가 애써줬다. 소문을 듣고 옆 마을 주민들까지 찾아와 행사장은 내내 북적거렸다. 아래 사진은 태양광 LED 랜턴을 받아 든 채 환히 웃는 주민들 ▲일정 둘째 날, 티옴 마을에 딱 하나 있는 학교에서 태양광 LED 랜턴 증정 행사가 열렸다(위 사진).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를 뚫고 삼성전자 인도네시아 법인 관계자를 비롯, 많은 이가 애써줬다. 소문을 듣고 옆 마을 주민들까지 찾아와 행사장은 내내 북적거렸다. 아래 사진은 태양광 LED 랜턴을 받아 든 채 환히 웃는 주민들
▲일정 둘째 날, 티옴 마을에 딱 하나 있는 학교에서 태양광 LED 랜턴 증정 행사가 열렸다(위 사진).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를 뚫고 삼성전자 인도네시아법인 관계자를 비롯, 많은 이가 애써줬다. 소문을 듣고 옆 마을 주민들까지 찾아와 행사장은 내내 북적거렸다. 아래 사진은 태양광 LED 랜턴을 받아 든 채 환히 웃는 주민들

 

스태프는 세 명, 동행한 경찰은 십수 명… ‘우리, 무사할까?’

돌발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원래 둘째 날엔 티옴에서 하루 종일 머무르며 촬영을 이어가기로 협의가 돼있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다섯 시도 안 돼 우린 촬영을 접고 마을을 떠나야 했다. “위험해서 더는 안 되겠다”는 인도네시아 당국의 조언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숙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비 때문에 길이 끊길 겁니다. 여기서 여러분이 고립되면 위험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럴 거면 사전에 왜 촬영을 승인해주셨습니까?” 인도네시아 당국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당황한 우린 있는 힘껏 항의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사실 그들의 설명에도 일리는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해가 지기 시작하자 마을 분위기는 뭔지 모르게 서늘해졌다. 주민들 사이에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솔직히 말해 티옴 일대는 여행자가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두어 달 전, 촬영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당국과 접촉했을 때에도 한 차례 난관에 부딪쳤었다. 촬영지 인근에서 정부군과 무장 게릴라군 간 교전이 발생, ‘외부인 출입 엄금’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현지 상황은 산 속에 숨어 지내던 게릴라군이 언제든 마을로 밀고 들어올 수 있는, 일촉즉발 그 자체였다. 이번 출장을 앞두고 우리 일행이 가장 우려한 것도 바로 이 ‘안전’ 문제였다.

다행히 교전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며 우여곡절 끝에 촬영 허가가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이 일대가 ‘위험 지역’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었다. 촬영 취지에 공감한 인도네시아 당국은 스태프의 입국을 허락해주는 대신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파푸아주 공무원, 그리고 일행 전체의 안전을 책임질 무장 경찰 특공대가 일정 내내 동행해야 한다’는 거였다.

▲안전상의 이유로 일정 내내 제작진을 경호했던 무장 경찰 특공대. 실제로 촬영이 예정된 사흘 내내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맘 졸여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전원 무사 귀가!
▲안전상의 이유로 일정 내내 제작진을 경호했던 무장 경찰 특공대. 실제로 촬영이 예정된 사흘 내내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맘 졸여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촬영 스태프는 세 명인데 총 이동 인원은 스무 명이 넘어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촬영 장소마다 완전 무장한 경찰이 제작진을 둘러싼 채 사방을 경계했다. 드론을 띄워 공중 촬영에 나설 때에도 구석구석 보안 경찰이 배치됐다. 촬영진의 규모가 본의 아니게 무거워지며 일정은 조금씩 지연됐다. 원하는 만큼의 촬영 분량을 뽑아내기도 여의치 않았다.

‘그래, 안전만큼 중요한 게 또 어딨겠어….’ 이래저래 불안했지만 하는 수 없었다. 다행히 촬영 마지막 날까지 우려했던 위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촬영된 영상도 그 양이 제법 됐다. 주변 상황이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상황, ‘찍을 수 있는 건 전부 찍어두자!’는 심정으로 촬영에 임한 덕분이었다.

 

날씨·안전에 발 묶인 이틀… 활짝 개인 셋째 날 “하늘이 도왔네”

드디어 마지막 날이 밝았다. 눈을 뜨자마자 창밖부터 내다봤다. 전날 밤, 폭우를 뚫고 숙소로 돌아와 그날 촬영 분량을 얼추 정리하고 자리에 누웠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남은 일정은 달랑 하루인데 그동안 찍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심지어 드론 촬영을 포함한 야외 촬영 분량은 시작조차 못한 상태였다. 원래 해외 촬영은 현장에서도 상황이 수시로 바뀌게 마련이다. 자연히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수정하거나 계획을 변경하는 일도 허다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 출장은 가히 ‘역대급’이었다. 이대로라면 시나리오 후반부를 통째로 수정해야 할 판이었으니까. 아니, 그렇게 한다 해도 제대로 된 영상이 완성될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천만다행으로 하늘은 맑게 개어있었다. 전날 내린 비로 대기는 깨끗했고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햇빛이 쨍쨍했다. ‘일단 드론부터 띄우자!’ 어쩐지 예감이 좋았다. 스태프들의 표정도 밝았다.

▲드디어 드론 촬영!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촬영 마지막 날에야 겨우 띄울 수 있었다
▲드디어 드론 촬영!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촬영 마지막 날에야 겨우 띄울 수 있었다 이번 영상 촬영을 위해 현지 오디션으로 선발한 10세 소년 데니. 카메라 경험이 전무한 아마추어였지만 프로 배우 못잖은 연기력을 뽐냈다▲이번 영상 촬영을 위해 현지 오디션으로 선발한 10세 소년 데니. 카메라 경험이 전무한 아마추어였지만 프로 배우 못잖은 연기력을 뽐냈다

티옴 주민들은 파푸아 지역의 전통을 지금껏 유지해오고 있다. 나뭇가지와 짚 등을 엮어 만든 이곳의 전통가옥은 성인 남녀 네댓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비좁은데다 출입문이 작고 창문은 아예 없어 한낮에도 실내가 컴컴하다. 이곳 주민들에게 유일한 빛은 모닥불이다. 이번 촬영을 위해 실시한 현지 오디션에서 주인공으로 선발된 10세 소년 ‘데니(Deni)’ 역시 어둠에 익숙한 채 살아왔다. 그의 일과는 마을 전체를 통틀어 단 하나뿐인 초등학교 겸 중학교에 다니는 게 거의 전부다. 방과 후엔 돼지우리를 돌보거나 땔감을 주우며 시간을 보낸다.

▲티옴 마을의 전통 가옥. 주민 대부분이 거주하는 이 집은 창문이 없어 한낮에도 실내가 컴컴하고 공기도 탁하다
▲티옴 마을의 전통 가옥. 주민 대부분이 거주하는 이 집은 창문이 없어 한낮에도 실내가 컴컴하고 공기도 탁하다

난생처음 카메라 앞에 서면서도 대사를 능청스레 소화해내는 데니는 제작진 사이에서 단연 귀염둥이였다. 아직 어렸지만 호기심이 많고 영리해 우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일상 연기’를 척척 해냈다. 물론 난관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여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 특히 수도에선 멀리 떨어진 티옴 주민들은 심한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영상의 특성상 데니는 표준어로 내레이션를 구사해야 했는데 이 작업이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었다. 10년간 써오던 사투리를 하루 아침에 표준어로 고쳐 쓰는 게 쉬울 리 만무했다. 데니에겐 여러모로 벅찬 숙제였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는 일, 촬영 틈틈이 데니에게 표준어를 연습시키고 연기 지도도 병행했다. 결과는 ‘성공’. 물론 시간은 오래 걸렸다. 한 컷 완성하는 데 90분은 기본이었으니 말 다했지, 뭐.

 

질퍽거리는 길 걷느라 신발 밑창은 뜯겨 나갔지만 “그래도 잘 왔다!”

▲삼성전자가 전달한 태양광 LED 랜턴 덕분에 어두운 집 안이 금세 환해졌다. 티옴 마을 소년들은 “이제 집에서도 맘껏 일할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삼성전자가 전달한 태양광 LED 랜턴 덕분에 어두운 집 안이 금세 환해졌다. 티옴 마을 소년들은 “이제 집에서도 맘껏 일할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와, 밤에도 집 안이 이렇게 밝을 수 있구나!” “앗, 여기 벌레가 있었네.” 태양광 LED 랜턴을 받아 든 티옴 주민들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해가 지면 코앞 사물도 식별되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던 집에서 손 끝 감각에만 의존해 일하던 이들은 이제 해 질 녘이면 실내 곳곳을 환히 비출 수 있게 됐다. 랜턴을 나눠주는 삼성전자 임직원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네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제까지의 ‘생고생’이 싹 가시는 듯했다. 비록 전날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질퍽거리는 땅 위를 걸어 다니느라 신발 밑창은 아예 뜯겨나가버렸지만 말이다.

태양광 LED 랜턴 하단엔 파란색 글씨로 적혀 있는 ‘SAMSUNG’

이날 주민들에게 전달된 1400개의 태양광 LED 랜턴 하단엔 파란색 글씨로 ‘SAMSUNG’이 적혀있었다<위 사진 참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티옴 주민들에게 삼성전자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제품만 만드는 회사’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번 전달 행사로 그 위에 ‘(비싸진 않아도 유용한 기술을 전하는) 착한 기업’이란 또 하나의 이미지가 더해졌다.

삼성전자가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의 취지에 동감, 51개 글로벌 사업장을 참여시킨 글로벌 어스 아워 캠페인. 그 마지막 여정은 이처럼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운 좋게 그 현장을 지킬 수 있었던 나도 마냥 흐뭇했다. 떨어져 나간 신발 밑창 따위, 머릿속엔 이미 없었다. ‘우리의 노력으로 이룬 전기 절약의 결실이 이렇게나 기분 좋은 나눔으로 돌아오다니!’

공교롭게도 출장 일정이 우기에 딱 걸려 질퍽해진 땅 위를 내내 휘젓고 다녀야 했다. 그 덕분(?)에 애먼 신발 하나가 장렬하게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출장 일정이 우기에 딱 걸려 질퍽해진 땅 위를 내내 휘젓고 다녀야 했다. 그 덕분(?)에 애먼 신발 하나가 장렬하게 ‘사망’했다

‘시골 소년의 기쁨(Deni’s New Light #ShareTheLight)’은 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에 만나실 수 있습니다


[1] 파푸아주의 주도(州都)

QLED TV, ‘가전 부문 슈퍼맨’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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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수 있습니다스페셜 리포트 QLED TV, ‘가전 부문 슈퍼맨’ 꿈꾸다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 작성 능력을 겸비한 뉴스룸 전문 작가 필진이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 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주 1회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누구나 슈퍼맨(superman) 얘길 좋아한다. 대개는 ‘인간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난 존재가 주인공(대체로 ‘나’)에게 특별히 친절을 베풀어 거짓말처럼 어려움을 해결해준다’는 설정이다. 말하자면 ‘멋지고 완벽한 도우미’라고나 할까? 배트맨·스파이더맨·울트라맨·우뢰매·도라에몽…. 구체적 사례는 너무 많아 열거하기 숨찰 정도다.

 

사람들은 왜 슈퍼히어로에 열광할까?

비단 할리우드와 일본, 국산 영화와 애니메이션에만 이런 캐릭터가 존재하는 건 아니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한 줄거리의 얘기가 등장해 사람들을 위로해왔다. 알라딘의 ‘램프 요정’과 신데렐라의 ‘요정 대모(代母)’, 전래동화 속 착한 도깨비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인간은 결코 닿을 수 없는’ 초능력의 소유자다. 그러면서도 그 능력을 고스란히, 그리고 헌신적으로 인간에게 바친다.

예부터 사람들은 슈퍼맨을 자기 손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대 크레타 왕국을 지켰던 최고 용장 탈로스(Talos)는 ‘진흙과 금속으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이란 설(說)이 있다. 이집트 최고 신(神) 중 하나인 세트(Seth)의 동생이 지은 궁전에 서있던 동상이 움직일 수 있는 인조인간이란 기록도 남아있다. 이들은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면서 궁전과 무덤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살이는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어느 시대나 사회, 계층에서나 사람들은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을 아주 잘해줄’ 존재를 간절히 원했던 것 같으니 말이다.

슈퍼 히어로 이미지입니다

이런 존재들엔 적어도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를 대단히 탁월하게(그리고 확실히) 해결해주는 능력을 갖췄다. 둘째,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단 한 사람(대체로 해당 신화의 주인공)에게만 복종한다. 이때 복종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그를 아주 쉽고 친근한 방식으로 다룰 수 있다. 셋째, 인간은 아니지만 마치 인간처럼 움직이며 대체로 친근하면서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TV, 외로운 현대인 가만히 위로하다

인간이 상상해온 여러 유형의 도우미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대체돼왔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영향으로 집 안 환경 자체가 놀랍도록 똑똑해지면서 ‘나만의 슈퍼맨’이란 인간의 오랜 꿈은 점차 실현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정보를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취득하고 싶어 한다. 그런 다음, 적절한 판단 과정을 거쳐 자신의 생존 전략에 통합해가려 한다. 그러면서도 무한 경쟁 구도에 지쳐 종종 외로움을 느낀다. 너나 할 것 없이 ‘마음 편히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이유다.

이런 기능을 꽤 잘해낼 것 같은 가전,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렵잖게 ‘TV’가 떠오를 것이다. TV가 현대인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제공하도록 돕고 정서적 위안까지 제공하는 존재로 부각됐단 사실은 예전에도 이 공간에서 여러 차례 조명했었다[1]. 실제로 오늘날 사람들은 발달한 과학기술 덕에 과거 손수 했어야 할 일과 기능의 상당 부분을 각종 기계에 분담시킨다. 하지만 TV만큼 ‘가까이 있으면서도 정서적 충족감을 안기는’ 기계적 대리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TV의 기량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증폭됐다. 연간 총량 페타바이트(PB, 1024테라바이트∙TB)급 데이터가 온라인 공간에서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게 현실이다. 그 콘텐츠는 고스란히 TV 속에 담긴다. 사용자의 선택 범위는 점점 더 넓어졌고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즐기는 것도 가능해졌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성능이 향상되면서 이용 방법도 덩달아 복잡해진 것이다.

케이블이 복잡하게 얽힌 기존 TV와 선 없이 깔끔한 QLED TV

 

하이테크로 샀으면 하이테크로 쓰자

“하이테크(high-tech)로 사서 로테크(low-tech)로 쓴다”는 말, 들어본 적 있는지.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기껏 구매해놓고도 고장 날까 걱정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를 농담처럼 빗대어 설명한 표현이다.

요즘 TV도 예외가 아니다. 기능이 복잡해지고 구현 규모가 방대해지면서 상황이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전개돼 결국 소비자센터에 출장 수리 서비스를 요청해야 하는 사태에 이르곤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 중에선 아들딸이 사준 최신 TV를 설치해놓고도 잘못 건드려 아예 못 보게 될까 봐 지상파 채널 한 곳에만 고정시킨 채 전원을 켜고 끄는 일을 반복하는 이가 적지 않다.

어지럽게 연결된 주변 기기와 전선 문제도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TV 주변에 복잡하게 얽혀 먼지를 잔뜩 품은 전선을 가리키는 영어 표현 ‘케이블 샐러드’가 괜히 나왔을 리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무선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2]. 하지만 일상화하기엔 아직 요원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게 현실이다. 결국 당장의 효율을 생각하자면 ‘있는 전선을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삼성전자의 ‘2017 회심작’, QLED TV

QLED TV. 삼성 가전에 관심 있는 소비자에겐 꽤 친숙한 명칭일 것이다. ‘사용자에게 가장 가깝고 유용하면서도 친근한,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까지 겸비한 TV’ 개발에 힘써온 삼성전자가 올해 공개한 회심작(會心作)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6일 미국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17)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QLED TV는 지난달 15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열린 글로벌 론칭 행사, 지난달 21일 서울 라움아트센터(강남구 언주로)에서 개최된 국내 공개 행사를 통해 각각 국내외 소비자와 만났다.

QLED TV 론칭 현장 사진입니다

우선 화질. QLED TV는 글로벌 전자기술 인증기관인 독일 VDE(Verband Der Elektrotechnik)에서 세계 최초로 ‘컬러볼륨[3] 100% 구현’을 인증 받았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퀀텀닷 기술을 LED에 적용, 단순한 색채 대조뿐 아니라 그 안에 숨은 빛의 깊이까지 담아내 ‘아름다움 그 이상’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디자인과 성능. QLED TV는 주변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외관을 갖췄다. 심지어 꺼져있을 때에도 그렇다. 지저분한 전선 같은 건 아예 해당사항이 아니다. 가느다랗고 투명한 한 줄의 광(光)케이블을 채택, 벽에 걸어두면 마치 화면만 공간에 마법처럼 떠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 그뿐 아니다. 나방 눈 구조에 착안해 개발된 반사광 흡수 화면은 환한 낮에도, 심지어 TV 앞에 조명 기구를 켜놓았을 때에도 TV가 내보내는 광선을 장애 없이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사용 편의성. QLED TV 사용자는 본체와 통합된 ‘원 커넥트 박스’를 적당한 곳에 둔 채 깔끔한 모니터 앞에 앉기만 하면 된다. 다음으로 할 일은 단 하나의 리모컨을 편안하게 쥔 채 무한한 콘텐츠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하는 것뿐. 삼성전자의 콘텐츠 제공 서비스 ‘TV 플러스’가 더해지면 일명 ‘고퀄(high quality)’ 콘텐츠 개수는 무궁무진해진다. 이 모든 과정은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쉽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TV 화면이 움직이는 대로 스마트폰 화면을 움직일 수 있다. 그 반대 작동도 물론 가능하다.

 

개발진 “삼성 TV,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기, 당신과 함께 보면 좋을 법한 동영상 두 편이 있다.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개발진의 입을 통해 정리된 QLED TV의 특성과 매력, 가능성’ 정도가 되겠다.

“예전엔 TV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차별화하고자 노력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TV 뒤쪽 공간에 더 많은 신경을 쓰며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야 자체가 예전보다 넓어진 셈이죠. 그런 면에서 디자이너에겐 좀 더 많은 기회가 생긴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재욱(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팀)

“요즘은 주거 형태도, 인테리어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TV도 벽에 딱 붙여 설치하도록 하기보다 개방된 공간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이 필요하죠. 컬러나 소재도 주변 환경에 자연스레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기존 TV 디자인을 바꾸는 작업에선 아무래도 그런 시도들이 어렵죠.” 이규복(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팀)

“2017년 TV 업계의 화두는 단연 컬러볼륨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의 기술론 색채 범위가 2차원적 구성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3차원 모델이 등장했어요. 다시 말해 같은 색이라도 ‘어느 정도 빛나느냐’ 하는 것까지 포함시켜 표현할 수 있게 됐단 의미예요. 같은 ‘보르도 레드’ 컬러라 해도 더 환한 게 진짜냐, 덜 빛나는 게 진짜냐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색 표현에서 밝기 수준을 전부 다르게 하려는 건 그 때문입니다. QLED TV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제품이에요. 퀀텀닷 기술을 써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하게 디테일(detail)을 보여주죠.” 플로리안 프리드리히(Florian Friedrich, HDR  전문가)“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스마트 TV 전략의 새로운 단계를 시작합니다. TV 사용 경험을 단순하면서도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들 생각이죠. 훌륭한 파트너와 함께 만들어가는 생태계 덕분에 우리 고객은 각자 원하는 콘텐츠 일체를 자신의 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많은 콘텐츠를 원해요. 더 많은 것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해 보고 싶어하죠. 그래서 아시아와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더 많은 IP 기반 서비스가 생겨날 겁니다. 우리의 플랫폼은 실시간 방송과 셋톱박스, IP 채널을 통합한 형태입니다. TV가 식별할 수 있는 기기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 우린 TV 경험에 모바일 경험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TV 화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걸 스마트폰에서도 똑같이 체험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우린 최대한 사용자 친화적 방식으로 삼성 TV 사용자가 TV 혹은 그 밖에 우리가 제공하는 기기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확실히 찾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TV 플러스를 론칭한 배경이에요.” 이원진(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서비스비즈니스팀장, 부사장)

1970년 국내 최초로 흑백 TV를 생산하고, 1975년 예열 없이 켜지도록 설계돼 가가호호 전기 절약을 도운 ‘이코노 TV’를 출시한 이래 삼성전자의 TV 개발∙생산 철학은 비교적 굳건히 유지돼왔다. △사용자 편에 서서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하며 △사용자가 가장 만족스러워할 ‘포인트’를 찾아 해당 솔루션을 구현해온 것이다.

물론 사용자의 요구 사항은 이제까지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빠른 속도로 변화해왔고 변화해갈 것이다. 하지만 삼성 TV 역시 그 흐름을 부지런히 좇으며 진화를 거듭해왔다. 각 단계에서 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삼성전자 임직원은 기술∙전략∙디자인 등 각자 맡은 부문에서 최선을 다해 땀과 열정을 쏟고 있다. QLED TV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 제품도 ‘가전 부문 슈퍼맨’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는 그래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2] 관련 내용이 궁금하다면 2015년 9월 16일자 스페셜 리포트 “전선 없는 전기 생활… ‘100년 꿈’, 현실이 되다”를 참조할 것

[3] color volume. 디스플레이 밝기 전체 범위에 걸친 최대 색 재현 능력을 3차원 형상으로 표현한 것

[4] High Dynamic Range. TV가 보여주는 명암 표현 범위를 사람 눈과 유사하게 넓히는 기술

‘맨해튼 프로젝트’서 ‘블루스카이 6000’까지… 공기청정기 역사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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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수 있습니다 스페셜 리포트 ‘맨해튼 프로젝트’서 ‘블루스카이 6000’까지…  공기청정기 역사 돌아보니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 작성 능력을 겸비한 뉴스룸 전문 작가 필진이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 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주 1회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저 굴뚝에서 연기가 쏟아져나올 때마다 내 기침이 심해지고 있어. 공장을 멀리 옮겨야 해!”

말년에 심한 천식으로 고통 받았던 빅토리아(Victoria, 1819~1901) 영국 여왕. 그가 살던 버킹엄 궁전 바로 옆엔 커다란 모직공장이 있었다. 여왕은 자신의 기침이 이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계속된 불평에도 여왕이 살아있을 때 공장은 옮겨지지 않았다.

 

공기청정기의 시초는 소방관용 가스 마스크?

19세기에도 요즘처럼 환경에 대한 인식이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더라면 여왕의 불평은 단지 불평에 그치지 않았을 터. 하지만 당시만 해도 ‘기침과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 간 역학관계’가 뚜렷이 규명되지 않았다. 만약 그때 궁전에 공기청정기가 있었다면 여왕은 좀 더 건강하게 호흡할 수 있지 않았을까?

19세기 공장 이미지입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실제로 공기청정기 개발의 역사는 빅토리아 여왕 집권기인 제1차 산업혁명 당시 시작됐다. 1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과학기술 수준을 확 올려놓았다”는 호평과 “대기∙수질 오염과 폐기물 생성 등 환경 문제 유발의 주범”이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당시 공장은 오늘날처럼 (정책적 판단에 기반해) 특정 지역에 모여있지 않았다. 원료 공급이 수월한, 혹은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 불규칙하게 들어선 게 일반적이었다. 자연히 런던처럼 ‘교통 요지인데다 노동 인구도 많은’ 도시엔 크고 작은 공장이 마구잡이로 들어섰다. 이 시기 에너지원은 대부분 석탄이었기 때문에 (빅토리아 여왕처럼) 공장 가까이 사는 사람은 시커먼 석탄 그을음과 아황산가스, 기타 기체 폐기물 공해에서 자유로울 날이 없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 개발의 시발점이 여왕의, 혹은 런던 시민의 환경의식이었던 건 아니다. 근대 런던 같은 대도시에선 인구와 기반 시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닥치는 대로 집 짓고 도로 내는’ 난개발이 판을 쳤다. 게다가 당시 사람들은 집 안에 벽난로를 설치하고도 석탄을 땠기 때문에 걸핏하면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차 같은 진화 장비도 변변히 없었기 때문에 화재 진압을 위해 불길로 뛰어드는 건 고스란히 사람의 몫이었다. 초창기 공기청정기가 ‘소방관용 가스 마스크’ 개발 기술에서 착안된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헤파 필터, ‘죽음의 재’에서 인간을 보호하다

현대 과학기술이 ‘공기 정화’ 부문에 본격적으로 눈뜬 계기는 일명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였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1940년대 미국 주도로 시도됐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의 다른 이름.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직후 미국과 일본, 유럽 열강은 앞다퉈 군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특히 전쟁을 치르며 일약 세계의 정치적∙경제적 주축으로 떠오른 미국은 소모적 군비 경쟁을 단번에 끝낼 수 있는 ‘초강력 무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원자폭탄 개발이 논의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내 만만찮은 반론에 부딪쳤다. 원자폭탄을 쓰게 되면 ‘죽음의 재’로 불리던 방사능 분진 확산이 불가피한 게 문제였다. 당장 우라늄 같은 방사성 물질 취급 공장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기피됐다. 이와 함께 관련 작업장에선 ‘대단히 엄격한 수준의 공기 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개발되기 시작한 게 바로 ‘헤파(HEPA) 필터’다.

헤파 필터를 설명하는 이미지입니다

헤파는 ‘고효율 분진 공기(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란 뜻의 영어 표현을 머리글자만 딴 것. 헤파 필터란 쉽게 말해 주름 잡힌 종이 모양 필터를 여러 겹 겹쳐 그곳으로 실내 공기가 통과하게 하는 정화 시스템을 일컫는다.

하지만 형태만 그럴듯하게 갖췄다고 전부 다 헤파 필터가 되는 건 아니다. 헤파 필터란 명칭을 부여 받으려면 미국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DOE)가 규정한 미세 분진 제거 효율 기준에 부합돼야 한다. 0.3마이크로미터(㎛), 즉 머리카락 한 가닥 두께(60㎛)의 200분의 1만 한 미세 분진까지 99.97% 제거해야 한다. △극(極)미세 분진 △꽃가루 △동물의 미세한 각질이나 털 조각 △곰팡이∙박테리아 같은 미생물까지 거의 완벽하게 제거되는 수준이다.

헤파 필터는 이후 소재와 구조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효율적 공기 정화 시스템’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응용 분야도 △의료 시설 △실험실 △항공기·차량 실내 △공장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특히 아주 미세한 금속 가공 공정을 거쳐 집적(Integrated Circuit, IC) 회로를 만들어내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헤파 필터 같은 초정밀 필터링 시스템의 존재감은 확고했다. 이처럼 초기 공기 정화 장치는 일반 주택이나 사무실에서보다 (특별히 깨끗한 공기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산업적 용도로 먼저 개발됐다.

1955년, 미국에서 대기오염통제법(Air Pollution Control Act)이 제정됐다. 이 법은 날로 악화돼가는 대도시의 대기 질에 관한 인식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1963년 독일 함메스 형제(Klaus & Manfred Hammes)는 공기 필터링 시스템 소형화에 성공했다. 공기청정기가 일반 가정으로 진입하는 계기도 이때 마련됐다.

 

국내 시장 20년 전 형성… ‘미션’ 점차 늘어

전 지구적으로 환경 의식 수준이 껑충 뛰었던 1990년대 초, 환경 기술이 앞섰던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유형의 가정용 공기청정기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중 일부는 국내에도 수입됐다.

이 시기, 공기청정기의 실제 구매 수요는 유학이나 파견 근무 등으로 선진국에서 생활하다 온 소비자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이들 대부분은 미세먼지가 많은 한국 대기 환경을 상대적으로 뚜렷이 인식했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공기청정기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특히 1991년 일명 ‘낙동강페놀오염사건’[1]을 겪으며 환경 문제 전반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부쩍 높아졌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우리나라 대기 질 문제가 사람들의 인식에 새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공장에서 매연을 뿜어내는 이미지입니다

1990년대를 지나오며 환경 문제는 지속적으로 매스미디어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됐다. 전반적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건강 관리’ 개념도 폭넓게 자리 잡았다. 특히 ‘봄철 불청객’ 황사가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주거 비율이 크게 늘어난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턴 일명 ‘새집증후군’의 대표적 증상인 아토피가 어린아이 둔 집의 골칫거리로 등극(?)했다. 비단 새 집이 아니라 해도 실내 오염 문제에 대한 인식은 점차 높아졌고, 이 같은 흐름 속에 실내 공기 정화 요령을 강구하는 사람 수도 급증했다. 일부는 공기 정화 효과가 높은 걸로 알려진 관엽식물에 눈길을 줬지만 역시 관심의 초점은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였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공기청정기가 개발, 수입됐다. 일반적으로 가정용 공기청정기는 △필터식 △음이온식 △공기 세척식 △전기 집진식 등 네 가지 원리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이 결합된 형태로 작동한다. 각각의 방식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지만 ‘공기 속에 떠다니며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물질을 아주 미세한 수준까지 제거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건 이중 필터식과 전기 집진식이다. 미세먼지 제거 성능에 관한 한 두 방식이 음이온식이나 공기 세척식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의 성능과 안전성을 비교하려면 주요 인증 마크 획득 여부를 확인한 후 구매하는 게 현명하다. △국가기술표준원 인증 ‘KC’ 마크 △한국공기청정협회 인증 ‘CA’ 마크 △한국에너지공단 인증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준사용면적)’ 등이 대표적<아래 표 참조>. 특히 △적용 면적 △가스 제거 성능 △오존 발생량 △소음 정도 등이 주요 인증 항목으로 포함된 CA 마크는 유수 수입 제품에도 없는 경우가 허다할 만큼 받기 까다로운 걸로 알려져 있다.

형태	인증 기관	주요 인증 항목  국가기술표준원 (필수)	 - 전기/상해 위험 요소 안전성 - 전원∙전류∙소비(대기)전력 등 - 오존 발생량(원리상 오존 발생 제품)  한국공기청정협회 (자율)	 - 적용 면적(집진 성능/0.3㎛ 먼지) - 가스(암모니아∙초산∙아세트알데히드 등) 제거 성능 - 오존 발생량 - 소음 ※ 홈페이지 ‘인증 현황’에 적용 면적 공지  한국에너지공단 (필수)	 - 표준 사용 면적(집진 성능/0.3㎛ 먼지) - 탈취 효율(암모니아∙초산∙아세트알데히드 등) - 에너지소비효율(1㎡당 소비 전력)등급 - 대기 전력 ※ 홈페이지 ‘효율등급제도’에 항목별 성적 공지 ※ 제품 라벨에 ‘표준 사용 면적’ 기재

국가기술표준원 한국공기청정협회 한국에너지공단

2000년대 초반, 급격한 기후 변화로 한반도 여름 날씨 유형이 두드러지게 바뀌기 시작했다. 공기청정기 성능에 변화가 나타난 것도 이 즈음부터였다. 이전보다 훨씬 더 덥고 습한 날씨가 잦아지면서 제습 기능을 포함한 에어컨 수요가 급증했다. 동시에 실내 대기 중 습기만 제거하는 제습기 관련 수요도 생겨났다.

사실 실내 습기는 ‘무조건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난방 효율이 높고 밀폐성이 강화된 요즘 실내 공간에선 오히려 피부 건조증이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실내 공기 관리 시 습도는 60% 내외로 유지하는 게 건강 관리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일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오늘날 공기청정기는 ‘실내 공기의 종합적 관리’란 난제를 부여 받기에 이르렀다.

(좌) 공기청정기, 이래서 구매했다 미세 먼지를 제거하려고 32 전반적 공기 질 관리가 필요해서 27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하려고 18 질병(천식∙아토피∙알레르기비염 등)을 예방하려고 11 실내 악취 제거를 위해 6 기타 6 (우) 공기청정기 구매 시 가장 신경 쓰는 성능 미세먼지 제거 능력 47 항균(살균) 필터 기능 12 유지 비용과 편의성 11 청정 면적 9 탈취 성능 7 기타 7 소비 전력 4 이동 편의성 3 공기청정기 구매자 800명 대상, 삼성전자 자체 조사, 단위(%)

삼성, 공기청정기에 ‘에어케어’ 개념 입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 ‘삼성공기청정기’를 출시한 이래 한국인이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살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왔다. 아울러 그간의 제품 개발·생산·소비 과정을 ‘사회 환경 변화’의 맥락에서 꼼꼼히 모니터링해왔다. 그 결과 도달한 콘셉트는 일명 ‘에어케어(air care)’. 다시 말해 ‘공기 자체를 관리한다’는 개념이었다.

따지고 보면 정말 그렇다. 불가피하게 인간이 접하는 대기 환경, 그리고 그게 실내로 들어와 누적되며 일으키는 문제를 현명하게 극복하려면 실내 대기 속 모든 유해 요인을 제거한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는 게 급선무다. 그 과정에서 추가 유해 요인 발생을 억제하고 적절한 습도 유지 메커니즘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즉 총체적으로 볼 때 공기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 모두가 살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에어케어형 공기청정기 설계 시 단순히 공기에서 뭔가를 빼고 더하는 기능만 갖춰선 곤란하다. 인간이 몸 담고 사는 공기를 말 그대로 ‘종합 관리(total care)’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걸 다 제대로 담고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장기간 사용했을 때 호흡기 상태가 호전됐다면 좋은 에어케어 제품이라고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정우경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수석(사진 왼쪽)이 린 힐드만 교수, 카리 나도우 교수와 함께 공기청정기 사용 영향에 대한 공동 연구 결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스탠포드대학교 의료진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12주간 공기청정기 사용이 호흡기 질환과 실내 공기 질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그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 시리즈는 바로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제품이다. 지난 2014년 블루스카이 개발진은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의료진과 손잡고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호흡기 질환이 있는 미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12주간 블루스카이를 사용, 건강 상태를 점검한 것. 그 결과, 블루스카이를 지속적으로 사용한 집단의 폐활량이 그렇지 않은 집단의 폐활량에 비해 두 배 이상 개선됐다. 호흡기가 약해 야외 활동 자체가 불가능했던 어린이의 증세가 12주 후 야외 운동을 즐길 정도로 호전됐고, 블루스카이 설치 가정 실내의 발암·독소 물질량과 미세먼지 유입량도 현저하게 줄었다. 이 같은 실험 결과는 영국 의학 전문 저널 ‘천식학회지(Journal of Asthma)’와 과학기술 전문 저널 ‘에어로졸 과학기술학회지(Aerosol Science and Technology)’에 각각 게재됐다.

삼성 블루스카이 제품 사진입니다

지난 2014년 첫선을 보인 블루스카이는 초미세먼지와 나노 입자(0.02㎛ 크기)까지 99% 걸러주는 청정 능력으로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제품이다. 지난 1월엔 기본 청정 기능에 가습 기능까지 더해진 ‘블루스카이 6000’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다. 블루스카이 6000은 (그간 소비자가 “쾌적한 실내 환경 조성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온) 청정∙가습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면서도 (역시 소비자가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했던) 가습기 위생 관리 문제를 말끔히 해결, 국내 소비자에게 호평 받고 있다. 국내 공기청정기 중 유일하게 물을 계속 순환시키는 구조로 돼 있어 물때·세균·미생물 등 오염 발생 원인인 ‘고인 물’ 문제를 없앤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기 분해 청정수를 이용, 자연 기화하는 방식을 적용해 위생적 관리를 가능케 한 점이나 ‘스마트홈’ 기능 탑재로 스마트폰을 통해 실내∙외 어디서든 기기 조작을 편리하게 한 점도 눈에 띈다.

 

‘인체 친화적이며 사용하기 쉬운’ 솔루션 향해

익히 알려진 것처럼 ‘케어(care)’는 ‘돌보다’란 뜻의 영단어다. 어떤 대상이든 정성을 다해 돌보면 상태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돌보는 행위가 오래 지속되려면 일단 번거롭지 않아야 한다.

요컨대 21세기 에어케어 제품은 인체 친화적이어야 하는 동시에 이용하기 쉬워야 한다. 제품으로서의 경쟁력을 지니려면 여기에 가격∙디자인∙내구성 등의 요소도 갖출 필요가 있다. 새로운 요소를 유연하게 흡수해내는 역량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공기에 관심 가질수록 새로운 요구 사항이 등장할 테고, 우수한 에어케어 제품이라면 그 각각의 요소가 부여하는 신규 과제에 마침맞은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단 뜻이다.

어쩌면 창조적 솔루션은, 이처럼 부단한 노력과 정교한 기술을 등에 업고서야 비로소 등장하는 건지도 모른다. ‘환경 위기’ 개념이 만연한 21세기 지구에서 현대인이 그나마 자연 숨결에 가까운 대기와 함께하며 살 수 있다면 그 덕분일 것이다.


[1] 1991년 3월 경북 구미 소재 두산전자의 페놀 원액 저장 탱크에서 패놀 수지 생산 라인으로 통하는 파이프가 파열, 30톤의 페놀 원액이 수돗물을 오염시킨 사건

4차 산업혁명 시대, 내 일자리는 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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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2040년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출제될 법한) 가상 문제다.

다음 두 개의 제시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A

어머니는 장롱 속에 모아뒀던 지폐 몇 장과 동전을 꺼내 손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곧 버스가 왔다. 늘 타던 버스. 기사와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자리를 잡았다.

버스에서 내려 은행으로 들어서자 점원이 문을 열어주며 깍듯이 인사한다. 어머니는 기록대로 가서 전표를 세 장 쓴다. 직원은 익숙한 솜씨로 일을 처리한 후 입금∙송금 영수증 세 장을 통장과 함께 되돌려준다.

(출처: 서울사진아카이브, 저작권정책)

집까진 거리가 꽤 되지만 어머니는 버스를 타지 않는다. 저녁거리 장을 보러 마트에 들르려면 버스 타기엔 거리와 노선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걸어 마트에 도착, 고민하며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넣은 어머니는 계산대로 가서 역시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다 계산 마치길 기다린다. 자기 차례가 왔는데 점원이 교대 시간이라 더 기다렸다.

어머니는 다섯 시간도 더 지난 후, 저녁 장만하기도 바쁠 정도로 빠듯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에 들어섰는데 가방과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도 열쇠가 없다! 경비 아저씨에게 말해 열쇠 전문가를 불러 현관문을 따고 열쇠를 복사 받는 데 또 한 시간 이상 소요됐다. 지칠 대로 지친 어머니, 귀가한 아이를 보자 큰 맘 먹고 말한다. “오늘 저녁은 상가 분식점에 가서 사 먹을까?”

B

A씨는 가정주부이자 프리타임 워킹맘. 남편과 아이 치다꺼리 하랴, 방송작가로 시간 맞춰 원고 써대랴 일상은 늘 분 단위로 쪼개어 써야 할 정도로 바쁘다. 오늘은 그동안 인터넷으로 화상회의 하며 함께 일하던 팀을 오프라인으로 만나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하기로 한 날이다.

아침에 배달된 따끈한 스프와 갓 구운 빵을 먹고 남편 출근과 아이 등교 준비를 독려하면서 자기도 외출 채비를 하느라 역시 원고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서둘러 아파트 문을 나오자 스마트 도어록이 적용된 문이 등 뒤에서 닫히더니 인사를 건넨다. “오늘 특별히 바쁜 날이죠? 행운이 함께 할 거예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리모컨을 작동시키자,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다. 자율주행으로 시간 맞춰 와 있었던 것. 차가 자율주행 하는 동안 전면 창이 모니터 화면 역할도 해 컴퓨터 속 파일을 꺼내 보여준다.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말로 얘기하면 음성인식으로 자동 수정된다. 겨우 마무리하자 도착지까지 5분 남았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회의하느라 수다와 여담도 길어졌다. 함께 점심식사까지 마치고 2시가 되어야 회의 장소를 나섰다. 오는 길엔 마트에 들렀다.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 차가 서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면 알아서 자율주차가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면 매장에 들어갈 것도 없이 바로 코인 로커와 비슷한 모습으로 딜리버리 박스들이 정연하게 늘어선 ‘픽업 코너’가 있다. 역시 안면인식으로 A씨인 게 확인되면 그 즉시 박스 중 하나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신선한 식자재를 담은 패키지가 나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A씨가 서있는 곳 앞 배출구를 통해 나온다.

1. 위 두 지문은 각각 어느 연대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가? (객관식)

2. A 지문에서 B 지문으로 가는 과정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여겨지는 과학기술을 모두 고르시오. (객관식)

3. 문맥으로 봤을 때 A 상황에서 B 상황으로 가는 동안 없어졌을 걸로 추정되는 직업을 여섯 가지 쓰시오. (주관식)

4. 문맥으로 봤을 때 A 상황에서 B 상황으로 가는 동안 새로 생겼을 걸로 추정되는 직업을 모두 쓰시오. (주관식)

정답

1. ②A: 1980년대, B: 2040년대

2. ①인공지능 ③빅데이터 ⑤사물인터넷

3. 운전기사, 도서관 직원, 은행 직원, 마트 계산대 직원, 아파트 경비, 자물쇠 및 사업 종사자.

4. …


 

#4차 산업혁명, 축복일까 재앙일까

4차 산업혁명 얘기가 무성하다. 지난 대선 기간, 주요 후보의 공약에서도 적잖은 비중으로 등장했을 정도다. 최근엔 그중에서도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란 주장이 눈길을 끈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자신의 저서 ‘노동의 종말’(1995)에서 “진보의 대가로 노동자 계급이 죽을 것”이란 취지의 주장을 펼친 이래 유사한 연구 성과와 담론은 거의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 출판물 중 눈에 띄는 콘텐츠로 ‘2030 고용절벽 시대가 온다’(2016)를 들 수 있다. 일본 경제학 박사로서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저자 이노우에 도모히로(井上智洋)는 ”오는 2040년이면 소위 ‘범용 인공지능’[1] 개발이 완성될 테고 2030년대부턴 오늘날 사람이 하는 일을 인공지능이 대거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적어도 정규직은 거의 사라지는 추세로 전망되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일을 하고 인간은 가끔 관리만 해줘도 되니 필요에 따라 인간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불하는 자유계약 형태가 주를 이룰 거란 전망이다. 그렇잖아도 최신 트렌드 중 하나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2]가 인공지능의 범용적 구현 중 하나로 대세가 될 거란 예측이다.

가뜩이나 청년실업률 증가와 고용 불안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3D프린터 등 기술로 대표되는 4차 혁명의 물결이 밀려오면 대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란 의문이 확산되는 건 당연하다. 혹자는 ‘노동에서 자유로워지니 한층 질 높은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대다수는 부정적 측면의 영향에 신경이 쓰일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극단적 비관주의 시나리오에 반드시 동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근거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선 일단 두 가지로 압축해 설명해보려 한다. 경제 원리가 하나, 문화변동 원리가 다른 하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한다고?

우선 경제 원리 측면에서 보면 인공지능의 수요와 공급이 그토록 불균형하게 확산되진 않을 전망이다. 수많은 전문가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다품종 소량 생산 등 맞춤형 생산∙소비 문화가 더욱 파급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소비자 취향은 날로 다양해질 테고, 생산(혹은 소비) 유형 역시 그걸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변해갈 거란 얘기다(이와 관련된 논의는 2015년 7월 8일자 스페셜 리포트 “‘3D 프린팅 유니버스’가 몰려온다”를 참조할 것).

그런데 인공지능은 간단한 노동을 하게 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 투자가 요구된다. 게다가 엄청난 투자를 거쳐 특정 노동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해도 해당 노동이 불필요해지는 상황은 금세 닥쳐올 수 있다. 1차 산업혁명의 기반에서 탄생, 2차 산업혁명의 물살을 탔던 포드형 공장 생산(Fordism) 당시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인간이라면 이런 상황에도 탄력적으로 적응하겠지만 인공지능은 거기서부터 또 인간이 연구하고 노력해 바꿔주지 않으면 주어진 패턴대로만 일할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원활히 쓰기 위해서라도 인간의 창의력 같은 고도의 기능은 물론, 모니터링(관리) 능력처럼 비교적 단순한 기능에 이르기까지 두루 필요해질 거란 얘기다.

다음으로 문화변동 원리다. 이 측면에서 볼 때 기술∙경제 분야 변화는 사람들의 일상과 행동, 심지어 사고방식까지 바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과 산업 유형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없어지는 직업은 분명 존재하겠지만 새로 생기는 직업 역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종류와 수가 다양하고 많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던 1차 산업혁명은 석탄을 원료로 하는 증기기관 기술 개발과 함께 막을 올렸다. 당시 증기기관을 이용하는 여러 종류의 기계가 개발됐는데 그중 대표적인 게 방적기와 기관차였다. 방적기의 도입으로 노동자 한 명이 1파운드의 면화에서 실을 뽑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0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됐다. 기관차가 등장하며 마차로 며칠 걸려 이동해야 했던 여행 시간은 단 몇 시간으로 줄었다.

그 과정에서 없어진 직업은 몇 개나 될까? 얼른 떠오르는 건 (손수 면화에서 실을 뽑는) 기술자와 마부 정도다. 그럼 같은 기간 새로 생긴 직업은? 방적기의 경우, △기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 △부품을 조달하는 사람 △고장 난 기계를 고치는 사람 △기계를 작동시키는 사람 △(방적기 도입으로 급증한) 면화를 활용, 의복과 침구류를 만드는 사람 △면화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파는 사람 △보편화된 면화 제품 세탁량을 처리하기 위해 세탁기를 만드는 사람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직업이 떠오른다. 기관차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기관차 제조와 보급 관련 종사자뿐 아니라 운전사∙정비사∙역무원 등 무수한 직종을 탄생시켰다.

 

#변화, ‘새로운 창출’의 원동력일 수도

1차 산업혁명은 한 세기 전 이미 일어난 일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누구나 ‘그 이후 벌어진 일’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나기 전, 혹은 진행 초기에 세부 변화를 구체적으로 내다본 이는 사실상 없었다. 1차 산업혁명 자리에 4차 산업혁명을 끼워 넣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혁명 이후 세상에 대해 확실히 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앞선 산업혁명 때처럼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꿔갈 테고, 변화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를 것이다. 또한 그 결과로 탄생할 새 세상의 모습은 지금보다 한층 다양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지금껏 인간이 해온 모든 일이 담긴 세상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인간은 산업혁명의 대두와 무관하게 각자의 위치에서 일의 흐름을 읽으며 그 상황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그에 맞춰 가장 잘 살아갈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그건 인공지능이 결코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1] 바둑 두는 ‘알파고’, 음성을 인식하는 ‘S보이스’처럼 특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과 비슷하게 두루 일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일컫는다

[2] '긱(gig)'은 대중음악가가 돈 받고 한 번 해주는 행사 공연을 말하는 영어 속어이지만 요즘은 ‘필요에 따라 고용되는 계약직’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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